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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 호빵 ㅣ 웅진 우리그림책 132
백유연 지음 / 웅진주니어 / 2024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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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며시 미소가 지어진다. 덩달아 행복하고 따뜻해진다. 저 빨간 동백꽃 속으로 나도 슬며시 들어가보고 싶고, 한 입 베어물며 전해지는 따끈하고도 달콤한 맛을 느껴보고 싶다. 추운 계절 따뜻한 것이 그리워지는 이 시기에, 동백 호빵 하나면 추위가 사르르 녹아내릴 것만 같다. 이런 따뜻한 이야기를 어떻게 만들어낼 수 있는 거지? 이건 작가의 마음 또한 동백 호빵과 같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작가를 잘 알지 못해도 이 이야기만으로도 충분히 작가를 알게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얼마나 따스하고 아름다운 마음을 갖고 있는 작가일까.
몸집이 십여 센티 정도에 녹색과 노란색, 흰색의 깃털을 고루 가진 동박새는 겨우내 활동하는 우리나라의 흔한 텃새다. 동백나무는 이 동박새의 도움을 받기로 한다. 마침 동박새는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서 많은 열량을 필요로 하기에 동백꽃에 담긴 달콤한 꿀을 빨아먹기로 하고, 동백나무의 수분 매개자가 되어 준다.(...) 춥고 고될수록, 주변의 환경이 나빠질수록, 그들은 더 끈끈히 유대한다. 마치 서로에게만 꼭 맞는 퍼즐처럼 그들은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가 되었다. 이것이 동백나무와 동박새, 그리고 겨울 숲의 생물들이 살아가는 방식이다.(이소영의 도시식물 탐색 '동백나무와 동박새의 공생' 중_2018.1.4.)
동백나무와 동박새의 유대, 겨울 숲 생물들이 살아가는 방식이라는 말이 제대로 와 닿았다. 겨울이라는 계절이 그런 것 같다. 어떤 생물도 겨울의 추위 속에서 여유롭거나 안전하지는 못할 것 같다. 그렇다면 누구라도 이 겨울을 잘 지낼 수 있어야만 다시 올 봄을 맞을 수 있다. 봄이 되어 생명을 틔우고 삶을 이어갈 수 있기 위해서는 겨울을 잘 날 수 있는 방법이 중요한 것이다. 이럴 때 제일 좋은 방법은 혼자가 아닌 여럿이 함께 하는 방법. 혼자의 힘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것도 다같이 하면 가능한 법이니까.
이것을 제대로 할 줄 알았던 동물 친구들이었다. 생명을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어려움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끝까지 돌볼 줄 아는 마음을 갖고 있었다. 돌봄이 단순히 자신의 가족이었어야만 가능했던 것도 아니다. 나에게도 어려움이라면 모두에게 다 어려움일 것이고, 그런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함께 극복할 수 있도록 마음을 나눌 줄 알았던 것이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줄 알았을까. 이 동물 친구들이 따뜻한 마음을 나누어야겠다는 마음과 생각을 먹을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그 마음이 무척 소중하다.
이를 통해 숲속 친구들은 또 하나의 소중한 관계를 얻었다. 겨울의 추운 숲속 생활을 어떻게 지내면 좋을지에 대한 방법을 찾았다. 이건 비단 숲속 친구들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우리의 삶도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이 그림책은 지금의 꽁꽁 얼어붙어버린 추운 겨울을 우리가 어떻게 지내야하는지에 대한 힌트를 주고 있다. 나만 따뜻한 집 안 훈훈한 공기 안에서 배불리 먹고 등 따뜻하게 지내고만 있다고 좋은 겨울을 나고 있는 것은 아니니까. 무엇에 마음을 보탤 줄 알고 또 어떤 마음을 간직하고 있어야 하는 지에 대한 답을 이 그림책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아마 이건 나만 그렇게 느끼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이 그림책을 만난 것이 너무 다행이다.
<동백 호빵>. 동지인 오늘, 딱 어울리는 그림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