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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재킷 ㅣ 창비청소년문학 127
이현 지음 / 창비 / 2024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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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을 늦출 수가 없었다. 조마조마하고 안타까워 소설 읽기를 중간에 멈출 수가 없었다. 그만큼 재밌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무섭고 슬펐다. 삶이라는 것이 이만큼이나 혹독하고 어려운 것이라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아이들이 이런 삶을 잘 살아낼 수 있으려면 얼마나 더 단단해져야 하는 걸까 싶어 씁쓸하면서도 아팠다. 꼭 이런 과정을 겪어야만 아이들은 성장할 수 있는 것일지, 이런 과정 없이 어른이 되고 성숙해질 수는 없는 것인지. 이 아이들이 앞으로 살아내야할 이후의 시간들까지 모두 포함해서, 있는 힘껏 응원해주고 힘을 주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이 들었다. 나에게 주어진 라이프 재킷이 있다면 기꺼이 벗어 이 아이들에게 입혀주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다. 이 아이들을 그저 지켜보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는 것에 무력함도 들었지만, 또 다른 면으로는 어쩔 수 없이 이 모든 것을 이 아이들 스스로 헤쳐나가야만 하는 것이 또한 아이들이 나아가야 할 이 세상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안절부절 못하는 마음으로 소설을 읽어나갔던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러니까 오빠는 모두를 구하려 했던 것이다. 스스로를 구하려 했던 것이다. 신조와 약속한 대로 집으로 돌아오려 했던 것이다. 그건 우연한 사고가 아니었다.(266쪽)
어쩌면 세상은 말하기 쉬운대로 그저 아이들의 무모함을 질책하는 것으로 이 일을 끝내려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오히려 이 아이들은 세상을 있는 그대로 맞서 상대하기 위해 안간힘을 다 쓰고, 심지어는 목숨까지 건 사투를 벌여야만 했다. 그리고 이런 극단의 노력을 하려는 이유는 단 하나였다. 바로 자신이 있던 자리로 다시 돌아오는 것. 어제의 나로 다시 돌아가기 위해 해야했던 노력이 이렇게나 힘들고 험난했던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어느 누구도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 아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모두 자신의 어제의 모습과 다른 오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한결같을 수 없었으며 어제의 마음과 오늘의 마음은 전혀 다를 수밖에 없었다. 이 아이들이 겪은 시간들은 고스란히 아이들의 앞으로의 삶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으며, 그 영향이 이 아이들이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야 할 것인가를 결정해주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이 아이들이 어떤 모습으로 앞으로의 삶을 살아가게 될 지를 상상해볼 수는 있지만 딱 집어 단정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이번 일이 분명 아이들에게는 트라우마가 되었을 것이지만, 삶의 트라우마가 어떤 모습으로 그 역할을 하게 될 지는, 아이들이 감당해야 할 각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 아이들에게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절대 어떤 무엇도 쉽고 가볍게 여기지 않을 것이라는 거다. 어떤 마음이 모이고 닿아 아이들이 오늘의 자리로 오게 되었는지를 잊지 않는다면, 결코 그 어떤 것도 허투루 대할 수 없을 테니까 말이다.
덧-
바다, 배. 이 단어들에 트라우마가 있다. 쉽게 헤어나오지 못하는 기억이 있고 슬픔과 아픔이 있다.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아픔이기 때문에 이 소설 읽기가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잘 극복해나오기를 바라는, 괜찮을 거라는 기대를 내내 마음에 품고 읽었다. 그래서였을까, 중간에 뜬 갑작스런 '속보'에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너무 놀라 한동안 그 페이지에 머물러 있었다. 이러면 안 되는 거 아닌가. 이랬어야만 했을까. 원망도 들었다. 이 소설을 계속 읽어나갈 힘을 이때 잠깐 잃었다. 마음이 너무 아팠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