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이라는 산 - 개정판
고정순 지음 / 만만한책방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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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을 만들어내는 예술가의 삶은 어떤 마음이어야할까 짐작해본 적은 있지만 그 짐작이 쉽지는 않았다. 잘 알지 못하는 세계이고 또 책으로 이야기를 접하는 것과 그 이야기를 만든 사람의 삶이 같을 수는 없을 테니까. 그래서 그림책에 작가의 삶을 투영해 본 적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특히 소설이나 에세이가 아닌 '그림책'이라면 더욱 픽션으로 대하면 될 거라고, 가볍게 생각했었다. 그림책은 한껏 그림을 꾸미고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들에 의해 지어지는 이야기라고 생각했으니까. 특히 아이들이 주로 읽는 그림책이라면 더욱 그럴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림책을 제대로 접해보기 전에는.
그림책에 현실이 있고 그 현실이 얼마나 냉혹하고 처절할 수 있는지도 잘 알고 있다. 단순히 어린 아이들을 위한, 꿈과 희망이 가득 담긴 환상적인 이야기들로만 그림책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 또 그런 그림책을 통해 우리 세상을 제대로 볼 줄 알고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그림책을 허투루 말할 수 없다. 헌데 이제는 이 책을 읽어서 더욱 함부로 이렇고 저렇다고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작가의 치열함을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고정순이란 사람에 대해 제대로 알게 된 산문집이었다. 고정순의 그림책에 대해 완전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모를 수는 없게 됐다. 그리고 그림책에 대한 마음이 얼마나 간절하고 소중했는지, 그래서 어떤 마음을 담아 지금까지 그림책을 만나고 또 사람들을 만났는지를, 알아버렸다. 그러니 더욱 고정순과 고정순의 그림책을 그냥 지나칠 수 없게 되었다. 뭔가 의리를 지켜야할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그러게, 우리도 돈이 있어야 밥도 먹고 병원도 갈 텐데. 돈이 있어야 그림도 그리고 기타도 칠 텐데. 돈이 있어야 데이트도 하고 놀러도 갈 텐데.(43쪽)
작가의 생을 이루는 4원소가 있으니 밥, 술, 부업 그리고 영혼의 협잡꾼. 이게 가까운 마트나 시장에서 파는 물건이 아니라서 다 갖추기 어렵다는 큰 단점이 있다.(105쪽)

마치 예술과 돈은 가까이하면 안 되는 것처럼, 사람들은 자기 멋대로 경계를 세워놓고 판단하려 든다. 그런 법이 어디 있나. 결국, 이 세상에 나서 살아가야한다면 돈도 무척 중요하다. 그걸 모르는 사람은 없는데 이상하게 다른 잣대를 갖고 사람을 대한다. 참 이중적이다. 그런 의미에서 고정순 작가가 돈이 있었으면 좋겠다. 밥도 먹고 병원도 가고 그리고 그리고 기타도 치고 데이트도 하고 놀러도 갈 수 있게.

처음에는 부담스러워 웃기만 했는데 시간이 지나니 정말 이 시대의 작가가 되고 싶다. (...) 시대를 대표하는 의미가 아니라 내가 사는 시대를 그리고 싶다. 현실 속 살아 있는 사람들을 그리고 싶다. 오늘도 퇴근하지 못한 노동자들이 있고, 그 안에 청소년 노동자도 있다. 전철역에서 죽고 공장에서 죽고 용광로에서 죽는다.(84쪽)

이러니 고정순과 고정순의 그림책을 알아보지 않을 수가 없다.

천재적인 감각으로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을 해내는 것도 예술이겠지만 누군가를 위해 '달빛을 햇빛 삼아' 달리는 마음도 예술이라고 말했다.(...) 한 줄이라도 정성껏 쓰고, 그리고 싶은 사람들의 마음이 바로 예술이다.(131쪽)

예술의 마음을 잘 알고 있는 작가였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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