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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오른발은 어디로 가니 - 돌봄 소설집 ㅣ 꿈꾸는돌 41
강석희 외 지음 / 돌베개 / 2024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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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요즘이다. 관련 책들을 읽기도 했지만, 돌봄이란 단어가 우리 삶에서 매우 중요하게 다뤄져야 함을 알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돌봄은 누군가의 도움이나 손길이 필요한 경우에 대해서만 한정하여 생각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우리가 살아가는 것 자체가 모두 돌봄임을 알고 있다. 그리고 이 소설집이 이런 모든 돌봄을 포함하여 말하고 있기도 했다.
결국 돌봄은 나 자신을 잘 돌보는 것에부터 출발하는 것이 아닐까. 내가 나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으며 또 어떻게 돌봐야하는지에 대해 생각해보는 적이 있었나 싶다. 어쩌면 누군가 다른 사람을 돌보느라고 나 자신을 소홀히하고 있었을 수도 있다. 대부분 자기 자신을 가장 나중에 돌아보게 되기도 하니까. 그러니 다른 사람 이전에 나 스스로를 먼저 볼 줄 아는 것이 돌봄의 시작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아지는 발을 다시 조금씩 커지게 만들고, 익숙해지게 만들기 위해서는 스스로 행복해질 수 있는 것을 찾아야한다는 설이의 말처럼,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또 그것을 향해 얼마나 마음을 다할 수 있느냐가 이 돌봄에서 중요한 부분인 것이다. 이와 같이 이 책의 소설들은 어떤 태도로 돌봄을 대해야 할 것인가를 잘 보여주는 이야기들이었다.
"일이 내 뜻과 계획대로 이루어지기보다 우연에 의해 달라질 때가 많은데 그때마다 예민하게 굴기보다 조금은 무감각해지는 편이 좋을 수도 있고."(160쪽)
뜻대로 되지 않는 때가 많다. 그렇다고 되지 않는 것에 예민할 필요 없다고, 조금은 무감각해지는 방법으로 돌봄을 대해도 좋겠다는 글로 읽혔다. 마치 돌봄에 대한 태도나 마음가짐 정도로 생각해도 좋을 것 같았다. 전전긍긍 애걸복걸 어쩔 줄 모르고 하나하나에 온통 신경을 곤두세우는 돌봄 말고, 조금은 여유를 찾을 수 있는 마음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럼 한수현 너도 가방 해. 내가 진짜 가방이고 너도 진짜 가방이라면 너 나중에 힘들 때 가방 안에 숨어."
"응. 내가 숨겨 준다는 말이야."
"그 대신 내가 힘들면 나 좀 들어 줘."
"응. 내가 덜 힘들게 나를 잠시만 들어 줘."(229-230쪽)
잠시 숨을 수 있도록 공간을 내어주고, 누군가가 들어주는 정도의 도움만으로도 충분히 위로가 될 수 있다는 뜻이 아닐까. 혼자 도시락을 먹는 지우에게 말을 걸고 함께 샤인 머스캣을 나눠 먹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것이다. 물론 점점 무거워지고 커지는 가방을 짊어지고 가야하는 해요처럼 힘들기도 할 것이고, 위기의 상황에서도 끝까지 챙겨야하는 사람을 버려둘 수 없어 계속 찾아야하는 본구처럼 쉽게 놓을 수 없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의 표지 그림이 인상적이다. 두 친구가 서로 등과 어깨를 기대어 포개져 앉아 있다. 표정은 한없이 평온하다. 서로가 서로에게 기대어 있는 모습을 보인다. 마치 이런 이야기라는 듯이, 돌봄을 그림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너무나 당연한 결론일 수 있지만, 우리 사회가 당연한 것이 무시되는 경우가 많으니, 이 돌봄 소설집 또한 당연한 것을 되새길 필요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결국, 우리가 살아가는 것 자체가 돌봄이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