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파리의 한국인 제빵사입니다
서용상.양승희 지음 / 남해의봄날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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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한국인 최초로 파리에 빵집을 열고 프랑스 제빵 대회를 석권하기까지 그 치열했던 25년의 이야기

한 마디로 대단한 뚝심이고 소신을 삶이었다. 이런 분들의 이야기를 접할 때면 나라면, 이란 질문을 던지게 되는데, 그럴 때마다 난 자신 없어, 난 이렇게 못 했을 거야, 어떻게 이렇게 살 수가 있었지, 같은 답을 머릿속에 떠올리게 된다. 이번 이야기도 다르지 않았다. 낯선 나라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스스로 자신의 삶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얼마나 외롭고 어려운 일이었을 지, 이 책을 내용만으로도 충분히 짐작이 갔다. 그리고 존경스러웠다.
우선, 자신이 하겠다고 결정한 일에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그 일 하나만을 생각하며 나아갔다는 점이 그랬다. 우여곡절도 많았고 타국에서 이방인으로서 겪어야했던 불합리하고 어려운 일도 많았다. 그럼에도 빵에 대한 소신을 잃지 않았다는 것이다. 어쩌면 이 길의 험난함으로 다시 귀국의 방법을 선택할 수도 있었을텐데 그러지 않았다는 게 인상적이었다. 타국에 머물렀던 순간이 있었고, 그 순간들에서 조금 더 지치고 힘든 상황에 놓였을 때 귀국은 좋은 도피처가 되었던 기억이 있다. 내가 돌아갈 곳이 있고 그곳에서는 이 모든 문제가 사라질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안정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런 마음을 수차례 떨쳐내고 자신의 길을 묵묵히 가고자 마음먹었던 것이지 않을까.
그리고, 자신이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 지점을 명확히 하고 있었던 점이 그랬다. 돈을 많이 벌거나 혹은 이 나라에 잘 정착하겠다는 목표가 아니라, 자신이 만든 빵이 어떤 빵으로 사람들에게 가 닿기를 바라는지가 이분들에게는 중요했을 것이다. 어떻게 보면 뭔가 빵 하나에 대단히 거창한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 느낌을 조금은 알 것도 갔다. 나도 내 일에서 종종 이런 비슷한 이야기를 하기 때문이다.

조금 욕심이 있다면, 내가 만든 빵을 먹는 사람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갓 만든 빵의 따스함, 입안에 퍼지는 구수한 향기와 바삭하고 고소한 식감. 손안에 든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고객에게 줄 수 있으면 좋겠다. 고객분 아니라 함께 빵을 만드는 직원들, 그리고 우리 가족도.(194쪽)

'행복하게 해 주는 빵'을 만들고 싶다는 말에서 이미 벌써 입가에 미소가 만들어진다. 이 세상의 모든 빵이 사람들에게 와 닿는 의미 또한 여럿이겠지만, 빵을 먹으며 행복했던 무수히 많은 기억들이 있고, 그 중에서도 누군가가 이런 마음으로 빵을 만들었을 것을 상상하며 한입 베어 물었을 때는, 더욱 더 온몸으로 행복감이 퍼져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25년이다. 이 긴 시간을 한결같기는 쉽지 않다. 나도 내 일을 한 지 24년째다. 비슷한 시간을 지나왔으니, 어느만큼의 긴 시간일지, 그 시간들은 어떻게 해야 이만큼 쌓일 수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또한 한 분야의 최고가 된다는 것이 무엇을 담보로 했을 때 이룰 수 있는 결과인지도 잘 안다. 내가 지금 내 일에서 최고일 수 없으니, 이보다 더 많은 노력이 바탕이 되지 않고서는 불가능함을 잘 알고 있다. 그러니, 이분들의 이야기가 허투루 읽히지 않는다. 허투루 읽을 수도 없고.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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