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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운하우스
전지영 지음 / 창비 / 2024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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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이 소설들 뭐지? 소설을 하나씩 읽어나가면서 독특하고 때론 괴기하기까지 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섬뜩하기도 하고 또 무섭기도 했다. 평범하지 않았고 뭔가 이상한 기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소설이 이렇게 끝난다고?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뭔가 해결되지 않은 찜찜함을 남긴 채 끝난다고? 그러면서도 자꾸 궁금해 다음 소설을 바로 연이어 읽을 수밖에 없었다. 이 소설집은 이런 식이구나. 사람 마음을 이렇게 끌어당기는구나, 싶었다.
"이유가 뭐든 그냥 버티시라고요."(...)
"할 수 없죠, 뭐. 모멸감도 견뎌보세요. 원장님이 망하기도 전에 사람들은 잊을 거예요."(144-5쪽)
그리고 생각한 것이, 어쩌면 이것이 우리 세상에 대한 민낯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사실은 다 알고 있지만 모르는 것처럼, 마치 나는 그렇지 않은 것처럼, 그래서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순진한 척을 하고, 사람들은 살고 있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 이 소설들을 읽으면서 불편해지는 마음이 드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사실, 이 소설들에는 편한 사람이 아무도 없다. 모두들 한 가지 이상의 문제들을 떠안고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애써 그 문제들에 신경쓰고 있지 않은 것처럼 겉으로 뻔뻔스러운 모습까지 보인다. 하지만 알고보면 그 문제에서 누구 하나 자유롭지 못하다. 해결할 수 있는 기미가 보이지도 않는다. 그저 꾸역꾸역 하루하루를 견디고 살아내는 수밖에. 그러다 부딪히는 난관에서 결국 무너진다. 그리고 그 무너짐 안에서 다시 살아낼 궁리를 하는 것. 이게 어쩌면 이 소설에서 얘기하려는 것이 아닐까도 생각해봤다.
제목이 <타운하우스>인 이유가 궁금했다. 보통의 소설집은 단편 소설의 제목 중 하나가 책의 제목이기 마련인데, 이 소설집은 어디에도 없는 제목을 새로 붙였다. '타운하우스'라고 하면, 저밀도 주택단지. 많은 사람들이 빼곡하게 살아가는 아파트와는 다른 이미지를 갖고 있다. 이 소설들과 '타운하우스' 사이의 관계는 뭘까.
'타운하우스'가 안온함, 여유, 풍요로움을 상징한다면, 그 안에서 사는 나는 대척점에 존재하는 불안과 외롭게 싸워온 셈이다.(298쪽_'작가의 말' 중)
겉으로는 무척 평온하고 안락한 삶을 사는 상류의 상징처럼 '타운하우스'가 비춰질 수 있지만, 그 안에 사는 삶이란 그렇지 않을 수 있다. 사람 사는 건 누구나 비슷할 거니까. 좋고 넓은 집, 어느 정도 안정적인 경제적 사회적 위치, 웬만한 건 모두 갖추고 산다고 느껴지는 삶 속에서도 안고 가야 할 문제와 역경은 있기 나름이니까. 그리고 그게 어쩌면 진짜 우리 이야기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소설들을 읽으며 불안하고 인상이 써지며 무엇 하나 속시원히 해결되지도 않은 답답함이 남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미심쩍음이 다음 소설을 기대하게 되고 또 읽고 궁금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전지영. 소설가의 이름을 기억해두어야겠다. 이 다음 소설은 과연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지 궁금해졌다. 우리가 흔히 예상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이야기가 담겨있을 것 같다. 이 소설집이 그랬던 것처럼. 그렇다면, 다음 소설을 찾아 읽지 않을 수 없으니까.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