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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도
최진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3월
평점 :
이 책을 읽으며 화가 나기도 또 무섭기도 또 연민이 느껴지기도, 그러다가 또 화가 나기도 했다. 이 복잡한 감정을 뭐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리고 소설을 읽으며 결말이 궁금하지 않았다. 어떤 결말을 향해 간다기 보다는 그저 원도 삶의 각 순간이 묵직하고 또 어렵게 느껴졌다. 원도의 삶을 이해하려는 쉽지 않았고 또 한편으로는 원도가 던지는 질문에 답해야 할 것만 같아 쉽게 책장이 넘어가지 않았다. 며칠을 끙끙거리며 겨우 다 읽어낸 느낌. 한번에 쉽게 읽어낼 수 없는 소설이었다.
삶과 죽음을 늘 곁에 끼고 사는 느낌이었다. 더 정확하게는 죽음 안에 담겨 있으면서 겨우 가느다란 시선을 삶에 던지며 꾸역꾸역 살아내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쉽게 말해 언제 죽어도 하나도 이상하지 않은 삶이라고나 할까.
지금까지 원도의 기억을 쫓아온 당신도 한 번쯤은 이렇게 생각했을 수 있다.
이런 인물이라면 차라리 죽는 게 낫지 않은가?(239쪽)
맞다. 어느 시기 어느 장소 또 어느 상황에서 원도의 죽음을 목격하게 되더라도, 결국 이렇게 될 것을, 이라며 마치 짐작하고 있었다는 듯 받아들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물론 그런 마음의 다른 한켠에는 그럼에도, 원도가 잠시라도 마음의 무게를 내려놓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지만. 그만큼 원도를 바라보는 내 마음이 불편하고 불안해졌다. 나라도 그 짐(어쩌면 원도는, 이 짐을 겉으로는 증오했으나 사실은 애지중지하며 소중히 끌어안고 살았던 것은 아닐까.)의 무게를 저 멀리 치워버리게 하고싶었다. 물론, 쉽지 않았지만.
당신은 나에게 무엇을 바라는가. 나는 당신에게 무엇인가. 다시 시작된 질문. 나는 왜 죽지 않았는가.(148쪽)
선뜻 답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나와 당신, 그리고 나와 나 자신 사이에서 끊임없이 집착하고 사유하며 던지는 질문의 끈적임이 온통 찝찝함으로 잔뜩 남아 어디서부터 닦아나가야 말끔해질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막막함이다. 시종일관 내내 원도의 머리를 가득 채우고 있는 생각이었으며, 평생을 이 질문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결국 끝까지 끌어안고 가는 원도의 집요함을 오히려 칭찬이라도 해줘야 할 것인지. 질문에 질문을 던지고 또 제멋대로(이 단어를 쓰고, 이 단어만큼 적합한 단어가 또 없다는 생각도 해본다. 결국 누구든 자신의 삶은 자신이 살고싶은대로 사는 것이지 않을까. 원도도 나도.) 답을 구하기 위해 살았던 원도의 삶이어서, 그래서 이 소설을 읽으며 화가 나고 또 무서웠던 것 같다. 왜냐하면, 나도 별반 다르지 않을 듯해서.
원도는 혼자였다. 철저히 혼자였다. 묻는 이도 대답하는 이도 하나뿐이었다.(228쪽)
진위를 따지려고 들었다면, 진짜 사실을 알고 싶었던 거라면 어쩌면 애초에 접근부터가 잘못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도는 내내 '혼자' 생각했고 '혼자' 질문했고 '혼자' 답했다. 어린 시절 자신의 기억으로 끊임없이 되돌아가며 자신이 알고 있는(알고 있다고, 그 기억이 사실이라고 믿는) 것들의 관계 속에서 '혼자' 살아내느라 힘겨웠다. 그리고 여전히 답을 찾지 못한 질문 앞에서 이후로도 내내, 힘든 삶을 꾸역꾸역 버텨내겠지. 이런 삶의 반복이 원도이지 않을까.
더럽고 병든 원도를 마뜩잖은 눈으로 쳐다보며 주인이 묻는다.
......나 혼자요.
원도가 대답한다.(241쪽)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