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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의 퍼즐
김규아 지음 / 창비 / 2024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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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오와 지빈이, 두 아이에 대해 한참 생각해보게 된다. 이 두 아이가 조금씩 점점 더 건강해질 수 있는 힘은 무엇이었을까에 대해서. 분명 두 아이 모두에게 상처가 있었다. 그리고 그 상처는 서서히 아물어가고 있다. 완벽해질 수는 없지만 그 상처를 스스로 보듬을 줄 알게 되면서 두 아이는 성장하고 있다. 분명 두 아이가 커 나갈 수 있게 된 데에는 이유가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 봤다.
당연히 가족이다. 은오의 어린 시절 상처는 늘 눈앞에 있다. 은오가 로봇팔을 볼 때마다 그 상처는 과거가 아닌 현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은오는 상처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너무나 씩씩하게 자신을 내려다볼 줄 안다. 그럴 수 이었던 것은 엄마와 아빠, 그리고 할머니 덕분일 것이다. 특히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도록 사랑으로 지지하고 응원해줄 수 있는 가족의 힘은 매우 크다. 그런 가족의 관심과 사랑이 은오를 이토록 단단한 아이로 만들어준 가장 큰 힘이 것이다. 하지만 지빈이에게는 오히려 그런 가족이 상처의 원인이다. 하지만 우리는 안다. 가족이란, 특히 부모란 아이에게 사랑을 주기 위한 존재라는 것을. 지빈이가 봉투 속에 숨고 싶었던 것은 오히려 부모의 사랑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모두 사랑을 받고 싶어한다. 그것이 모든 아이들의 공통된 마음이다. 그런 마음을 알아채주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의 차이일 뿐. 이것은 아이도 마찬가지. 부모는 누구라도 자신의 아이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니 이 또한 아이가 알아채주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래서, 지빈이가 엄마의 사랑을 알아채는 순간, 지빈이의 마음은 더욱 따뜻해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자기 스스로 자신의 마음을 알아채는 것.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알게 되는 것보다 어쩌면 더 어려운 숙제인 것이다. 자신의 마음인데 왜 모르냐, 할 수도 있지만 사람이란 게 이렇게 자기 마음을 제일 잘 모른다. 관심과 시선이 다른 사람에게 먼저 가고 자신을 보는 것은 다른 도구를 통해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할머니가 은오에게 손거울을 친구로 소개해준 것은 아마 그런 의미를 너무 잘 알고 계셨기 때문일 것이다. 다른 사람을 먼저 보느라 미처 자신을 보지 못하는 은오에게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친구는 자기 자신임을 알려주시려는 의도셨을 것이다. 지빈이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결국 봉투를 벗어 던질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을 볼 수 있게 만들어 준 친구의 존재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늘 혼자 외로웠던 지빈이에게 자신을 봐주는 누군가의 등장은 무척 생소하고 당황스러우면서도 감격적인 경험이었을 것이다. 다른 사람의 관심과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지금껏 꽁꽁 싸매고 있던 자신의 마음과 삶을 풀어내고 펼쳐내는 데 도움을 주었다.
결국 친구가 이 모든 것을 가능하도록 만들어준 제일 좋은 힘이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에게 있어 또래의 친구는 그 무엇보다도 소중한 존재다. 그런 존재를 얻는냐 혹은 잃느냐는 우리 아이들에게 무척 중요한 부분이다. 친구를 잃는 순간 생활의 전부가 바뀌게 된다. 다시 친구를 얻는 순간 삶의 의미가 달라진다. 은오가 혼자 겪은 시간들과 또한 지빈이가 외롭게 품고 있던 시간들이 결국 친구들과 함께 함으로써 다시 회복되고 축축하게 젖어가던 이 아이들의 마음을 뽀송하게 만들어 준 강력한 한방이 된다. 역시, 친구의 힘이구나를 느끼는 순간이었다.
2038년이 아닌 지금의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이야기였다. 아이들에게는 보이거나 혹은 보이지 않는 상처들이 한 가지 이상씩을 갖고 있다. 그런 상처는 또한 작품에서처럼 돌고 돈다. 완전히 없어지지 않는다. 사라지지 않는다고 내내 그 상처로 힘들어하기만 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방법은, 그런 상처가 나에게 돋아나도 끄떡하지 않고 잘 회복해내는 힘을 기르는 것이다. 이것은 은오 혼자서 혹은 지빈이 혼자서 할 수 없다. 수아, 재우 등 다른 친구들이 모두 함께 모여 빈 공간들을 채워나가야 한다, 마치 퍼즐처럼. 어디가 꼭 알맞은 자리인가를 찾기 어렵지만 결국 제 자리는 있다는 것. 그 자리를 잘 찾아 나가는 것이 이 아이들에게는 또 하나의 삶의 숙제이지 않을까. 그리고 그렇게 맞춰가는 시간 속에서 미완의 그림이 조금씩 완성되어가는 재미를 맛볼 수도 있을 것이다.
나도 손바닥을 펴고, 그 안에 작은 점을 찍어, 후~ 하고 날려버리고 싶은 마음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