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풍날 웅진 우리그림책 122
김규하 지음 / 웅진주니어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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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풍과 김밥은 서로가 참 잘 어울리는 짝꿍이다. 소풍에 김밥이 빠지면 서운하고, 김밥에 소풍이 함께하면 말 그대로 행복이다. 아무 날도 아닌데 김밥을 싸면, 어디 놀러가는 느낌이 드니 말이다. 김밥을 먹는 것만으로도 소풍의 기분을 낼 수 있다는 건, 우리의 마음 속에 김밥이 자리하고 있는 너무나도 행복한 추억 때문이다. 그 추억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그림책이었다.
하지만 추억만 되살리는 그림책은 아니었다. 어쩜 이토록 재밌고 유쾌하게 김밥의 이야기를 풀어나갈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절로 웃게 되는 그림책이었다. 나도 밥풀이를 비롯해 다른 친구들과 함께 김밥 싸기에 동참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였으니, 이건 김밥이 목적이 아닌, 함께 놀아보자는 의도가 더 강했다. 그리고 이 놀이는 무척이나, 재밌어 보였다.

언젠가 내가 하려는 활동을 다른 사물에 비유해 본다면 무엇에 비유할 수 있을까에 대한 질문에, '김밥'이라고 대답한 적이 있다. 김밥은 맛있고 든든하고 간편한 식사가 가능한 장점도 있지만, 어떤 재료를 넣는냐에 따라 각각 무척 개성있는 김밥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장점도 있기 때문이다. 획일적인 무언가가 아닌 누가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제각기 다른 김밥이 완성될 수 있다는 것은 같은 김밥이지만 절대 같지 않은 김밥이라는 재밌는 의미를 만들어낼 수 있어 매우 흥미로웠다.
이 그림책의 김밥도 그렇다. 어떤 냉장고 속 재료가 이 놀이에 함께 하느냐에 따라 모두 다른 김밥이 만들어진다. 그러니 이 놀이는 매일 달라질 수 있고 달라질 때마다 새롭게 재밌을 수밖에 없다.

다만, 최근 읽은 책에서 사람은 사람의 입장으로 다른 사물을 바라보기 때문에 사물을 인격화하는 것이 익숙하고 자연스럽다는 글을 읽었다. 이 그림책의 각종 김밥 재료들이 인격화되어 함께 힘을 합쳐 김밥으로 완성되는 과정에서 살짝, 이 재료들이 모여 하나가 된 김밥을 과연, 나는 먹을 수 있을까, 먹어도 될까, 하는 생각을 살짝 했다. 각 재료들이 하나하나 김 위에 올라가 차례대로 누울 때, 김발에 싸여 돌돌 말릴 때, 그리고 슉슉 서걱서걱 썰릴 때, 썰린 김밥이 도시락통에 담길 때, 먹는 상상을 하게 됐다. 어떻게, 먹지? 너무 지나친 몰입이었을 수도 있다.

그리고나서 다시 <소풍날> 표지로 돌아오면, 밥풀이들과 당근, 계란이 도시락에 담아온 김밥을 꺼내 먹고 있다. 초록초록한 들판에 체크무늬 돗자리, 주변은 꽃들이 피어 꽃잎이 날리고 있고, 당근이 불고 있는 비눗방을이 하늘로 날아 오르며 퐁퐁 터지고 있다. 한적하고 평온한 소풍날, 싱그럽고 따뜻한 오후에 직접 싸서 담아온 김밥을 꺼내 먹는 기분이란, 말하지 않아도 아는 그 느낌이다. 부럽다. 나도 김밥 싸서 소풍가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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