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시 일상시화 4
유희경 지음 / 아침달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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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있다'.(219쪽)

시인의 말이 내내 '시'였다. 사진에 대해, 아니 더 정확하게 카메라에 대해 말하고 있는 듯했지만, 사실은 모두가 시였다. 시인이 시를 버리고 카메라를 찾았고, 다시 카메라를 버리고 시를 찾았다고 했지만, 사실 시인은 내내 시 안에 있었고 또한 사진 안에 있었다.

느닷없이 나타난 듯 참으로 둥글고 환한 말이었다. 느닷없이 나는 감격하고 말았는데, 결단코 위기 때문은 아니었고, 달빛이 가진 공평함과 달빛 아래서 명백해지는 삶의 각양각색의 면모가 새삼 가까이 느껴져서도 아니었다. 그날의 달은 거대한 돌덩이였다.(...) "오늘도 달이 떠 있네." 나도 모르게 내뱉은 혼잣말에 옆에 있던 나의 친밀하고도 짓궂은 감시자가 웃음을 터뜨렸다.(138쪽)
어떤 사람들은 본다. 읽지 않는다./읽기와 보기는 그 행위의 형태로는 구분할 수 없다. 읽는(읽은) 이와 보는(본) 이는 구별되지 않는다.(150쪽)

시인은 읽는 사람이다. 우리는 이런 시 앞에서 혹여라도 보는 사람인 것은 아닌지. 내가 시인의 감시자였다면 나는 단연코 옆에서 한마디 거들었을 것이다. "그러게, 오늘도 달이 떠 있네."라고. 그렇다면 나도 덩달아 읽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시인이 카메라와 시에 진심일 수 있었던 것은 어쩌면 사진을 통해 바라보는 세상이 시가 되는 세상을 살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사진으로 찍어 내 것으로 갖고, 또 갖고 있는 사진을 다시 잃어버리고 또 버리는 과정 또한 시인에게는 시의 삶이고 동시에 그 모든 것을 카메라를 통해 바라보는 시선이 곧 시를 바라보는 세상이 것이기 때문이다.

사진은 '거기 무언가 있(었)음'이다. 기억은 '거기'를 지우고 '무언가'를 지우고 '있(었)음'을 남겨놓는다. 사진의 거짓은 '거기 무언가 있(었)음'을 존재한다. 기억의 거짓은 오직 '있(었)음'만을 상대한다. 사진은 한정하고 기억한 확장된다. 사진과 기억은 유사한 형식을 갖지만 비교의 대상은 아니다.(74쪽)

'있(었)음'에 '거기 무언가'를 보태 사진으로 남기든, 그 사진을 잃고 다시 '있(었)음'만을 남기든, 그것이 사진이어서 또한 기억이어서도 된다는 것이다. 한정하고 확장하는 그 사이에서 세상은 여전할 뿐이다.

거기서 사진 속의 '나'는, 다른 기억에 안착하여 새롭게 살기 시작한 '나'는 안녕할까. 여기의 '나'가 꽤 늙어버렸다는 사실을 짐작이나 할 수 있을까. 부디, 그곳에서 행복하길. 여기의 '나'보다 더 오래 이어져가기를.(244쪽)

사진 속의 '나'와 여기의 '나' 모두 행복했으면 좋겠다. 비교할 수 없는 각자의 몫만큼의 삶 속에서 오래 이어져갔으면 좋겠다. 이 책을 읽고, 시인의 앞으로의 길을 따라가보고 싶어졌다. 어떤 나아가기를 마음 먹었을지, 궁금해졌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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