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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드 드림 ㅣ 창비청소년문학 130
강은지 지음 / 창비 / 2024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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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읽기 시작하면서 처음에는 좀 무서웠다. 마치 누군가의 음모에 의해 사람들이, 그것도 어른들이 그 자리에서 그대로 잠에 빠져들었다는 게 공포스럽게 다가왔다. 특히 아이들에게서는 잘 나타나지 않는 현상이 유독 어른들에게서만 더 나타난다는 것이 무슨 의미일까 생각해보게 됐다. 뭔가 어른들에게만 반응하는 새로운 바이러스일까, 혹은 어른들에게 내재되어 있는 문제 상황이 특정 시기에 한꺼번에 폭발해 겉으로 드러나게 된 것일까. 아이들과는 다른 어른들의 문제가 무엇일지 궁금했다. 어른들이 잠으로 빠져드는 것이, 그것도 자진해서 잠 속으로 들어가고 싶어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나도 어른이지만 확실하게 답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런 면에서 아무래도 이 소설은 청소년 소설만은 아닌 듯싶다. 어른인 나에게도 질문을 던지는 소실이니 말이다.
"어른도 울어요? 어른이 되면, 다 쉬운 거 아니에요?"(...)
"강희야, 어른도 쉬운 일은 하나도 없단다."(145쪽)
어른이라고 뭐든 뚝딱 잘 해낼 수 있는 거라면, 누구나 어른만 되면 걱정이 없을 것 같다. 하지만 그렇지 않으니 쉬운 것도 없고 명확한 답을 찾기도 어려운 것이겠지.
이 소설을 곰곰이 다시 뜯어보니, 현실 세상에서 답을 찾지 못하는, 쉽게 일이 풀리지 않는 사람들에게 꿈의 가짜 삶이 유혹을 했던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결핍되고 해소되지 못하는 문제 상황에서 어느 것 하나 답답함이 사라지지 않으니, 결국 현실의 도피처로 가짜의 꿈의 세계를 만들고 그 세계에서 영영 돌아오지 않아도 되는 꿈을 꾸고 있었던 것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점점 피로와 힘든 상황이 겹치고 결국 참아내기 어려운 고통 속에 잠시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들면 어느새 잠 속으로 빠져들 수 있으니 말이다. 이제는 어른도 또 이제 막 어른이 된 아이들까지도 모두 다. 어른의 세계로 들어간다는 것이 이만큼이나 어려운 삶의 역경을 거쳐야만 가능한 것이라면 마음 단단히 먹지 않으면 어느새 자신을 잃고 흔들릴 수밖에 없구나 싶기도 했다.
"아빠, 난 겁쟁이야. 비겁해. 엄마를 버린 건 나였어. 그랬으면서 항상 버림받았다고 생각했어."(...)
"버려질 것 같으면 먼저 버렸어. 그게 날 지킬 수 있는 가장 쉬운 길이었어. ......근데 그건 비겁한 거잖아. 이제 더 이상 그러지 않을 거야."(210쪽)
어른도 상처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상처받지 않기 위한 자기 방어 기제를 사용하여 보호하려할 것이다. 이게 이 소설에서는 잠, 꿈의 세계인 듯하다. 결국 상처받는 것이 두려워서, 아프기 싫어서, 누군가 혹은 외부의 상황으로부터 나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결국은 현실을 잊는 선택을 하는 것. 강희의 말처럼, 이건 참 비겁한 결정인 것이다. 나약함이란 단어로는 다 설명되지 않는 어리석은 선택인 것이다. 하지만 당장은 그 선택이 현재의 고통을 잊을 수 있도록 하니, 편한 선택을 하는 것이다. 찬미가 그랬고 홍주의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결국 스스로 잠의 세계로의 선택을 하고 그 꿈으로 도망친 것이다. 잊기 위해.
하지만 우리는 안다. 이 선택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인 방법이 될 수 없다는 것을. 그걸 강희는 스스로 알아채고 다시 돌아왔다. 윤서는 더더욱 잘 알고 있어 더 이상 사람들을 깨우러 가지 않는다. 결국 이 사실을 깨닫고 어떻게 현실을 잘 살아낼 것인가를 고민할 줄 알게 된, 이제 막 어른이 된 아이들은 그동안의 막연한 기다림과 어려움에서 벗어나 건강하게 사람들을 기다릴 줄 알게 됐다. 또한 지금까지 수동적으로 세상에 끌러가던 생활에서 벗어나 이제는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스스로 찾아나갈 줄 아는, 진짜 어른이 되었다. 너무 혹독하게 아이에서 어른이 되는 관문을 통과한 듯하지만, 어쩌면 이런 과정이 있었기에 이제 웬만해서는 흔들리지 않는 단단하고 굳건한 진짜 어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쉽게 잠 속으로 빠져들지 않는 어른이 될 것이다.
눈에 힘을 주게 된다. 허리를 곧추 세우고 반듯하게 앉아 똑바로 세상을 직시하게 된다. 섣불리 현실에 쫓겨 도망치는 어른이 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가짜 세상에서 나 자신을 잃고 시간을 보내는 어른이 되지는 말아야겠다고 마음먹게 된다. 이 소설이 던지는 질문에 대한 나의 답이다.
*출판사로부터 가제본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