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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나는
다비드 칼리 지음, 모니카 바렌고 그림, 정림(정한샘).하나 옮김 / 오후의소묘 / 2024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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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과의 일상이, 그 사람을 떠나보낸 후에 쉽게 잊힐 리가 없다. 아마 함께 있을 때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사소하고 아무것도 아니었던 순간들이, 그 사람이 떠난 후에는 너무나 소중하고 그리운 순간들이 된다. 그리고 그 순간들을 떠올리는 시간이 때로는 아프기도 또 때로는 따스하기도 해진다. 마음이라는 것이 이럴 때도 있고 저럴 때도 있으니까. 늘 한결같지는 않을 테니까. 하지만 아픈 것도 따스한 것도 모두 그 사람을 사랑하는 것에서 비롯되는 마음이라는 것만은 같다. 사랑하기 때문에 그 사람의 빈 자리의 시간들이 그 사람과의 기억들과 얽히며 여러 감정들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리고 남겨진 사람은 그 감정들을 고스란히 지금의 감정으로 받아들이며 살아가게 된다.
잊어야한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산 사람은 살아야 하니까라는 이유로 생각하지 말라고 하기도 한다. 하지만 생각하지 말아야지 하는 순간 더 생각날 것이고, 슬퍼하지 말아야지 하면서 순간, 예상치 못한 눈물을 흘리게 될 것이다. 마냥 덮어만 둔다고 감정이 희석되지는 않는 법. 희석시키기 위한 방법을 아무리 찾으려해도 쉽게 찾아질 수가 없다. 그렇다면, 할 수 있는 방법은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기. 받아들이며 사랑하는 사람과의 일상을 여전히 함께 하는 것이다.
오랜 시간 함께 시간을 보내며 쌓아온 일상의 삶이 있다. 이 일상은 힘이 무척 세다. 함께 본 영화, 함께 다닌 카페, 함께 키운 강아지, 그리고 함께 생활한 집까지.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냈다고 일상이 바뀔 리가 없다. 바꿔 살 수도 없다. 바꿀 수 없어서 일상인 거니까. 또한 공간과 시간과 기억을 한순간에 지우기란 불가능이다. 그 공간이 사라져 없어지지 않는 한, 설사 공간을 옮긴다고 해도 기억까지 옮길 수는 없으니까. 그러니, 그 일상을 이어나가는 도리밖에 없다. 그리고 그렇게 일상을 차곡차곡 계속 쌓아가며 다시 자연스레 혼자의 시간을 잘 견딜 수 있도록, 괜찮도록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당신은 알까? 여전히 나는 그곳에 가.
하루도 빠짐없이."
그렇게, 하루도 빠짐없이, 일상을 이어나가면 그것 또한 내내 이어지는 일상이 될 수 있으니까.
감정이란 것은 억지로 만들고 고치고 비튼다고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특히 사랑 혹은 그리움의 감정은 굳이 애써 포장하고 감추는 노력으로 바뀌지도 않는다.
이 책을 읽으며 담담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차분해지고 고요해지고, 그리고 제일 중요한, 따뜻해졌다. 집으로 돌아가는 뒷모습이 한없이 슬프면서도 또한 아름다웠다. '당신'을 위해, 여전히 매일을 함께하고 있다는 그 마음이 뭉클하게 만들었다. 이 마음이면 충분하다는 생각을 했다. 조금 더 슬퍼지는 날에도 늘 하던대로 함께하던 일상을 이어나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위로가 되어줄 거니까.
덧-
손목의 시계에 자꾸 시선이 갔다. 아마도, 이들의 시간이 어떻게 서로 이어져있고 연결되며, 앞으로도 어떻게 흘러가게 될 것인가를 보여주는 듯했다. 그런 의미에서, 저 시계가 멈추지 않고 잘 움직여주면 좋겠다는 바람이 생겼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