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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이끄는 곳으로
백희성 지음 / 북로망스 / 2024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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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하다고 생각했다. 작가가 건축가라니. 건축가가 쓴 소설이라니. 신기하면서도 흥미로웠다. 분명 건축과 관련한 이야기가 한가득 펼쳐질텐데, 과연 그 건축 안에서 또 어떤 사람 사는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을지, 기대가 됐다.
건축과 관련한 이야기가 맞았다. 또한 사람 사는 이야기도 맞았다. 결국 건축이 사람의 삶과 어떻게 연결되어야 하는지를 말하고 있는 소설이었다. 읽는 내내 궁금하고 호기심이 커졌다. 마치 추리소설을 읽는 것과 같이, 과연 범인이 누굴까,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을까를 상상하며 읽게 되었다. 분명, 사람을 만나고 집을 만나는 이야기인데, 그런 이야기를 찾아 거슬러 올라가면서 알게 되는 사실이 간절하고 마음 아프면서도 따뜻했다.
요즘과 다르게 과거 집들의 문은 오직 하나뿐인 형태로 존재했다. 마치 세상에 똑같은 사람이 한 명도 없는 것처럼 문 또한 그랬다. 문은 세상에서 오직 하나뿐인 그 집의 얼굴이기 때문이다.(...) 각각의 분들은 서로 다른 말투로 인사를 건넨다. 때론 무섭게, 때론 무표정하게, 때론 웃음 지으며...... 사람의 표정과 닮은 존재, 그게 바로 때문이다.(51쪽)
집을 단순히 건물로만 바라보지 않는 태도가 여기서부터 느껴졌다. 마치 고유한 세상의 문을 통과해 오롯이 하나밖에 없는 집으로 들어서는 대문의 의미를 이토록 다정하게 설명할 수 있을까 싶었다. 지금 아파트의 현관이 대문이라면, 모두 같은 표정의 집으로 들어서는 거라는 생각을 하며, 획일화된 세계에 대한 섬뜩함이 잠시 스치기도 했다. 그리고 다시 생각해보니, 어릴 적 살던 집의 대문들은, 각 집집마다 다른 색과 모양, 크기를 가지고 있어 대문만 봐도 누구 집인지 금방 알아챌 수 있었다. 그 예전의 대문이 그리워지기도 했다.
집은 그렇다. 잠시 자신의 생을 사는 동안 빌려 쓰는 공간이다. 누구의 것도 아니지만 동시에 모두의 것이기도 하다. 그 공간에 수백 년에 걸쳐 여러 사람의 흔적이 남는다. 그 흔적은 차곡차곡 쌓여 그 집의 역사가 된다.(219쪽)
모든 이들의 기억의 장소는 바로 집이었다.(351쪽)
소설에서도 나오듯, 사람이 살지 않는 집은 금방 망가진다. 집은 사람과 함께 있을 때 제 역할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집이 사람보다 수명이 더 길고, 집과 사람이 함께 살다 함께 죽는 것이 아니라면, 집은 또 다른 사람과 그 생을 이어가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집은 여러 사람을 들이고 또 보내주며 다시 들이기를 반복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반복을 통해 집의 역사가 만들어지고, 그 역사가 고스란히 집에 새겨지는 것이다.
아나톨의 기억이 프랑스와에게 전달되고, 프랑스와와 아나톨과 피터의 시간으로 연결된다. 이 연결이 뤼미에르에게 닿아 다시 피터에게 돌아오고, 마리아와 앤과 테오에게 이어져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내가 살고 있는 집에 어떤 기억들이 새겨질 것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이건 곧 지금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와 맞닿아 있을 것 같다. 무엇을 하고 누구를 사랑하며 어떤 이야기를 만들고 또 남기고 싶은지. 집에서 어떤 시간들을 만들 것인가가 곧 내 집에 새겨지는 기억이 될 것이다. 집은 이 모든 것을 묵묵히 지켜보고 담아내고 있겠지. 지금 나의 삶과 시간, 우리 가족의 이야기도 집은 내내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 면에서, 오늘은 집을 한번 둘러봐야겠다. 내가 미처 알지 못하는 어느 공간에서 과거의 옛 기억을 꺼내볼 수 있을지. 작은 실마리라도 찾게 된다면, 무척 기쁜 하루가 될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