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의 얼굴 웅진 모두의 그림책 70
소윤경 지음 / 웅진주니어 / 2024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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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책을 넘기면 커다랗게 그려져있는 인물도가 눈에 먼저 들어온다. 가만히 들여다본다. 분명 어디서 본 듯한 얼굴 같기도 한데 잘은 모르겠다. 친숙하고 낯설지 않은 듯하면서도 뭔가 독특하다. 인물들의 시선에도 눈이 간다. 어딜 보고 있는 걸까, 어떤 마음을 담고 있는 눈빛일까. 눈은 마음의 창이라는 옛날 말을 다시 떠올려본다. 어떤 마음을 담고 있는 눈빛과 눈매일지. 짐작해보는 재미가 있다.
전래동화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이야기 속 인물들이다. 헌데 그동안 이렇게 생각해보기 쉽지 않은 생각들이 담겨 있다. '정말, 이런 마음이었다고? 그럴 수도 있겠는데? 근데, 이런 마음이었다면 얘기가 좀 달라지는데. 그렇다면 우리가 안다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은 모르는 것이었다는 거네? 이런 마음이라면 다시 생각해봐야겠는데?' 자꾸 딴 생각으로 빠져들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 이 인물들에게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주고 싶어지기도 한다. 그 속내를 들여다보고 찾아보고 싶어진다. 딴지도 걸고 싶어지고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 덧붙여주고도 싶어진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리고 재밌었다. 한 가지 이야기를 한 가지로만 얘기하지 않아도 된다는 강박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 뒤집어 보고 거꾸로 흔들어보기도 하면서 기존의 이야기가 만들어놓고 있던 경계를 허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시도 자체가 인상적이다. 무릎을 탁 쳤다. 그래, 이런게 우리한테는 필요한 것이었어!

얼마 전에도 형님한테 꾸지람을 들었다.
내 꼴이 한심하다며 쓴소리를 잔뜩 쏟아 내셨다.
하지만 다 저 생긴 대로 사는 거 아닌가?(...)
사랑하는 아내와 토끼 같은 자식들과 함께
온종일 부대끼며 사는 것이 나의 행복이다.
배꼽시계만 자주 울리지 않으면 좋으련만.
형수님에게 또 뺨따귀 한 대 맞으러 가야겠다.
꿀맛 나는 쌀밥 맛 좀 보러.('흥부' 중)

제수씨와 조카 녀석들 얼굴 보기도 민망하다.
자식은 그리 많이 낳아서 어찌 다 키울 생각인지......
언제까지 동생 뒤치다꺼리를 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흥부야, 제발 정신 좀 차려 다오!('놀부' 중)

우리의 전래 동화에는 특징이 있다. 권선징악. 선하면 복을 받고 악하면 벌을 받는다. 그래서 선과 악의 구분이 명확하다. 반드시 선해야만 결과가 좋다. 행복한 결말을 맞기 위해서는 착해야 한다. 착한 게 최고! 하지만, 과연? '흥부와 놀부'는 그 중 가장 극명하게 선과 악으로 구분되는 인물이다. 하지만, 진짜 그들의 삶과 마음을 다 안다고 할 수 있을까? 그들의 속내를 우리가 다 알 수는 없다. 그들의 말과 행동만으로 추측할 뿐. 그리고, 그들에 대해 그렇다고 말하는 사람 마음대로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우리가 어떻게 볼 것인가는 우리가 정할 수도 있지 않을까. 우리가 느껴보고 싶은 이야기를 만들어볼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인지 이 그림책의 인물들을 읽어나가다보면 자꾸 웃음이 새어 나온다. 어라, 이런 거라고? 하는 마음과 함께. 그럼 덩달아 나도 그 이야기에 한 꼭지의 생각을 덧붙이게 된다. 내가 만들어보고 싶어지기도 한다. 이 책을 읽고 같이 만들어보자고 하고 싶어지기도 한다. 새로운 생각과 아이디어가 마구 쏟아져나올 것 같다. 혼자 생각에서 그치지 않고 함께 생각을 키워 나갈 수도 있을 것 같다. 역시, 이야기 속 인물은 중요하구나, 다시 느끼게 된다.

어쩌면 우리는 너무 쉽게 어떤 현상이나 문제의 한쪽 면만을 보고 그것이 전부라고 생각해온 것은 아닐지. 이 그림책은 각 인물들의 평가를 뒤집었다. 지금까지 욕 먹고 있던 인물은 감싸고 또 칭찬만 받아왔던 인물은 그렇지 않은 검은 속내를 드러내고. 그들에게 우리가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던 다른 면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이처럼 우리도 생각을 좀 달리 해보라고 권하는 느낌이 들었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권한다면, 거절할 이유가 없지.나도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새롭게 만들어보고 싶어졌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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