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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캐나다의 한국인 응급구조사. 김준일 지음. 한겨레엔. 2024.
_나를 살리러 떠난 곳에서 환자를 살리며 깨달은 것들

고통과 죽음을 앞에 두고 있는 자를 향해 달려가는 이의 마음은 어떤 것일까. 누군가의 마지막 대화 상대가 나라는 것을 알고 있을 때, 어떤 말을 건넬 수 있을까. 늘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 있는 자의 심정은 무엇일까, 궁금해졌다.

사망한 환자들과, 그들과 마지막으로 닿았던 내 손, 그리고 그들이 남기고 간 가족들을 번갈아 바라보다 감정이 북받쳐서 머릿속이 하얘졌다가 다시 별의별 생각이 휘몰아치기를 반복했지만, 결국 살아남은 가족 누구에게도 사망 사실을 알리지 않고 끝까지 입 다물고 있길 잘했다.(78쪽)

특히 죽음의 순간에 함께 있게 되는 가족의 심정을 함께 헤아리는 것 또한 중요할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저 환자만을 향하고 또 환자를 구조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죽음은 어떤 경우든 주변 사람들에게 치명적인 상처와 아픔을 만들 수밖에 없으며, 그 과정에서 남겨진 이들의 마음까지 보살피는 것 또한 응급구조사가 해야할 몫이겠구나, 싶었다.

경찰과 검시관이 올 때까지 저희는 그곳에 남아 남편과 대화를 이어가려고 최대한 애썼습니다. 저희가 그대로 떠나버리면 홀로 남은 남편이 극당적인 선택을 할지도 모르니까요.(250쪽)

저자는 누군가에게 먼저 도움을 줄 수 있게 된 자신의 이야기를 했다. 별 말 아닌 것 같지만 누군가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 얼마나 자신의 삶을 다시 되돌아보게 만드는 지에 대해서도. 물론 쉽게 생각하면 직업적 특성에서 비롯된 습관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것 또한 흔히 말하는 직업병일 테고, 수많은 직업병들 중 좋은 습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도 낯선 나라 낯선 언어의 낯선 사람들에게 먼저 말을 걸로 눈을 맞추고 손을 내밀어 그들의 문제를 함께 해결해주겠다고 나서는 이의 모습을 가만히 머릿속에 상상해 그려보면, 이보다 더 아름다운 장면이 없겠구나 싶다. 저자의 캐나다 삶에 대한 시도는 이것으로도 충분히 성공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어디로 가는 길이세요? 혹시 도움이 필요하세요?"(168쪽)

이 문장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꼭 위험 상황에 놓인 이들에게만 건넬 수 있는 말은 아닌 것 같다. 누구에게라도 한번쯤 그이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다면 할 수 있는 말. 내 가족을 비롯해 주변 사람들, 그리고 오고가며 마주치는 어느 누구라도, 지금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 무엇을 하는 중이며 혹시라도 내 도움이 필요하지는 않은지, 물어보고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말은 그저 건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힘을 발휘할 거라는 느낌이 들었다. 거꾸로 누군가가 나에게 이런 말을 건넨다면, 괜찮다고 대답하면서도 마음이 든든해지고 허리가 조금은 펴질 것만 같은, 위로의 말로 들릴 것 같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내가 힘들다는 사실을 알아봐 준 이는 다른 사람이 아니라 나 자신이었다.(...) 나는 그때까지 스스로를 친절하게 대하는 방법은 고사하고 그래야 한다는 것 자체를 모르고 살았다.(...) 다만 자신에게 친절함으로써, 내 마음의 크기가 더 자라나 그동안 품었던 슬프고 힘든 감정까지 모두 안을 수 있게 되었다.(197-198쪽)

딸의 학교 숙제였던 '자신을 친절하게 대하는 방법을 알아 오기'를 통해 저자가 깨달은 것. 나도 같은 숙제를 받아든 학생처럼, 어떤 방법이 있을까 곰곰이 생각하게 됐다. 우선은 자책부터 금지. 무언가의 상황에 놓이면 문제의 원인은 나 자신에게서 찾는 건 오래된 습관이다. 여기서 벗어나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지만, 그래도 다른 이들보다 '나 자신'에게 친절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른 이를 대하듯 나 자신을 대해야겠다는 다짐까지.
새로운 삶을 향한 도전과 그 도전 속에서 값진 삶의 깨달음을 얻게 된 저자의 삶을 조금 들여다보며, 나의 삶까지 되짚어보는 계기가 되었다.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삶을 살아가야 할 것인지, 무엇을 향해 달려갈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할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런 삶을 살아가고 있는 저자가 참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한 마디로, 멋지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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