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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너머 자유 - 분열의 시대, 합의는 가능한가 ㅣ 김영란 판결 시리즈
김영란 지음 / 창비 / 2024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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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에 대한 답을 찾아보는 책이었을까. 책을 다 읽고 표지를 다시 들여다보며 생각해본다. 과연 우리 사회는 '합의'할 수 있는 여지를 갖고 있는 사회가 맞을까.
흔한 말 중, '모두 내맘 같지 않다'는 말을 종종 하게 된다. 그런 경우들이 자주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헌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럴 수밖에 없다. 모든 사람이 같은 생각과 마음을 갖고 살아가는 것은 아니니까. 같은 생각과 마음으로 산다면 오히려 그것이 더 끔찍하겠지. 그렇다면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다원주의라는 것에 어쩌면 더욱 관심을 가져야하는 것이 맞는 것 같기도 하다.
또, 다른 흔한 말 중 요즘은 사실, 잘 사용하지 않는 말이지만, '법 없이도 살 사람'이란 말도 있다. 과연 법 없이 산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를 살피다 엉뚱하게, 결국 법과 상관없이 사는 삶을 가리킬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서 실소하게 된다. 그리고 여기에서 여지없이, 그렇다면 과연 '법'이란 무엇일까, 하는 질문을 던져보게 된다.
법이라고 하면 일반 사람들에게는 무서운 것, 혹은 보호받을 수 있는 장치, 결국 이 사회의 가장 공정한 판결이라고 '믿으며' 살고 있지 않을까. 하지만 이 책의 내용들에서만 봐도 결국, 법을 통해 '판결'을 내리는 법관들의 생각조차도 대다수의 의견과 별개의 의견, 그리고 반대의 의견 등으로 일치될 수 없음은 너무도 당연해 보인다. 그렇다면, 법이 진짜 가장 공정해서 법을 근거로 나오는 판결은 우리가 모두 수긍하고 인정할 수 있는 것들 뿐일까. 이 책을 읽은 이상, 아니라는 결론이다. 물론 그 전에도 의심스럽긴 했지만.
특히 요즘, 가족의 개념과 범위, 사회적 책임과 시선에 관심을 갖고 있어서 그런지, 이 책에서 제시하고 있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들이 신경쓰이긴 한다. 성소수자 문제나 입양 문제 등 결국 이 사회가 안고 있는 주요 문제 사항들에 대해 지금 법이 바라보고 있는 관점이 무엇인지를 잘 알 수 있었다고나 할까. 물론 완벽한 이성적, 도덕적인 답이 나올 수 없다는 것도 알고,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방향에서의 접근이 필요한 것도 알겠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법에 기대로 의지하고 있는 면이 있다고 한다면, 결국은 법을 통한 판단은 조금 더 사람, 그리고 미래를 볼 줄 아는 판단이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판결문의 이면에 숨은 법관들의 인간적인 면에도 조금은 기대를 걸어보고.
법과 법의 판결과 그리고 그 안에서 어떤 판단과 생각을 해야할 것인가가 또 다른 문제의 시작이란 생각이 들었다. 우리 사회는 끊임없이 우리에게 계속 생각할 거리를 숙제로 내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
덧-
이 책, 잘 읽히는 책은 아니었다. 법을 공부하는 자세로 읽었어야 했다. 문해력이 부족한가 스스로를 탓해보기도 했다. 법이 딱딱하고 어려운 것이라는 걸 확인하는 계기도 되었다. 그러면서도 자꾸 멈추지 않고 읽게 되는 건, 또 나름의 이유가 분명 있다는 뜻이겠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