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 비평 203호 - 2024.봄
창작과비평 편집부 지음 / 창비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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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과 비평_203호(2024년 봄호)

여기서 각자위심(各自爲心)의 구경꾼이나 만들어낼 뿐인 '중립'이라면 그것은 이미 가짜다.(5쪽_'책머리에' 중)

각자위심. '각자의 마음이 제각각임. 각 사람이 다 마음을 다르게 먹음.' 이 말이 맞는 말이겠구나. 그리고 결국 우린 가짜로 만들어내는 사회의 한복판에 놓여 또한 가짜를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올해 달력을 보며 휴일을 체크하는 직장인이다. 3월부터 쉴 새 없이 달려와 4월을 맞이하며 빼곡한 까만 숫자 중 눈에 띄는 빨간색의 '10' 숫자를 보면서 한숨을 쉰다. 다행의 한숨인지, 답답함의 한숨인지. 어쩌면 둘 다일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한다. 거기 덧붙여 과연 우리 나라는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과연 맞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게 맞을까를 생각하게 된다. 물론, 길게 생각하지 않게 됐다. 이미 벌써, 회의적인 생각으로 더 이상 깊게 생각할 필요도 없다고 단정하는 수준까지 와 있으니까.
분명, 지금의 사회는 많은 문제 상황들이 여기저기에서 산발적으로 나타나는 사회인 것만은 사실이고, 이런 문제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인지를 직접적, 적극적으로 찾아야함에도 불구하고, 어디에서도 그 해결책을 강구하고 실천하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 것 같다. 그런 상황에서 늘 답답해하며 무기력함에 손 놓게 되는 것은 어찌보면 너무도 당연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저는 우리의 최우선 당면과제가 '2기 촛불정부'를 만드는 일이고 다른 시국문제도 그 기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해왔습니다.(...) 바야흐로 그 2024년을, 퇴진이 실현되지 않은 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301쪽_'대화-자료: 2024년 새해를 맞으며'(백낙청) 중)

그리고, 사회가 흔들리면 그만큼의 위기는 또다시 찾아오게 되어 있고, 그런 위기가 어떤 커다란 사건으로 벌어지게 될지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다시 사회를 휩쓸게 될 것만 같다. 그것이 기후 문제일지 남북 문제일지 또 어떤 정치적, 세계적 상황의 위기 상황있지는 알 수 없지만.

그 와중에 시는 아름다웠고, 문학으로 잠시 숨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그런 날이 있지/세상이 너무 미끈하게 질주를 해/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어/종일 은유 속을 오고 갈 때//그때 벽은 우리의 편,/ 회색의 편,/ 누군가의 편이 된다는 건 순전히 개인적이지만/회색의 고독이라는 게 맘에 들어(108-9쪽_'함께 운 적 없지만 울고 있었지'(이규리) 중)

검은색이거나 흰색이어야하지 않고 회색일 때, 회색인 그 자체로 존재할 수 있음에 안전하단 생각을 하게 되곤 한다. 회색의 콘크리트, 노출 콘크리트가 안을 모두 내보이며 순수하게 접근할 수 있는 그 순간이면 충분하단 생각이 든다. 그러니, 그 벽 앞에서 사진을 찍고, 찍히고, 그 벽을 가만히 보며 마음을 다독일 수도 있지 않을까.

아홉번의 겨울이 지나갔다고 했다//불을 끄고/이불을 덮으면/더 또렷해지는 지난 일 때문에//자야지, 불을 꺼야지,/이불을 덮어야지,/여기까지 오는 데/아홉번의 겨울을 보내야 했다는 너의 이야기를 듣다/나는/깜박 잠에 들었다(126쪽_'계속해서 겨울 이야기'(최지은) 중)

그리고, 올해가 세월호 10주기이다. 이제 곧 4월이고, 4월은 늘 언제나 잔인하고도 슬픈 달이다. 10년 동안 그랬고, 앞으로 또 10년 그리고 그 다음 10년 이후까지도 내내, 그런 달이 될 예정이다. 그리고 우린 세월호를 기억하며 이 슬픔을 외면하지 않고 정면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지금까지 다 하지 못한 것들도 앞으로 계속 지속적으로 해 나갈 것이고,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은 반복적으로 외치고 또 외칠 것이다. 그것이 지금까지 보낸 10년이고, 앞으로 보낼 더 많은 시간 속에서 우리가 해야 할 책무일 터이다.

어제의 우리가 아닌 오늘의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이런 물음은 우리가 10년 전의 질문에 얼마나 성실하게 답해왔는가를 묻는 것과 같다.(...) 지금도 세월호는 질문한다. 어떻게 살 것인가?(377-8쪽_'현장: 4.16운동 10년, 무엇을 바꾸었는가'(박래군) 중)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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