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클 - 제18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학 134
최현진 지음 / 창비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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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왜 누구나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시행착오라는 것을 해야 하는 걸까. 왜 고난과 위기의 순간을 반드시 넘어야만 그 다음으로 향할 수 있는 것일까. 이런 힘든 시기를 겪지 않고도 순조롭게 그 다음을 꿈꿀 수는 없는 걸까. 아픈 다음에야 그 아픔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이 만들어지는 이유가 무엇일까. 특히, 지금의 아이들을 볼 때마다 그런 생각이 자주 들었다. 힘겹게 이 시간들을 참고 견뎌야만 한다는 강박을 안고 살아가고 있는 듯한 아이들. 이런 과정 없이 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했었다.

유리가 안고 있던 무게는 무겁기만 했다.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겉으로는 티내지 않으려는 건 유리뿐만이 아니었다. 할머니도 엄마나 아빠도, 이미 5년 전부터 늘 무겁게 내리 누르는 무게감을 덜어내지 못하고 빛의 방향도 찾지 못할 만큼 어두운 터널을 걸어가는 기분으로 한기를 참아내고 있었다. 죄책감. 살려내지 못했다는, 보호하지 못했다는, 그리고 나 때문에의 죄의식이 결국 이들 모두에게 힘겨운 시간을 견뎌내라고 강요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런 마음들이 증상으로 나타나게 되고 유리의 눈에 맺히는 눈송이가 되었을 것이다.
어른은 어른이라고 아무렇지 않게 참고 견디는 쪽을 택했다. 물론 그 마음 안에서 어떤 소용돌이가 치고 또 어떤 마음이 차곡차곡 쌓여 곪게 만들었을 지는 짐작할 수 없다. 다만 유리의 마음을 통해 그 상처의 깊이는 무척 컸을 것이라 짐작할 수 있다. 동생 영을 사랑하지만 차마 그 모습을 볼 수 없는 아픔. 겁이 나면서도 슬프기도 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받아들이기 힘든 이 상황은 스스로 극복해내기에 너무 버거웠을 것이다. 그렇다고 다른 누군가의 도움을 받을 수도 없었다. 이 상황에 있는 모두가 아프고 각자 자신의 상처들이 너무나 컸으니까. 그저 이 시간을 견디는 것. 이 상황을 버티는 것으로 서로의 안부를 대신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배영' 하고 부르는 내 모습을 상상했다. 상상 속에서는 영이 '왜에!' 하며 짜증을 낸다. 상상 속의 영은 아직도 어린 내 동생이다.(64쪽)

바보 배영. 바보라고 하면서도 그런 동생의 행동을 따라하고, 늘 자신의 생각에 동생의 생각을 덧붙이며, 동생의 시간을 자신의 시간과 함께 계산하는 유리야말로 사실은 바보다. 하지만 이런 바보여서 다행이다. 이런 바보였기 때문에 기 시간의 방황에서 결국 다시 어느 길을 찾아가야 하는지를 잘 찾아낼 수 있있으니까.

이 소설을 읽으며 울컥하게 되는 장면들이 있었다. 왜 순간 눈물이 차오를까, 왜 감정이 흔들릴까, 왜 이 부분이 안쓰럽고 속상할까. 별다른 말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그저 감사의 인사를 건네는 정도만으로도, 그저 하늘을 올려다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찡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가 건너야 할 삶의 장애물 같은 지점들은 이렇게나 많은 감정들을 만나 쌓이게 만드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순간들을 문득문득 마주하면서 성장하고 커 나갈 수 있는 거구나 싶었다. 결국 우리가 나아가는 삶이란 결국 이런 과정이 쌓여서 그 다음을 준비할 수 있는 단단함을 선물하는 것이구나. 그래서 아픔과 슬픔, 역경이나 시련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겠구나.

눈의 결정은 하나같이 다른 모양을 지니고 있다. 어느 것 하나 같을 수 없으며 우리의 삶과 인생, 우리의 모습 또한 같은 것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 눈의 결정(結晶)이 결정(決定)되어 내리는 것이 아니듯,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 어느 것도 결정(決定)된 것은 없다. 그저 자신만의 결정(結晶)을 만들어나가면 되는 것일 뿐. 그러니, 이제 알게 된 이상 묵묵히 나아가는 수밖에. 그러다 또 다른 지점을 만나게 될 지라도, 이젠 그런 지점들을 잘 건너갈 수 있게 될 테니, 걱정 없다. 이런 마음으로, 유리와 시온이를, 그리고 엄마와 아빠를, 할머니를, 그리고 우리의 바보 영을 응원한다.

*출판사로부터 가제본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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