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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짝홀짝 호로록 - 제1회 창비그림책상 대상 수상작
손소영 지음 / 창비 / 2024년 2월
평점 :
의성어와 의태어로 이야기 하나가 완성된다는 게 재밌다. 대충 짐작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내용이 잘 전달된다는, 오히려 더 잘 마음에 와닿는다는 사실이 놀랍다. 이런 게 되는구나, 싶어 나도 따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무래도 아이들에게 의성어와 의태어로만 이야기를 만들어보라는 걸 할 것 같다.
강아지, 고양이, 오리. 한 접시에 머리를 밖고 물 마시는 모습이 예뻐보인다. 고양이의 실수를 감싸주려는 아이디어도 기가 막히게 찰떡이다. 이런 게 진짜 친구지, 싶어 나도 같이 '와하하하' 웃게 된다. 어른 없는 집에서의 아이들의 자유로움도 느껴지고, 대책없이 마냥 장난치고 놀기 좋아하는 장난꾸러기 모드 행동들도 천진난만함 그 자체다. 가장 좋았던 장면은, '토닥토닥'. 이 아이들이 거리낌없이 지낼 수 있는 이유가 이 '토닥토닥'에 있겠지. 그 마음이 사랑스럽다.
가끔 아이들 중에는 친구라고 하면서도 진짜 친구가 어떤 존재여야 하는지를 모르는 아이들이 있다. 어떤 행동이어도 다 받아주어야 친구라는 잘못된 생각으로 자칫, 친구관계를 잘못 만들어나가는 아이들이 있다. '친구니까'라는 말로 모든 것을 다 감내해야하는 그런 친구는 친구라고 할 수 없다는 말을 하게 될 때, 마음이 아프다. 그리고 반성하게 된다. 진정한 친구의 관계란 어때야 하는지를 제대로 알려주지 못한 어른의 잘못이기도 하니까. 그런 의미에서 이 그림책의 아이들은 진짜 친구가 맞는 거 같다. 긴 말도 필요 없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엉뚱하게, 이 아이들은 3개 언어를 할 줄 아나? 서로 말이 통하는 게 맞나? 하지만 서로 쓰는 언어가 달라도 불편함이 전혀 없겠구나 싶어 웃음이 난다. 결국 말 없이도 충분히 친구가 될 수 있는, 아무렇지 않게 서로 어울려 뛰놀고 감싸줄 수 있는 관계는 말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배우게 된다.
아이들의 마음을 너무 잘 알고 있는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른 없는 집에서 느끼는 해방감을 이토록 잘 보여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아이들이란 특별한 무엇을 하지 않아도 집에 어른이 없을 때 느끼는 자유로움과 흥분이 있는 법이다. 집 어느 곳에서도 어른을 마주치지 않을 수 있다는, 그래서 나를 아무도 보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아이들은 즐긴다. 아무도 없는 집에서 나만 아는 행동을 한다는 짜릿함. 그림책 속 아이들의 신난 표정이 실감났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어른이라고 다른가. 나도, 가족이 아무도 없을 때 혼자 있는 게 좋은데. 혼자 시간과 공간을 오롯이 마음대로 쓸 수 있다는 것에서 오는 편안함이 있다. 사람은 누구나 그런 마음인 것이지. 이럴 때 그림책은 어른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는 생각을 또 한번 한다.
아이들은 뒤를 보지 않고 논다. 지금 현재의 감정과 생각에 충실하다. 이것도 마음에 든다. 내일을 생각하고 미리 걱정하고, 누군가의 눈치를 보고 그 다음을 내다보려니, 지금을 온전히 즐기지 못한다. 그렇게 즐기지 못하는 지금이 또 마음에 안 들기도 하고. 어찌보면 우리도 다 아이였던 때를 지나왔음에도 그런 마음을 이렇게 쉽게 잊었나 싶기도 하다. 어렵지도 않은데 말이다. 지금 감정에 솔직하기만 하면 되는 것을. 또 배운다.
마지막에 이 아이들을 다시 집안으로 들이는 어른의 모습이 보인다. 걱정하는 마음이 살짝 보이는 어른의 몸에서 그대로 느껴졌다. 이 그림책은 어쩜 이리도 따뜻함 투성이일까. 그리고 생각했다. 이 아이들에게 마시멜로 담긴 따뜻한 코코아와 온기 가득한 거실을 내어줄 수 있는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