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 숲, 소쿠리 숲, 도둑 숲 동화는 내 친구 19
미야자와 겐지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이종미 그림 / 논장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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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한번 쯤은 읽어봤을 이야기에 <이솝 우화>가 있다. 뭔가 알쏭달쏭하면서도 짧은 이야기 속에 간명하고도 명쾌한 주제와 확실한 반전에 그 매력이 있다. 뻔한 듯한 교훈을 전달하는 수법이 예사롭지 않아 요즘에도 종종 수업 자료로 활용한다. 너무 익숙하기 때문에 또 새롭게 볼 맛이 충분한 이야기가 우화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 책을 읽으며 우화가 떠올랐다. 꼭 동식물이 말하고 행동하며 사람처럼 움직이면서 사람을 콕 꼬집어 풍자하려는 의도가 아니어도, 우화에 담겨 있던 그 재미와 재치, 그리고 반전에 또 감동까지, 짧은 이야기 속에 깊은 울림이 담겨있는 듯해 매력적이었다. '동화집'이라고 붙어 있어 어찌보면 어린 아이들이나 볼 만하단 생각을 할 수도 있겠으나, 이 나이 먹은 어른이 나에게도 충분히 이야기가 빠져들만한 매력이 다분했다. 때론 별 거 아니게 툭 건내는 듯한 문장 하나에서도 여러번 반복해 읽게 만드는, 소중한 마음이 있다고나 할까. 그런 동화집이었다.

비 내리는 푸른 대숲을 보면 좋아서 눈을 깜박깜박하고, 푸른 하늘을 끝없이 날아가는 매를 발견하면 깡충거리며 손뼉을 쳐서 모두에게 알렸다.(8쪽)

이런 소중한 마음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 아이가, 혹시라도 지금도 있을까 싶기도 하다. 나 또한 이런 마음을 잃지 않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 맞는지, 스스로 반성하게 된다. 어쩌면 우린 이런 마음의 저만치로 떨어져 살면서, 쓸데없는 것들로만 마음을 채우고 살고 있는 것은 아닐지. 그런 의미에서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 동화집의 이야기들에는 우리가 쉽게 잊고 살아가는 소중한 무언가가 하나씩 콕콕 박혀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야기 하나하나를 꼭꼭 씹어 읽게 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여기에 밭을 일구어도 괜찮소오?"
"괜찮소오."(...)
"여기에 집을 지어도 괜찮소오?"
"괜찮소오."(...)
"여기에 불을 피워도 괜찮소오?"
"괜찮소오."(...)
"나무를 조금 가져가도 괜찮소오?"
"괜찮소오."
숲은 일제히 대답했습니다.(79-80쪽)

이런 일방적인 관계가 또 있을까 싶기도 하다. 숲은 늘 한결같이 사람들의 요구에 괜찮다는 대답 뿐, 어떤 부분에서도 사람을 거부하거나 경계를 세우려 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 사람들은 어떤가. 무조건 자기 쪽으로 더 많고 더 넓은 경계를 세우고 그 안에서 자신만을 들여다보며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아닌가. 사람들에게 뭐든 내어줄 수 있을 만큼의 포용력의 소유자인 숲은, 어떤 상황에서도 사람을 배신하지 않을 것임이 틀림 없다. 오히려 배신은 사람들의 몫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러니, 사람이 숲과 같은 자연을 어찌 보고 있는지는 길게 말 안 해도 뻔하다. 씁쓸하게도.

이처럼 이 동화집에 담긴 이야기들은 각각에 품고 있는 의미들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게 만들어주는 이야기들이었다. 흥미롭고 감동적이며 생각할 거리도 던져주는 이야기들이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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