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드힐 스토리에코 2
하서찬 지음, 박선엽 그림 / 웅진주니어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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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뜩하다. 공포스럽기도하다. 이런 상황에 놓이는 상상조차 무섭기만 할 정도이다. 이 상황에 놓인 지훈이 할 수 있는 선택은 과연 무엇이어야 할까. 가정에서의 폭력, 믿고 의지했던 형의 사고, 낯선 나라에서의 괴롭힘과 친구의 고통을 있는 그대로 끌어안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일까. 마치 이 소설을 읽는 지금, 내 눈 밑으로 입 안으로 서걱거리는 모래가 들어와 까끌거리는 듯 불편한 감정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지훈에서 남은 선택이 과연 있기나 한 것일지. 이 아이에게 있어 어떤 희망이라도 존재하는 것이 맞기는 한 것인지.

쥐도 도망갈 구멍을 만들어 놓고 쫓아야 한다. 어느 한 구석이라도 숨 쉴 수 있는 구석이 있어야 한다. 지훈에게는 형이 그런 공간이었고, 형과 찾은 동굴이 그런 집이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것도 지훈에게는 허락되지 않는 시간이었다. 쉽게 빠져나갈 수 없는 모래 구덩이에 몰아놓고 올라오려할 때마다 구덩이는 점점 힘없이 무너져 더 깊이 빠져들 수밖에 없는 함정과 같은 것이다. 이 구덩이에 몰아놓은 것은 결국 어른들일 것이다. 어른들의 문제가 고스란히 지훈에게 닿았고, 그런 과정에서 지훈이 할 수 있는 것은 더 깊은 구덩이에 빠지는 것밖에 없었던 것이다.

요리사도 조각가도 포기했어. 꿈보다 탈출이 먼저야. 너도 데려갈게. 야자수 밑에서 콜라나 마시자.(26쪽)

아이들의 꿈 이야기가 이렇게 치열해야만 할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 지금의 상황에서 기댈 수 있는 희망이 이것 하나뿐이라는 사실에 몸서리가 쳐질 정도다. 어떻게해서든지 도망치기 위한 방법만을 머릿속에 가득 담고 살아가야 했던 현실에서 과연 형은 벗어난 것이 맞는지. 그런 형을 지켜보며 지훈 또한 현실에서 어느 만큼이나 도망칠 수 있을지, 지금으로서는 앞이 잘 보이지 않는 깜깜한 암흑같은 느낌일 뿐이다.

하지만, 지훈이 내내 이렇게 도망만 치면서 살 수만은 없을 것이다. 계속 모래 구덩이를 밟을 때마다 무너지기만 할 수는 없는 것이니까. 모래 구덩이지만 그 사이 어디라도 조금 단단한 곳을 밟고 올라갈 수 있는 땅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이 구덩이에서 진짜, 탈출을 해야 하는 것이다. 온 힘을 다해 도망치기보다는 다시 살기 위한 방향으로 온 힘을 다해야 한다. 과연 지훈은 그 방향을 잘 찾아 다시 달려나갈 수 있을지. 사실은, 그러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방법을 잘 찾아 지금의 상황에서 빠져나오기만을 바라는 마음뿐이다.

덧-
이 아이들은 어쩌면 내내, 도와달라고 외치고 있었던 거라는 생각이 든다. 지훈이 찰흙으로 조각을 하나씩 만들어 나갔던 것도, 라희가 '선배님'에 집착했던 것도, 사실은 살려달라고 도움이 필요하다고 간절하게 외치는 말들이었던 것이다. 다만, 이 외침을 어느 누구도 들어주지 못했다는 것, 도움을 줄 수 있는 손길 하나 내밀지 못했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그래서 라희에게 지훈이, 또 지훈에게 라희가 그나마 나약한 손을 내밀어주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이 아이들이 서로에게 조금이나마 온기를 줄 수 있는 유일한 손길이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출판사로부터 가제본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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