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모든 공이 좋아! 도넛문고 12
이민항 지음 / 다른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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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를 좋아하지는 않는다. 즐겨보지도 않는다. 야구에 대해 모르지는 않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야구에 대한 관심은 적은 편이다. 만약 야구를 좋아하지 않아서 이 책을 읽을 수 없는 거라고 한다면 진작에 이 책을 읽을 생각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을 다 읽은 입장에서 본다면, 이 책은 굳이 야구 이야기라고 하지 않아도 좋겠다는 생각이다. 그저 야구는 거들 뿐, 진짜는 야구하는 아이들의 이야기다. 마치 말장난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진짜 이 아이들의 이야기다. 이 아이들이 어떤 마음을 먹고 또 어떤 내일을 꿈꾸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그런 면에서 참, 건강한 이야기다.

희수의 루틴이 재밌기는 했다. 처음에는 대윤이처럼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희수의 마음이 무엇인지를 모르지 않기에 희수의 루틴이 그저 웃기기만 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짠하고 안쓰러운 느낌이 들기도. 무언가에 대한 간절함이 어떤 결심과 행동을 만들게 되는지를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으니까, 희수의 행동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여줄 수 있을 것 같았다. 희수에게 있어서 야구는, 그저 하기 위한 것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반드시 꼭 해야할 수밖에 없는 전부일 테니까 말이다. 그런 마음이 어떻게 사람들에게 비춰질 지에 대한 것조차 제대로 생각하지 못한 채 자신의 일에 전부를 걸고 있는 희수. 그런 희수에게서 마음을 내려놓을 수가 없었다.
그럴 때가 있다. 나에 대한 생각이 너무 무거워 그 외에 다른 것을 차마 함께 생각할 수 없는 순간. 그런 순간은 아무리 다른 이가 곁에 있어도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기도 한다. 어쩌면 희수가 그런 마음이었지 않았을까. 너무도 절실한 마음에 주변 누구도 풀어줄 수 없었을 것이다. 나 하나를 품는 것조차 버거웠을 테니까 말이다. 그러니 어느 것 하나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것 또한 너무도 당연한 일. 그리고 보통은 이런 일이 반복되며 스스로를 자책하거나 또 좌절하게 되는 순서로, 그마저도 갖고 있던 자신감을 서서히 잃게 되는 것이고.
하지만, 희수에게는 대윤이가 있었다. 티격태격하면서도 조금이나마 좋아하는 것을 끝까지 할 수 있도록 돕고 싶은, 순수하고도 정직한 마음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대윤이. 희수에게 있어서 대윤이와의 만남과 조합-보조 배터리-은 다행한 일이었고,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으려고 포기하려는 순간, 다시 해볼 수 있는 마음을 먹을 수 있도록 자극해 준 고마운 존재이기도 했다. 가만 보면, 친절한 것보다 냉정한 것이 때론 더 나을 때도 있다는 것을, 이 아이들을 보며 알게되기도 했다. 정확하게 현실을 직시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도 때론 무척 중요하고 필요하다는 것을, 대윤이가 희수에게 해주는 여러 조언과 도움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요즘 자주 하게 되는 생각인데, 왜 꼭 이런 시련이나 고민을 통과해야만 다음으로 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바로 그거다. 힘든 시기를 지나지 않으면 성장할 수 없는 것처럼, 한번씩은 꼭 힘든 과정을 견디고 버텨 통과해야만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가게 된다. 특히 청소년 시기의 아이들에게 있어서는 이 과정이 꼭 지날 수밖에 없는 통과의례와 같아서 안 거치고는 어른이 될 수가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굳이, 이런 과정을 잘 통과해야만 하는 것일까. 안 겪거나 혹은 통과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의 수는 왜 없을까. 희수에게도 또 대윤에게도 그리고 그 외 많은 청소년들에게도, 이들 모두에게 이런 과정이 어떤 상처를 만들고 또 그 상처가 아물면서 어떤 또 다른 사건들을 마주하게 될지. 그 마주하는 시간이 너무 깊은 상처를 만들어 그 상처가 오래도록 남지만 않는다면 좋을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여기서 간과할 수 없는 것은, 그럼에도 여전히 변함없이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또 어떤 것을 향해 나아가야할 것인가를 놓치지 않는다면 결코 자신의 목표에서 벗어나는 삶을 살지는 않을 것이라는 거다. 희수가 여전히 야구를 할 수 있었던 힘은, 다른 무엇보다도 희수 본인이 자신의 마음을 단단히 붙잡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누군가에게 의지하려고만 하고 또 자신만의 것을 찾지 못했다면 그 다음의 희수는 기대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희수는, 자신이 무엇을 잃지 말아야 하는지, 그리고 어떤 노력을 이어나가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생각하고 고민하며 놓지 않았다. 그래서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방향을 잃지 않았던 것이다.

고달플 것이다. 쉽지 않을 것이고. 건너야 할 장애가 무척 많을 것이다. 그럴 때마다 계속 새로운 상처가 남을 수 있다. 그럼에도! 희수는 그 다음을 향해 달려나갈 것 같다는 믿음이 있다. 넘어져보았기 때문에 어떻게 일어나면 되는지, 그 방법을 어떻게든 찾을 것이다. 그러니, 그것만으로도 됐다는 생각이 든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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