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어질수록 행복해진다 - 관계 지옥에서 해방되는 개인주의 연습
쓰루미 와타루 지음, 배조운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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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의 '관계 지옥'이란 단어에 한참 눈이 간다. 얼마 전 겪은 일이 있어서 그런지 사람 간의 관계가 참 어렵다는 생각을 한다. 무섭기도 하고. 사람을 만나지 않고 살 수도 없고 그렇다고 모든 관계를 잘 만들어나가기 위해 애쓰기에는 상처가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여전히 사람들과 거리를 두는 것이 쉽지 않고 어느 지점에서 끊어내고 잘라내야 하는지가 익숙하지 않은 삶을 살고 있다. 더 솔직히는 그래도 되는지를 겁내고 있다는 것이 더 맞을 것이다.
제목을 여러 번 읽게 된다. <멀어질수록 행복해진다>는 말이 참 아이러니였다. 보통은 가까워지고 함께일 때 행복해지기 마련일텐데, 멀어지라는 책이라니. 그런데 한 장 한 장을 읽어나가면서 오히려 지금까지 내가 갖고 있던 생각이 깨지기 시작했다. 어쩌면 지나친 편견에 사로잡혀 내가 만든 편견의 둘레 안에 나를 집어넣고 힘들게 닦달했던 것은 아닐까 싶었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무척 의식하며 살았고, 남들이 욕하고 화내는 말에 쉽게 동조했고, 나를 괴롭히는 사람마저 품고 가까이 두기위해 혼자 상처를 안고 참으려고 했고, '가면을 쓴 나'를 연기해야할 때가 종종 있었고, 가족이라는 의무감이 무거울 때가 많았다. 가족이니까, 식구니까와 같은 말들로 강요당하는 행동들이 있었고, 그런 말과 행동이 언제나 행복을 전제로 이루어지는 것이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지냈다.
이 책에서는 거리를 두고 가깝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조목조목 참 잘도 해주고 있다. 다들 가져야한다고 말하는 것들을 갖지 않아도 된다고, 해야한다고 하는 것들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고 있다. 그것도 힘들여 제자리를 찾아야 한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너무 쉽고 가볍게 말해주고 있어 오히려 놀랐다. 마치 옆에서 매우 명쾌하게 이건 이거고 저건 저거야, 하는 식으로 정곡을 콕콕 찌르며 답해주는 것만 같았다. 짧은 글들을 통해 지금까지 내가 생각하고 살아왔던 것들이 사실은 다 옳았던 것이 아니라고 결론내려주고 있었다. 너무 분명하게 말하고 있어서, 의심할 새도 없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나는 '나'였을까. '나'의 삶을 살아야한다고 하는데, 나는 과연 '나'의 삶을 살고 있었던 것일까. 그리고 나는 어떤 '나'이고 싶은 것일까. '나'를 만들기 위해 나는 어떤 선택을 해야하는 것일까.
이 세상은 나쁜 것들만 가득 차 있다는 마지막 말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어쩌면 그런 나쁜 것들 속에 나만은 착하고 친절한 사람으로 끝까지 남고 싶어 나를 남이 만들어놓은 굴레 속에 욱여넣으며 살고 있었던 것은 아닐지. 그렇다면 이제 나는 어떤 '나'의 삶을 살고 싶은 것인지, 진지하게 생각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하루아침에 이 책 한 권으로 내 삶이 완전히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말과 행동이 전혀 다른 사람으로 바뀌지는 않겠지만, 최소한 '나'를 내가 스스로 몰아붙이지는 말아야겠다는 생각은 분명해졌으니까 말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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