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 새벽이 샘터어린이문고 78
허혜란 지음, 안혜란 그림 / 샘터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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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책을 만났다. 읽으면서 자꾸만 피식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림도 귀여웠고, 내용은 더 귀여웠다(이렇게 말하면 작가님이 어떻게 생각하시려나~). 과연 새벽이가 어떻게 엄마 뱃속으로 다시 들어갔다는 걸까, 궁금했다. 아~! 읽으면서 한편으로는 다행이라고 마음을 쓸어내렸다. 새벽이도 새벽이가 만난 새벽이도, 참 다행이라고 안심했다. 괜히 내 마음도 몽글몽글해지는 기분이었다. 어쩌면 이건, 엄마의 마음이기도 하지 않을까 싶다. 나도 내 아이를 낳던 그 때가 문득 떠올랐다.

"미안해, 아가야."
"용서해 주렴."
"너는 아무 잘못이 없단다."
"사랑해, 사랑해."
"살자, 아가야! 우리 같이 살자!"

뱃속에 아기를 품어보았던 사람은 안다. 그 아기에게 온 마음과 힘을 다해 '사랑'을 전하게 된다는 것을. 그리고 아기가 무사히 건강하게 세상으로 나올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게 된다는 것을. 나도 아기가 탈없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바라며 울기도 웃기도 했던 그 순간들이 있었다. 지금은 웃으며 떠올릴 수 있는 기억이지만, 당시에는 너무도 초조하고 불안해 제대로 눕지도 잠을 자지도 못했었다. 그런 시간들을 모두 잘 견디고 나온 아기는 쌔근쌔근 편안한 숨을 쉬고 품 안에서 편안히 먹고 자고 쌌다. 그리고 엄마 덩치보다 더 큰 아이로 성장했다. 열세 살의 새벽이처럼.

왕자님 말고, 왕자님의 친구 중 한 명이거나 왕자님의 신임받는 신하가 더 편하겠다. 주인공 말고 조연. 주목받는 것도 불편하고 드러나는 것도 싫다. 그냥 이대로, 여러 사람들 속에 묻혀서 그럭저럭 사는 게 편하다.(9쪽)

1번 자리보다는 2번 자리를 더 선호하고, 의견을 내기보다는 동조해주는 쪽을 택하고, 드러내기보다는 숨으려 노력하는 쪽에 가까웠다. 아마 새벽이처럼 이런 마음으로 살아가는 아이들이 많겠지 싶다. 나도 그랬고 나의 아이들도 그렇고, 마주치는 아이들 중 대다수가 이런 마음이라는 것을 잘 알 수 있다. 물론 이 마음이 잘못이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다만 2번 자리에서도, 동조해주면서도, 숨어서도 자신에 대한 단단한 마음과 자존감을 잘 이어나갈 수 있으면 된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때가 더 많은 것도 사실이다. 이럴 때, 어떻게하면 좋을까 고민이 되곤 한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어른으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되는 지점이 있었다. 바로 모차르트 산부인과 의사 선생님.

"자, 우리 모두 엄마와 아기를 응원해 주자고. 허튼소리 하지 말고, 한숨도 쉬지 마. 생명력이 가득한 음악을 틀어 두고. 산모를 봐. 빠른 속도로 안정을 찾아가고 있잖아. 아기를 지키려는 강한 본능이라고. 다들 아침에 밝은 얼굴로 보자고! 알았어?"(71쪽)

응원해주는 것. 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강한 긍정의 믿음으로 있는 힘껏 지켜봐주는 것.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격려하며 나아갈 수 있도록 안내해주는 것. 어쩌면 새벽이 '엄마와 아기에게 생명을 북돋워 주는 좋은 산부인과 의사 아저씨?'라고 꿈을 말할 수 있었던 이유도 여기 있지 않을까 싶다.

정말 나는 왕자다. 수지도 정말 공주다. 공주처럼 예쁘고 똑똑해서가 아니라, 그 자체로 공주다. 다른 아이들도 그렇다. 우리는 모두가 정말로 왕자이고, 공주이다. 우리 엄마도, 이모도, 이모의 배 속에 들어 있는 작은 아기도. 나는 고개를 들어 높고 높은 천장을 보았다. 화려한 조명이 박혀 있었다. 수많은 왕자와 공주를 비춰 주는 불빛들이 일렁거렸다.(102쪽)

스스로 자신의 생명을 살려낸 경험이 있는 새벽이에게는 너무도 당연한 변화일 것이다. 어두운 물길 속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스스로 주문을 외우고 안간힘을 써봤기 때문에 얼마나 그 과정에서의 자기 자신이 자랑스럽고 기특할까. 존재 자체로서 무척 소중한 한명 한명임을 몸소 깨달을 수 있던 경험이었을 것이다.
새벽이 새벽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었고, 그 이유 덕분에 새벽은 당당하게 제 몸을 세우고 세상을 바로 볼 줄 아는 시선과 태도를 배워 갖출 수 있었다. 누군가 그저 대수롭지 않은 꿈이었던 게 아니냐고 딴지를 걸어도, 이미 새벽이 거쳐온 시간은 달라지지 않으므로, 새벽은 새벽으로서 단단해질 수 있었다. 그래서 이 이야기가 또한 대견하고 기특하기만 하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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