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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전지 할머니 ㅣ 건전지 가족
강인숙.전승배 지음 / 창비 / 2025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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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구가 동구 할머니를 찾아가듯, 건전지 어린이들이 건전지 할머니를 찾아가듯, 나도 할머니를 찾아가 사랑을 듬뿍 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뭉클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고. 그림책을 읽어나가는 내내 잔잔한 미소가 지어졌다. 이렇게 사랑스럽고 든든한 책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이들의 마음이 이 책을 읽고 있는 나에게까지 전해지는 것 같았다. 덩달아 어깨를 바로 펴고 힘을 주어 단단해져야겠다는 마음을 먹어 보게 되었다. 할머니들의 사랑의 힘이 나에게까지 힘을 주는 듯한 기분이었다.
동구 할머니와 건전지 할머니의 손발이 척척 맞아 떨어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다.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힘을 발휘해야 하는지를 특히, 건전지 할머니는 너무 잘 알고 있었다. 동구에게, 그리고 동구 할머니에게 일어나는 일에 건전지 할머니가 펼치는 활약은 놀라운 감탄을 자아내기에 딱 알맞았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이들을 지켜내겠다는 다부진 마음과 각오가 한눈에 확인되는 순간들이었다. 특히 위기의 상황에서 발휘되는 능력은 어느 때보다도 건전지 할머니의 힘이 왜 필요한 지 한번에 알 수 있도록 해주었다. 아, 이런 할머니라면 마음을 놓아도 좋을 것 같다. 또한 동구 할머니도 예사롭지 않았다. 동구에게 있어서는 둘도 없는 친구이면서 보호자이면서, 사랑을 듬뿍 받는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잘 알려주는 존재였다. 따뜻하면서도 강한 우리의 동구 할머니. 이런 할머니라면 동구도 마음껏 커 나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런 두 할머니가 만났으니, 이들 같은 누구든 안전할 수밖에. 두 할머니의 조화가 예사롭지 않으면서도 괜히 마음 뿌듯, 기분 좋아지게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할머니들만 아이들에게 사랑을 주는 것은 아니다. 동구도, 그리고 건전지 아이들도 할머니들에게 힘을 준다. 어쩌면 두 할머니에게는 이 아이들이 찾아와 기쁘게 반겨 안기는 것만으로도, 함께 즐겁게 웃고 맛있는 것을 먹는 것만으로도, 그저 소중한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만으로도 할머니들을 기운나게 만드는 것일 수 있다. 오랜만에 만난 할머니와의 시간이 더할나위 없이 기쁘고 행복할 수 있는 건, 그런 서로의 마음이 서로에게 전달되었기 때문이고, 그런 마음으로 서로를 사랑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 동구 할머니도 건전지 할머니도 오히려 힘이 불끈 솟고 기운이 생길 수 있는 것이다.
사실, 동구 할머니의 집 마당에서 함께 모여 이야기 나누는 와중에 홀로 돌아가는 건전지 할머니가 조금은 쓸쓸하단 생각을 했다. 모두들 하루를 잘 마치고 모여 하하호호 즐겁게 시간을 보내는 중에 건전지 할머니만 혼자 남겨졌다는 생각에 외로워 보였다. 하루의 일을 잘 마치고 돌아서는 홀가분함보다는 조금은 허전한 느낌이 더 컸다. 함께하지 못하고 혼자만 떨어져 돌아오는 발걸음에 기운이 하나도 없어 보였다.
그런데, 그런 건전지 할머니에게 쏟아져 들어온 건전지 아이들! 이때 제일 활짝 웃었던 것 같다. 건전지 할머니에게도 기운을 듬뿍 나눠 줄 아이들이 찾아왔다는 것만으로도, 그래서 북쩍이며 시끌시끌, 할머니와 알콩달콩하는 모습을 보며 되려 안심을 했던 것 같다. 그럼, 뭐니뭐니해도 이렇게 정신없어도 함께 할 때 기운이 더 나는 법이지.
"으라차차! 할머니 충전 완료다."
할머니들을 '충전'시켜드리는 것이 어쩌면, 어려운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너무도 당연해서 그동안 쉽게 잊고 있었던 것. 그리워하고 보고싶어하고, 그래서 만나 반갑고, 서로에 대한 사랑을 보여줄 수 있는 것. 이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때마침 5월이고, 그리고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기에 충분한 날들이 가득하니, 이번 기회에 우리 할머니들 충전 좀 시켜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덩달아 할머니의 기운도 좀 얻어 오고 말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