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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대로도 좋은걸 - 킬리옥의 행복한 고민
안 브루이야르 지음, 김자연 옮김 / dodo / 2025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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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대로도 좋은걸. 안 브루이야르 글그림/김자연 옮김. 도도. 2025.
_킬리옥의 행복한 고민
우선, 킬리옥의 고민에 대한 답이 안 나와있어 좋았다. 킬리옥의 고민은 어느 쪽의 답을 내리더라도 모두 좋은 선택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건 내 기준으로서의 판단이다. 킬리옥이 지금 이대로 변화하지 않아도 좋고, 지금보다 더 좋다고 생각되는 방향으로 변해도 좋다. 어떤 선택이 되었든 그 선택은 킬리옥이 '행복'할 수 있는 결정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쩌면, 이 책의 부제가 킬리옥의 '행복'한 고민이지 않을까, 생각이 들기도 한다. 흔히 고민이라고 하면 힘들고 괴롭고 고통스럽고, 어떻게 해서든 결정을 내리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서 그 고민이 빨리 해결되기를 바라게 되곤 한다. 하지만 지금 킬리옥에게는 이렇게 고민하는 것마저도 행복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면, 킬리옥이 변화를 결정해도, 변화하지 않는 걸 결정해도, 혹은 그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계속 고민만해도, 이 모든 것이 다 '행복'의 모습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시간을 보내는 것 자치게 킬리옥에게는 소중한, 행복한 삶인 것이다.
킬리옥은 그런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매 순간 이런 행복한 고민을 하며, 자신에게 가장 충실할 수 있는 방향으로 삶을 이끌어 나가는 것. 아니, 이런 누군가에 의해 이끌리듯 살아가지 않고 오히려 자신의 속도대로의 자신에게 어울리는 삶의 매 순간을 그저 보내고 있는 것. 이거 자체가 킬리옥의 삶 그 자체인 것이다. 그러니, 아침부터 밤까지, 잠자리에 들어서도 내내 이 고민에 온통 신경을 쏟고 있는 것은, 자신에게 던져줄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 나가는 것 자체가 이미 삶이기 때문인 것이다. 그런 킬리옥에게 있어서 고민은 곧 삶 혹은 일상의 다른 표현일 뿐일 것이다.
"있지, 사실은 바꾸고 싶은 게 맞는지 내 마음을 잘 모르겠어.(...)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 집은 이대로가 더 좋은 것 같아."
"지금 이대로도 아주 좋지."
킬리옥의 말에 미스테르도 고개를 끄덕였어요.
두 친구는 한동안 말없이 호수와 숲,
그리고 킬리옥은 집을 조용히 바라보았어요.
이 두 친구의 대화에서도 알 수 있었다. 무언가 당장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는 어렵고 위험한 숙제를 안고 심각하게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두 친구가 말없이 바라보며 앉아있는 그 순간마저도 이들에게는 일상이고 행복한 삶을 테니까 말이다. 그저 흘러가는대로, 놓여져있는대로, 무언가를 꼭 해내지 않더라도 괜찮은, 지금의 모습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안심의 이후 어떤 고민의 답이 내려지더라도 크게 킬리옥을 흔들어대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킬리옥의 마음은 지금과 변함없이 그저 진지하게 생각하고 그 생각의 답을 잘 받아들인 후, 그 다음의 질문을 또 자신에게 던지는 것으로 잘 살아낼 것이기 때문이다.
킬리옥의 고민은 단순히 집을 수리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는 아니었던 것 같다. 나의 삶에 변화를 만들 것인가 혹은 지금의 삶의 모습을 유지할 것인가, 내가 내일 혹은 미래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었던 것 같다. 그런 고민의 답은 당연히 쉽고 빠르게 내려질 수는 없는 법이다. 문제에 대해 때론 가까이에서 직접 확인하고, 또 가끔은 멀리서 관망하는 방법을 쓰면서, 그리고 가까운 지인이나 친구의 조언도 들으면서 진지하게 해 나가는 것이 문제를 잘 해결해낼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 킬리옥은 지금 그런 방법을 모두 활용하며 자신이 내려야 할 결정에 대한 진지한 고민의 시간을 충분히 쓰고 있는 중인 것이다.
마치 변화를 거부하고 지금의 자리와 모습을 바꾸지 않으면 발전하지 않는 것으로 오해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다면, 이 책은 그렇지 않음을 단단하게 보여주고 있는 느낌이었다. 어제보다 오늘이 더 나아야 하고, 내일은 오늘보다 더 좋은 모습으로 바뀌어야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어제와 같은 오늘, 오늘과 다르지 않은 내일이어도 좋다는, 그렇게 선택하는 것도 답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래서인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며 잠시 숨을 고르게 되고 또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