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늘은 회색빛 ㅣ 웅진 세계그림책 264
로라 도크릴 지음, 로렌 차일드 그림, 김지은 옮김 / 웅진주니어 / 2024년 8월
평점 :
#오늘은회색빛 #로라도크릴_글 #로렌차일드_그림 #김지은_옮김 #웅진주니어 #웅진주니어티테이블 #서평 #그림책추천
"나는 오늘 회색빛이에요."
회색빛이 어떤 색일까 생각해보게 된다. 아주 깜깜한 검정색도 아니고, 그렇다고 밝은 은빛도 아니다. 아주 깜깜하지는 않지만 또 그렇다고 밝지도 않은. 회색빛은, 생기라고는 하나도 없는, 마치 아무 감정도 없는 색같은 느낌도 든다. 그런 빛으로 자신을 설명하다니. 자신에게서 어떠한 생기도 느낄 수 없을 때, 자신의 기분을 '회색빛'이라 말한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만약 내 앞의 아이가 나에게 이런 말을 한다면, 나는 과연 무엇이라고 대답해 주어야 할까. 첫 페이지부터 고민이 시작됐다.
"내가 나같이
느껴지지 않을 때......
그런 게 바로 회색빛이에요."
가끔 나 스스로 나를 부정하게 되는 때가 있다. 내가 아닌 것 같고 뭔가 무겁고 두꺼운 불편한 옷을 껴입고 있는 듯한 느낌일 때. 누군가에게 다가가기도 어렵고 고개를 똑바로 들고 있기도 힘들어 내내 땅만 바라보며 눈을 반쯤 감게 될 때. 주변의 모든 것이 온통 귀찮고 누군가가 어깨를 무거운 힘으로 내리누르는 듯한 무게감에 마음까지 땅으로 내려앉는 기분일 때. 아마도, 회색빛의 때가 바로 그런 때인 것 같다.
이런 아이에게 어떤 현명한 말이 필요할까. 어떤 훌륭한 말이 어울릴까. 이 아이를 회색빛에서 다양한 빛으로 끌어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어떤 방법으로 이 아이의 기분을 다채롭게 만들 수 있을까. 방법은?
이 아이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는 것. 그런 마음마저도 소중하고 아름답다고 말해주는 것. 그래서 그런 마음마저도 사랑스런 마음이어서 무척 감격스럽다고 따뜻하게 감싸주는 것.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을까. 더 따뜻하고 소중한 마음이 있을까.
"그 빛깔 하나하나가 네 마음에 여전히 남아 있는 거야.
어디로 가 버린 게 아니고요?
그럼. 마음은 아무 데로도 가지 않아."
마음은 늘 있다. 어디 가지 않는다. 다만 잘 보이지 않을 뿐. 가끔 혹은 자주 숨바꼭질하듯 구석에 잘 숨어 있을 뿐이다. 그러다 문득, 그 빛깔이 필요하지 때 조심히 등장한다. 그 등장이 반갑기도 하지만 때론 힘들기도 하다. 하지만 그 모든 색은 그 색대로의 의미가 가치가 있다. 그러니 어떤 색도 소중하지 않은 색이 없다.
알록달록 다양한 색은 모두 아이의 마음 안에 담겨 있으며, 매일 어떤 색이 다르나 나타나더라도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만은 한결같을 것이다. 그 마음이 늘 같은 온도일 것이므로, 내일 또 아이가 다른 어떤 빛깔의 마음을 갖게 되더라도 이 아이는 이제 걱정할 필요가 없다. 다음날 다른 빛이 이 아이를 찾아와도 늘 일정한 사랑의 온도가 따뜻하게 지켜줄 것이기 때문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