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의 역설 - 모두가 원하지만 아무도 하고 싶지 않은
김준혁 지음 / 은행나무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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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 지 몇 년 됐다. 그 전까지는 나에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라고 생각했었고,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알아볼 생각도 없었다. 어쩌면 나에게 닥친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을 수 있고 나와는 상관없다고 생각하고 싶었던 것일 수도 있다. 어쩌면 알면서도 모르는 척, 회피했던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더이상 그럴 수 없는 때가 왔는데, 바로 코로나19의 팬데믹 상황이었다. 이 상황은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가장 취약한 부분부터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시기였고, 그때 비로소 알게 된 것이 '돌봄'의 문제였다. 얼마나 많은 사회적 책임을 개인이 떠안고 살아왔는지, 그러면서도 여전히 개인은 돌봄을 잘 해내지 못하고 있다는 죄책감을 안고 살아가고 있는지, 그제서야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문제를 인식했다고 해서 해결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여전히 돌봄의 문제는 해결되지 못한 채 많은 질문만을 던지고 있다. 분명, 사회 문제로 대두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다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기분이다. 그래서일까. 이 책이 반갑다. 다시 우리의 생각을 일깨워줄 수 있으니까. 잊지 말아야 한다고, 우리 모두가 이 돌봄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그러니 좋은 돌봄이 이루어질 수 있는 방법을 끊임없이 모색해보아야 한다고.

이 책을 다 읽었음에도 해결방법이 뚜렷이 떠오르지는 않는다. 다만, 우리가 돌봄에 대해 각자의 위치와 자리에서 모색해야 할 방법을 떠올려보는 것부터 시작해야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저자가 의료의 입장으로 이야기하고, 의료계의 돌봄이 어떻게 사람들에게 미치고 또한 피어나게 할 것인가를 말하고 있는 것처럼, 사람들은 각자의 입장에서 책임질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나는 이미 자녀이고, 또한 부모이며, 공감해주어야 하는 많은 아이들이 있다. 그렇다면 이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돌봄의 정의를 다시 확인하고, 어떻게 사회적으로 3차, 4차의 돌봄이 이루어질 수 있는 구조를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해봐야 한다. 분명 혼자 아무리 말하고 생각하고 고민한다고 해도, 실질적인 현실이 변화되기 어렵다는 것을 잘 안다. 실제로 나의 부모님만 보더라도 문제 해결이 전혀 되고 있지 않으니까. 하지만 안 된다고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다. 미래의 삶과 사회가 지금과 같으면 안 되니까.
이 책을 읽으며 또 새롭게 깨닫게 된 사실이 있다. '돌봄'을 지금껏 약한 자를 그렇지 않은 자가 돌본다고만 생각했었다. 아주 작은 부분의 돌봄만을 떠올리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 사회가 떠안고 있는 많은 문제가 결국 '돌봄'의 문제로 귀결된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었다. 가족, 성소수자의 문제, 출산과 여성의 삶, 장애, 그리고 죽음과 치료, 삶에 대한 존엄과 가치 등. 어느 것 하나 돌봄과 떨어뜨려 생각할 수 없는 문제들이었다. 이런 광범위한 문제가 모두 '돌봄'의 문제와 맥이 닿아 있다는 것을 명확히 느낄 수 있었다. 결국, 우리 사회가 지금껏 감추려고만 했던, 그래서 여전히 편견과 선입견을 갖고 처리하고 있던 문제들이 함께 해결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었다. 생각보다 복잡한 사회적 논리 속에서 이 연결고리를 제대로 풀어나가지 않으면 안 되겠구나, 싶었다.

어쩌면 어렵고 딱딱하고 무겁기만 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저자는 그런 막막함을 문학으로 풀어냈다. 언젠가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요즘 세상에서, '소설'을 읽는 것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 이유는, 소설은 다른 사람의 삶의 맥락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소설을 읽을 줄 안다는 것은 타인의 삶에 관심을 갖고 이해하려는 노력을 할 줄 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타인에 대한 공감을 소설을 통해 배울 수 있다는 것. 너무 맞는 말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으며 한번 더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저자가 문과이면서 이과여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돌봄에서 벗어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건 너무나 명백한 사실이다. 하지만 이 사실을 애써 외면하려는 사람이 훨씬 더 많다. 자신과는 다른 차원의 이야기라고 고개 돌리기 바쁘다. 이제는 냉철해져야할 때라는 생각이 든다. 더 이상 미뤄둘 문제는 아닌 것이다. 바로 눈앞에 벌어진 문제를 어떻게 하나씩 해결해나갈 것인가, 우리의 생각을 바로 세우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든다. 갑자기 마음이 급해졌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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