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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이닝 걸 은그루 ㅣ 웅진책마을 121
황지영 지음, 이수빈 그림 / 웅진주니어 / 2024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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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도 블랙홀이 생긴다면?
사람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나는 어떤 기분일까. 아마 나는 아영이와 같을 것 같다고 혼자 생각했다.
아이들이 너노나도 아연이에게 말을 걸고 칭찬을 늘어놓았다. 정작 아이들에게 둘러싸인 아연이는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갑자기 구름처럼 몰려든 아이들 때문에 겁을 먹은 듯했다.(170쪽)
딱 내 모습이 연상되었다. 그리고 아마 대부분의 아이들은 이런 당황스러움에 놓이게 되지 않을까. 물론 시하와 같은 아이들도 있을 것이다. 누군가의 관심과 사랑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싶은 아이들에게는 블랙홀이 간절하게 필요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람들의 시선이 자신에게 쏠리고 그런 시선에 더 많은 것들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 시하의 간절한 마음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눈에 띄어야만 빛나는 것일까? 다른 사람의 인정을 받아야 하고 뽑혀야만 나를 증명해낼 수 있는 것일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이 이야기를 읽으며 제일 많이 하게 되는 생각인 것 같은데, 과연 그루는 시하에 비해 못난 아이인 것일까? 시하는 잘 하는 아이고 그루는 못 하는 아이라는 이분법적으로만 생각하고 결론내릴 수 있는 것일까? 이 또한 그렇지 않다. 이유는, 누구나 자신이 빛나는 지점은 분명 있는 법이니까. 설사 그 빛남이 다른 사람들에게 잘 보이지 않아도, 자신 스스로가 그 지점을 잘 알고 있기만 하면 그것으로도 충분한 것이니까.
"아닌데? 너, 오늘은 그냥 은그루잖아."
그냥 은그루? 그루는 화가 벌컥 났다.(...)
다음 수업 시간 내내 그루는 아까 왜 화가 났는지 곱씹었다. '그냥 은그루'는 욕도 아니고 나쁜 말도 아니었다. 그리는 그냥 은그루가 맞았다. 그런데도 은근히 기분이 나빴다.
'나를 나라고 했는데 왜 기분이 나쁘지?'(99쪽)
어쩌면 평범하다는 말, 그냥이라는 말에서 아무것도 아니라는 뜻을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남들과 달라야하고 돋보여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면 계속 남들의 시선에 맞는 기준을 만들어놓고 그 기준에 맞혀서만 살고자 아등바등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모습을 어떻게 남의 시선에만 기준을 맞추고 살 수 있겠는가. 그리고 그렇게 사는 것이 과연 행복하기는 할까 싶은 것이다.
물론 말은 이렇게 하지만, 자신만의 기준으로 남들의 시선과 상관없이 살아가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은, 어른이 된 나의 입장에서도 참 어려운 일이다. 심지어는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일까를 생각하며 아침 출근 준비 시간이 점점 길어지는 것 또한 사실이기도 하니까. 우린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벗어나 절대적으로 나의 잣대로만 나로 살아내기가 참 어렵다. 그러니 이런 그루의 마음이 이해 안 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이런 상황에서도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어떻게 했을 때 행복과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가를 스스로 알아채는 것은 중요한 부분이다. 그런 면에서 그루와 친구들은 자신들이 어떤 모습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 것인가를 잘 알아챈 것이고, 그 점이 이 친구들이 오히려 더 돋보이고 빛날 수 있었던 부분이란 생각이 들었다.
"얘들아, 그만 떨어. 우리보다 춤 잘 추는 애들은 많아. 다 알고 있잖아? 하지만 우리 춤은 우리가 제일 잘 춰. 우리 춤이니까!"(152쪽)
라희가 참 멋진 아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런 말로 아이들에게 힘을 주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잘 안내해줄 수 있었으니 말이다. 참 든든한 친구들이 함께 했기 때문에 울퉁불퉁의 춤 공연이 성공적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 면에서 아이들은 스스로 그 상황 안에서 자신의 역할을 찾아 잘 해내고 또 그렇게 해내면서 깨닫고 성장하게 되는 거구나 싶었다. 왜 아이들에게 많은 경험이 중요하다고 하는지, 이 이야기를 읽으며 다시 알 수 있었다.
그루는 다시 무대에 올라가 응원을 받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 일단 스스로를 응원하며 무대를 향해 차근차근 다가가 볼 생각이었다. 한 발 한 발 자기의 발걸음으로, 울퉁불퉁 아이들과 함께 웃으며.(198쪽)
아이들은 모든 능력을 다 갖고 있는 것 같다. 누가 시키거나 가르쳐주지 않아도 제 스스로 할 줄 아는 재능을 모두 갖고 있지만, 다만 그런 능력을 발휘할 기회가 없어 보여주지 않을 뿐인 것이다. 그런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모두 그루, 라희, 아연, 세완과 같이 자신이 어떤 곳에서 어떤 모습이고 싶은지를 잘 알고 있다. 그렇다면 내가 이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그런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것, 경험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아닐까. 이 책을 읽으면 마음 속 숙제를 하나 갖게 된 느낌이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