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움큼의 외로운 영혼들 - 세기전환기의 멜랑콜리
강덕구 지음 / 을유문화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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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주제가, 그동안 익히 잘 알고 있는 장르나 영역의 이야기가 아니어서 읽기 쉽지 않았다. 영화, 노래, 그리고 작가, 배우 등에 대해 저자가 갖고 있는 관심이 전문적인 수준이어서 단순히 호기심 정도로 이해하고 넘어가기에는 그 수준이 깊었다. 그러면서도 각 부분의 이야기가 부제에도 달려 있는 것처럼, '멜링콜리'했다. 각 작품들의 내용과 주인공들의 삶은 어둡고 불행하기만 했다.

자기 파괴, 관조적 태도, 아이러니는 근사한 자아를 뽐내는 오늘날의 문화적 상상력과는 전연 다르다. 영웅주의는 악이라고 바꿔 말할 수 있는 우리 내면의 어둠을 받아들이고,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바깥의 어둠 및 그 안에 있는 공포와 맞서 싸우는 태도다. '우리는 외부에서 가하는 폭력과 내부에서 솟아오르는 자기 불신 속에서 어떻게 스스로를 지킬 수 있을까?' 나는 지나간 세기의 영웅주의에서 그 해답을 찾았다. 어둠을 대면하는 그들의 냉소적이고 어리숙한 태도에서.(61쪽)
이들은 영화가 언제나 끝나가고 있음을, 죽음이라는 종언에 보다 가까이 다가가 있음을 의식한다. 그들은 각자 다른 영화적 비전을 보여 주었지만, 영화라는 매체를 향한 그들의 근심은 거의 일치한다.(...) 이러한 근심에 기반한 그들의 '멜랑콜리'는 지금의 영화 문화에 그림자를 짙게 드리운다.(148쪽)

파괴, 아니러니, 악, 어둠, 불확실성, 공포, 폭력, 불신, 냉소. 이 단어들만으로도 충분히 저자가 갖고 있는 우리의 영화에 대한 생각을 알 수 있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런 영화의 '끝'을 말하고 있었다. 영화를 통해 보여주던 아름다움은 더이상 찾을 수 없으며, 그저 구시대의 유물이 되어갈 뿐이라는 것. 이건 음악 또한 마찬가지.

이 노래들의 목소리는 삶을 바꿀 순 없으나 마취시킬 수는 있다는 어떤 체념에 깊이 사로잡혀 있다. 나는 세상의 즐거움과 슬픔을 함께 발견하는 이러한 체념에 얼마나 기룩한지 안다. 내가 팝 음악의 목소리에서 배운 것은 바로 이런 체념이다.(97쪽)

저자가 이런 예술에 대해 갖고 있는 전망과 감수성, 많은 비관적 판단과 근거를 통한 태도, 그리고 과거를 풍미했던 우리의 예술에 대한 향수 등이 어우러지며 저자의 삶을 관통했던 예술이 무엇이었고 어떤 모습이었는지를 잘 보여주었다. 그런 20세기의 영웅들.

그런데, 21세기의 영웅들은 과연? 소설가, 배우, 밴드, 그리고 영화가 보여주는 요즘의 이야기들은 과연? 한 시대가 지나고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여 등장한 그 영웅들의 면모와 그들을 평가하는 지금의 시선들은 어떠한지에 대한 저자의 솔직한 이야기들. 저자가 각 인물들에 대해 하고 있는 판단과 태도가 무척 도전적이고 직설적이라는 생각을 했다. 거침이 없다는 것. 이런 판단을 가감없이 할 줄 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대단하다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이럴 수 있었던 배경은 저자가 갖고 있는 단단한 전문적 지식과 판단, 가치관, 그리고 폭넓은 안목과 시야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런 저자의 판단에 대해 우리도 함께 판단해볼 수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함께 했다.

20세기의 영웅들은 이 끝과 싸워 나가려 했던 인류의 발명품이었다. 이 불멸을 향한 충동은 현세의 영원성을 보장하려 했던 볼세비키 혁명처럼 20세기를 관통하는 주제 중 하나였다. 끝을 유예하려는 20세기의 충동들은 '허구'라는 방법으로 불멸을 가능케 했다. 이처럼 허구화한 불멸의 대표적 예시로 다양한 페르소나를 취사선택하며 끊임없이 변모하는 이미지를 창조한 보위를 떠올릴 수 있을 거다.(...) 그러나 그런 보위조차도 종국에는 필연을 막을 수 없음을 알았다. 끝은 언제나 오는 법이니까.(284쪽)

20세기와 21세기는 분명 다르고 그런 세기의 변화, 즉 세기전환기에서의 예술은 어떤 끝과 시작을 맞고 있는지를 저자는 충분한 숙고와 비판적 판단을 통해 말하고 있었다. 솔직히 모든 이야기를 완벽히 이해할 수는 없었다.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대중적인 이야기는 분명 아니었고, 또한 저자가 담아내고자 했던 비평들의 수준이 일반인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을 훨씬 뛰어넘었기 때문에 꼼꼼하게 하나씩 찾아 공부하듯 읽지 않고서는 그 많은 생각들을 모두 받아들일 수는 없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한마디로 어려웠고 깊이가 있는 이야기었다. 저자는 예술에 대한 담론을 지닌 평론이 아니라 비평적 에세이 정도라고 말했지만, 추가 설명 없이는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지점이 많았다. 에세이에 대한 기준이 달랐다고나 할까. 다만 저자의 깊은 애정만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진짜 비평이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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