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가게
모예진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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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가게. 모예진 그림책. 문학동네. 2018.

제목을 이렇게도 저렇게도 읽어보게 된다. 제일 먼저는 물음표를 붙여서 읽고 싶어진다. '어디로 가게?' 그렇다면 저 질문에 무엇이라고 답할까. 어디로 간다고 할까, 어디로든 갈 수 있는 표를 준다면, 나의 답은 어디가 될까. 그 다음은 '어디로 가게!' 느낌표를 붙여본다. 가지 말라는 뜻으로 읽히거나 혹은 어디로 갈 것인지 너무 궁금하다는 느낌이 든다. 자칫 너무 강한 느낌으로 다가와 아직 어디로 갈 지를 결정하지 않은 입장에서라면, 부담스러울 것 같다. 헌데 이 책은 '어디로 가게'의 명사로 읽어야 한다. '가게'. 어디로든 갈 수 있도록 표를 건네주는 묘묘 씨의 가게. 손님들은 누구든 묘묘 씨로부터 자신이 가고 싶은 곳으로 갈 수 있는 표를 받을 수 있다. 묘묘 씨 덕분에 어디로든 갈 수 있는 것이다. 묘묘 씨는 그렇게 누구든 어디로든 갈 수 있도록 해 주는 고맙고도 소중한 '어디로 가게'의 주인이다.

"그런데 묘묘 씨는 한 번도
여행을 떠나 본 적이 없어.
어디로 떠나야 할지 몰랐거든."

정작 묘묘 씨는 막막하다. 떠나고 싶은 마음은 있으나 어디로 갈 지를 모르니까. 나도 이 기분이 어떤 것일지 알 것 같다. 나도 정작 떠날 수 있다면 어디로 가고 싶은 지 정하지 못할 것 같으니까. 도착하고 싶은 곳의 분위기와 느낌만 갖고 있을 뿐 딱히 어디라고 콕 집어 말하기는 어려울 테니까 말이다. 그저, 내가 좋아할 분위기의 바로 그곳으로의 여행을 막연하게 동경하기만 할 뿐. 묘묘 씨도 그렇지 않을까. 많은 여행자를 떠나보내는 일을 매일 하고 있다. 그 매일의 일상이 어떤 면에서는 정작 자신이 갈 곳은 결정하지 못하도록 하는 또 다른 굴레가 될 수도 있으니까. 막상 떠난다고 해도 어떻게 가면 좋을지에 대한 생각만 가득하지 쉽게 실천으로 옮기기엔 또 다른 용기가 필요하기도 하니까.

"그때 묘묘 시는 발견했어.
길 건너편에 처음 보는 문이 있는 거야."

그런 묘묘 씨에게 선물처럼 나타난 '문'. '문'이라는 도구가 가고 있는 역할이 참 묘하면서도 신기하다는 생각을 한다. 닫혀 있을 때는 단절이지만 손잡이를 돌려 빼꼼 여는 순간, 소통이 된다. 물론, 이때 중요한 것이 손잡이를 돌려 문을 여는 행위이겠지만. 문을 바라만 본다고 저절로 문 밖으로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손잡이를 잡고 돌리는 데에는 그만큼의 힘이 들어야 한다. 가만히 바라보기만 할 수도 있다. 궁금함을 생각으로 풀어나가기만 할 수도 있다. 그저 그렇구나, 하고 그냥 스쳐 지날 수도 있다. 나와 상관 없는 공간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묘묘 씨는 기꺼이 그 문을 열고 들어가 본다. 그리고 그 다음의 문을 또 그 다음의 문을 열고 나아가는 쪽을 선택한다.
이 선택이 중요한 것 같다. 사실 선택하지 않고 다시 돌아선다면 그 다음의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한 발짝 앞으로 다가가보는 시도가 새로운 여행이 가능할 수 있는 시작이 될 수 있으니까. 언젠가 지인이 경험주의자가 되라고 했던 적이 있다. 시도하지 않고 다가가지 않으면 아무것도 느낄 수 없다고. 새로운 것에 대해 직접 몸으로 부딪혀보는 경험주의자가 되어 다양한 것을 해보기에 주저하지 말라고. 그 동안의 생각을 바꿔주는 계기가 되었다. 어쩌면, 묘묘 씨 역시 그런 경험주의자가 되어보았던 것은 아닐까 싶다. 그리고 그런 경험을 통해 문 밖에 얼마나 아름다운 것이 많은가를 알게 되었을 것이다. 이제는 기꺼이, 어디로든 갈 수 있는 표를 들고 언제든 가게 밖으로 나설 수 있게 되지 않았을까. 지금도 여전히, 묘묘 씨는 여행 중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살짝 해본다.

다시 제목을 본다. 꼭 '가게'로 읽지 않아도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가게?'로 읽어도, '가게!'로 읽어도 좋을 것 같다. 이것 또한 읽는 사람 마음대로, 시도해보는 거다. 그러면 이 제목에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어디로 갈까? 묘묘 씨가 있는 '어디로 가게'로 찾아가 물어보고 싶다. 묘묘 씨, 어디로 가면 좋을까요?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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