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는 토요일 새벽 - 제1회 아르떼문학상 수상작
정덕시 지음 / 은행나무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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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 내용이 쉽게 연상되지 않았다. 거미가 주요 소재인 건 알겠는데, 그래서 토요일 새벽이 무엇인지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았다. 이럴 때는 직접 읽어 궁금증을 해소하는 수밖에 없다. 제목이 독특하고 직관적이지 않아 이런 제목이 정해진 이유가 궁금해졌다.

오늘 무지개다리를 건넌 두희는 17년을 함께한 나의 반려동물이었다. 나는 처음으로 두희를 마음껏 쓰다듬었다. 빳빳하지만 부드러운 털들이 손끝을 지나갔다.(...) 나의 이십대와 삼십대를 함께한 반려동물이 세상을 떠났다고 말하면 사람들은 나를 위로할 것이다. 하지만 두희가 거미란 것을 알게 되면 어떤 사람들은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한다. 그리고 두희가 타란툴라라는 것을 알게 되면 질문들이 쏟아진다.(7-8쪽)

소설은 이렇게 시작했다. 타란툴라 반려동물 두희의 죽음. 그리고 그런 죽음을 겪는 수현의 마음. 처음에는 담담하게 상황을 받아들이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다. 무려 17년이었고 두희와의 시간들 속에 많은 일들이 있었기 때문에. 그리고 이건 단순히 두희를 둘러싼 일들만도 아니고 이때는 수현과 두희를 함께 묶어 그들을 둘러싼 일들이 17년의 시간과 그 이후까지의 시간들 속에서 일어났다고 해야 맞다. 그러니 수현의 삶에서 두희를 빼고는 쉽게 이야기할 수 없는 것이다.

나는 토요일 새벽마다 두희의 방에서 뜬눈으로 밤을 지샜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출근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이었다. 어둠에 익숙해지면 두희의 움직임을 어렴풋하게 살필 수 있었다. 두희도 눈치챘을까. 유리벽 너머에 함께 지내는 거대한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그 무언가는 우호적인 관계를 원하는 개체이며, 토요일 새벽마다 졸음을 참고 자신과 온전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137쪽)

누군가와 함께하기 위한 노력이 이토록 일방적일 수 있을까. 수현의 두희를 향한 한 방향의 마음을 과연 두희가 알았을까. 칸이 칭과 교감하기 위해 굶기는 방법으로 겨우 산책을 해나가는 것을 본다면, 수현이 두희와 토요일 새벽을 함께 보내는 것도 어쩌면 인간의 일방적인 짝사랑이며 인간중심의 시각으로 다른 개체를 살피는 것이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두희가, 칭이 이런 인간들의 행동이 반가울까. 과연 좋아했을까, 아니 이런 노력이라는 것을 알아채기는 했을까.

J가 말했다. 인간이 아무리 코끼리의 사육 환경을 신경쓴다고 하더라도 야생보다 좋은 환경을 제공할 수는 없으며, 동물원에 있는 코끼리가 인간의 욕심 때문에 그곳에 갇혀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203쪽)
"근데, 인간적으로 생각하는 게 뭐가 나쁜 거야? 우린 인간이잖아. 얘네도 타란툴라적인 생각으로 세상을 이해할 텐데."
"사람들이 가진 힘이 다른 동물들에 비해 너무 강력하잖아."(219쪽)

소리가 제 자식을 위해 거침없이 두희를 내리치려 했던 상황이 떠올랐다. 인간은 너무 강력하다. 한순간 자신이 갖고 있는 강력한 힘으로 다른 동물들을 제압하고 죽일 수 있다. 그런 힘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래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인간의 편의와 욕심으로 동물들을 이리저리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인간이 분명 문제일 것이다. 그러니 J가 이제 그만하려는 그 마음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 환경과 관련해서도 동물과 관련해서도 이야기를 하다보면 결국 인간이 끼어들 수밖에 없다. 결국은 인간에 의해 자연 혹은 야생의 환경이 바뀌는 것이 사실이니까. 그렇게 봤을 때 불빛을 제거하고 최대한 타란툴라의 삶의 환경을 최대한 맞춰주었던 방에 있었던 두희는 과연 괜찮았던 것일까. 야생에서의 삶과 비교한다면 결국 인간의 보호 안에 주는 먹이를 먹으며 생활했던 동물원의 코끼리와 다르지 않아 보였다.

같은 소통 방식을 갖고 있지 않은 동물들 사이의 교감은 어떤 식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일까,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교감하고 서로의 삶을 존중하는 것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좋은 방법일지도 궁금해졌다. 이건 꼭 다른 동물에만 국한된 것은 아닐 것이다. 같은 말을 한다고 해도 인간들 사이 소통도 어려울 때가 많으니까. 어떤 방식으로 나의 환경과 모두의 환경을 생각할 수 있어야 하는지를 생각해보게 된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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