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드힐 스토리에코 2
하서찬 지음, 박선엽 그림 / 웅진주니어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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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힐. 글 하서찬/그림 박선엽. 웅진주니어. 2025.

탈출. 지훈이 형과 함께 했던 집에서의 탈출, 다시 중국에서 한국으로 돌아오기 위해 했던 탈출. 지훈의 두 번의 탈출이 이 이야기를 전반을 이끌어가는 중심인 듯하다. 탈출은, '어떤 상황이나 구속 따위에서 빠져나옴.'의 뜻을 갖고 있는 단어다. 지훈에게는 폭력이 난무했던 공포의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한, 그리고 타인의 잘못된 기대에 의해 제 삶을 스스로 살아가지 못하고 있는 구속에서 빠져나오려는 탈출로 보인다. 지훈에게 벌어진 이 모든 상황이 그저 답답하고 고통스럽게만 느껴진다. 이런 고통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은, 어쩌면 탈출밖에 없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훈의 마음에 공감이 간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다는 것, 잃게 된다는 것, 그것도 자신으로 인해 그렇게 될 수 있다는 죄책감은 무거운 마음의 짐으로 다가올 것이다. 어쩌면 지훈이 조각하는 병정들은 그런 지훈이 더 이상 무너지지 않을 수 있도록 지탱해주는 유일한 도구일 것이다. 하지만 그 마저도 모두 사라지고 남은 것이 없게 된다면, 지훈은 더 이상의 희망을 생각할 수 없게 되겠지. 마지막 남은 끈을 쥐어잡고 있던 힘이 모두 사라지면, 지금까지 겨우 견디고 있던 그 마지막 힘도 사라지게 될 것이다. 그 마지막 힘을 쥐어 짜 지훈은 자신이 가야할 곳을 향해 가는 선택을, 그 탈출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나에게는 장 같은 친구도, 라희처럼 마음을 내어 줄 친구도 없었다. <샌드힐> 속 지훈에게는 그런 친구들이 있다. 나는 그 인물들을 통해 치유되었다.(185쪽_'작가의 말' 중)

작가의 말을 읽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훈이 외롭고 슬프고 아프기만 했던 것은 아니라는 것에 나도 같은 생각이었다. 분명, 고통 속에 혼자 버려진 듯한 느낌에 한없이 흔들리는 마음을 바로잡기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지훈과 눈 마주치고 웃어주며 함께 이야기나누고 동행할 수 있는 친구가 있었다. 사실은 이런 친구가 있었기 때문에 지훈이 더 이상 무너지지 않고 다시 일어설 힘이 생겼을 것이다. 지훈의 입에서 '희망'이란 단어가 나올 수 있었던 것도, 그런 힘의 영향이 있었을 것이다. 또한 지훈에게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쉽게 사라지지 말아야 한다는, 분명 가야만 한다는 그런 이유. 그 이유를 만들어 준 존재 또한 친구들이었다.

나는 장의 편지를 접었다. '우리는 영원히 친구야.' 나는 중얼거렸다. 가슴에 있는 얼음 조각 하나가 녹는 기분이었다.(179쪽)
이제 진짜 잠을 잘 것이다. 그리고 천천히 일어날 것이다. 자는 동안 라희가 사라질까 봐 손을 꽉 잡았다. 손이 따뜻했다. 라희도 내 등 위에 엎드렸다.(182-3쪽)

여전히 지훈의 곁에는 친구들이 있다. 친구들이 만들어주는 따뜻함으로 지금껏 힘겹게 버티려고만 하고 있던 차가웠던 지훈의 마음이 조금씩 녹아내릴 수 있는 것이다. 따뜻함의 온기가 다시 지훈을 감싸고, 그 따뜻함으로 다시 내일을 기대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겉에 생긴 상처는 약을 바르고 치료하면 언젠가는 낫는다. 흉터는 생기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흉도 옅어진다. 하지만 안에 생긴 상처는 약을 바를 수도, 쉽게 치료할 수도 없다. 치료가 된다고 해도 보이지 않는 흔적이 오래 간다. 지훈의 마음 속 상처는 무척 깊다. 그 깊은 상처를 한순간에 사라지게 만들 수는 없다. 어쩌면 평생 사라지지 않는 상처를 안고 살아가야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이후 지훈이 대해 걱정을 조금은 내려놓을 수 있다. 분명, 서서히 조금씩, 상처는 작아질 것이고 차가웠던 마음도 따뜻해질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이 소설을 읽는 내내 무척 불안하고 마음이 불편했다. 지훈에게 계속 나쁜 일들이 거듭될까봐 조마조마하고 아팠다. 이 책을 다 읽고 난 다음, 한결 마음이 편안해졌다. 조금이라도 마음을 내려놓고 지훈의 삶에 '희망'이 생기기를 바라는 마음이 커졌다. 지훈이 이제 그만 아프면 좋겠다는 바람이 생겼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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