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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브 ㅣ 창비교육 성장소설 13
보린 지음 / 창비교육 / 2024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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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우를 큐브 안에 넣었던 선택은 정당했던 것일까. 안전했던 게 맞을까. 큐브가 연우에게 아프지도 다치지도 않게 해주는 보호막은 확실했던 걸까. 그런 보호막이 생겨 고마워했어야 했던 걸까. 젤리곰과의 동거가 과연, 옳은 것이었을까.
어떻게 보면 큐브는 연우에게 있어서 가장 안전하고 편안한 장치일 수 있다. 무엇으로부터든 연우를 보호할 완벽한 준비가 되어 있었으니까. 외롭고 슬프게 혼자 두지도 않을 거지만, 외부의 어떤 위협으로부터도 모두 지켜줄 수 있는 든든한 장치였던 거니까. 하지만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런 보호막이, 이런 보호막 안의 삶이, 진짜 옳은가?
다르게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큐브의 보호 안에서 사는 삶, 한편으로는 재미가 없기도 하다. 왜냐하면, 삶이란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심사숙고하면서 무언가를 결정하고 그 결과가 또 다시 문제를 만들기도 하는 법이니까. 그 결정에 후회도 하고 또 갈등도 하면서 새로운 그 다음을 꿈꿀 수 있는 가능성도 만들 수 있는 거니까. 어쩌면, 우리의 삶이라는 것이 안전하기만 해서는 삶다운 삶을 살기 어려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우는 큐브 밖으로 나가고 싶었다. 미지근한 온실 밖, 심장이 말이 안 되게 뛰고, 땀이 삐질삐질 솟고, 더운 숨결이 귓가에 감기던 그 순간, 불안하고도 외롭지만, 서로 닿으려고 몸부림치던 그 순간으로 돌아가고 싶었다.(216쪽)
위험 요소로부터 무조건 안전하다는 것이 완벽한 삶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잘 알 수 있다. 어쩌면 조금은 위험하고 두려운 상황이 펼쳐질 것에 대한 두근거림이, 때론 그 다음을 살아내는 떨림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떨림을 서로 보듬어줄 수 있는 손길이 있을 것이고, 그런 손길을 통해 하나씩 스스로 해결해나갈 수 있는 힘도 생기게 될 것이다. 그런 힘이 쌓이고 쌓이면 점점 두려움은 안정되어 갈 것이고, 그런 안정을 통해 삶의 두께는 더 두툼해질 것이다. 그렇게 두툼한 삶으로 나아가겠다는 다짐을 연우는 기꺼이 해 나갔던 것이다.
이 소설을 다 읽고 곰곰이 생각해 봤다. 과연 이 큐브는 지금 아이들에게 어떤 의미의 공간일까. 어쩌면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는 불안함에 만들어 낸 가상의 공간일 수도 있다. 혹은 사회로 나가기 전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보호막일 수 있다. 때론 아무것도 할 수 없도록 구속하는 꽉 막힌 공간을 수도 있고, 그런 공간에서 하루가 또 하루가 되는 반복적인 시간 속에 살아가야하는 우리 아이들이 처한 현실일 수도 있다. 누군가는 다 잘 되라고, 안전하게 만들어 주는 거라며 큐브를 만들고 손을 보며 그 밖으로 나가기 못하도록 가로막을 수도 있다. 큐브 밖 세상은 너무 험난하고 무섭기만 한 곳이니까. 나가지 않고도 완벽한 삶의 환경이 갖춰질 수 있다면 굳이 나갈 이유가 없다고, 그러니 큐브 안의 삶을 살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세상일수록 더욱 나가야 하는 법. 그런 세상을 직접 부딪히며 세상 속에서 어떤 사람으로 살아갈 것인가는, 본인 스스로가 선택해야 할 몫이니까.
목소리가 젤리 곰에게서 나온다는 사실을 알게 된 다음에는 젤리 곰을 구석구석 뜯어보았다. 실제로 뜯어보려고도 했지만, 젤리 곰이 울고불고 난리 치는 바람에 디지털 현미경을 사서 확대해 보았다.(69쪽)
웃겼다. 울고불고 난리 치는 젤리 곰의 모습, 그런 젤리 곰을 더 공포로 몰아가지 않으면서 속속들이 확인할 수 있는 방법으로 디지털 현미경을 선택하다니! 현미경 아래 젤리 곰을 놓고 관찰하는 연우의 모습이 상상이 되어 웃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 와중에 이런 유머라니.
분명 불안하고 불투명한 삶 안에 놓여 있는 것이 지금 우리 아이들의 현실이다. 그리고 그런 현실을 살아내느라 힘겨워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래서 불안함과 공포가 공황과 같은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할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 아이들은 세상으로 나아가야 한다. 누군가가 만들어 준 보호막 밖 세상으로 나아가야만 하는 우리 아이들에게, 이 소설이 용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출판사로부터 가제본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