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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의 세계사 - 문명의 거울에서 전 지구적 재앙까지
로만 쾨스터 지음, 김지현 옮김 / 흐름출판 / 2024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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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에 관심이 많다. 지구를 생각하면 화가 더 많이 나는 사람이 나다. 쓰레기 문제는 곧 경제와 소비의 문제와 직결된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그래서 몇 년 전부터 비건을 지향하고 최소한의 소비만을 하려고 노력한다. 그 한 예로 옷을 사지 않기로 했다. 기존에 있던 옷, 혹은 누군가 그만 입기로 한 옷을 가져다 입는다. 새옷은 사지 않는다. 플라스틱과 비닐 쓰레기, 일회용품의 쓰레기를 만들지 않으려 애쓰지만 이게 제일 쉽지 않다. 내 의지만으로 되는 문제는 아니어서 늘 조금씩은 답답하고 화가 나 있는 상태다. 이런 상태에서 <쓰레기의 세계사>를 읽었다.
이 책을 아껴가며 읽었다. 두꺼운 책이지만 하나도 두껍다는 생각 없이 꼼꼼하게 읽어나갔다. 감동이면서 동시에 내내 갖고 있는 화가 조금 더 커진 느낌이었다. 답답함도 한몫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기분이 우울했다. 한숨이 나오고 인상이 써지며, 지금의 이 세계가 이제는 이 문제에 대해 어떤 분명한 답을 내놓아야 할 때이지 않나, 걱정스러웠다. 설마 아직도 이 쓰레기 문제에 관심조차 없는 거라면, 너무 속상한 것을 뛰어넘어 분노가 치밀어 오를 것만 같았다. 내가 만들어내는 가정 쓰레기가 차지하는 비중은 무척 적다. 그걸 이미도 알고 있었다. 산업의 구조와 경제, 자본주의 체제 속에서 얼마나 광범위하게 많은 쓰레기가 지구 환경 오염을 만들어내고 있는지, 모르지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당장 내가 뭔가를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시급함이 밀려왔다. 특히 이 책을 읽으면 더더욱 그런 생각이 안 들 수가 없었다. 이 책, 법이나 정치, 정책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에게 필독서로 지정해야할 것 같다.
결국 산업혁명 이전과 이후로 나뉘는구나 싶었다. 양차대전을 겪으며 많은 부분에서 우리 세계는 바뀌었구나 싶었다. 우리 사회는 지금의 이 흐름을 거슬러 다시 과거로 갈 수 없다는 것에도 동의한다. 지구가 이렇게 병들었다고 다시 구석기시대로 가자는 말은 아니라는 것 쯤, 이미 벌써 알고 있다. 물론 무지했던 예전처럼 바다에 버린다거나 땅에 묻는 것으로 돌아간다는 뜻은 아니니까.
그렇다면 지금의 이 화와 답답함을 해소할 수 있으려면 우린 무엇을 해야 하는가. 바로 답을 찾아야 한다. 지금의 쓰레기 문제를 해결할 답을 찾는 것이 시급하다. 지금의 경체제제와 다양한 상품의 공급을 막을 수는 없다. 그렇다고 쓰레기 처리에 대한 획기적인 기술을 담보로 한 처리시설을 만들 국가들도 없을 것이다. 당연히 이 모든 것이 다 돈, 경제와 맞물려 있으니까. 그러니 돈도 되면서 또한 지금의 쓰레기를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답을 내놓아야 한다. 내가 지금 하고 있듯 소비를 줄이자는 것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이, 이 책을 읽으며 더 확실해지기만 했으니까.
또한 지금도 여전한 세계 빈부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가 문제다. 귀족이나 부자들이 만들어내는 쓰레기를 가난한 나라 혹은 사람들에게 떠넘기는 몰상식한 짓은 이제 그만해야하지 않을까. 하지만 여전히 지금도 내내 쭉, 내가 만든 쓰레기가 어떤 과정을 거쳐 누군가에게 넘겨지고 있을 거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너무도 불편하고나 화가나는 지점이다.
그리고 재활용, 재사용 문제도 충격이다. 지금까지는 그래도 내가 만든 쓰레기가 버려지지 않고 어떤 방식으로든 활용, 사용될 수 있으면 다행이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그게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이런 말을 들었었다. '쓰레기로 쓰레기를 만든 것이다.' 결국 또 다른 쓰레기, 예쁜 쓰레기를 만든 것에 불과하다면, 생각을 달리 해봐야하지 않을까.
이 책을 읽으며, 역사를 아는 것은 중요하단 생각을 다시 하게 됐다. 어떤 것이든 지금까지의 과정이 어떠했는지를 아는 것은 앞으로 어찌해야 할 것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데 도움을 준다. 지금까지의 악순환을 답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공부해야 한다. 알아야 한다.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고, 이것이 쓰레기에 대해 제대로 된 관점으로 접근할 수 있는 가장 근본적 방법이 될 것이다. 쓰레기 문제를 제대로 연구하려는 움직임에 나도 동참하고 싶어졌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완전 강추다. 지금 이 세상을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이니, 모두가 읽어야할 책이다. 정말 놀랍도록 흥미로운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