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말한다 - 세계를 바꾼 여성의 연설
이베트 쿠퍼 지음, 홍정인 옮김 / 교유서가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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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코로나19의 위기는 우리에게 언어의 힘을 보여주었고, 다양한 목소리가 나올 수 있게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부각시켰다.(6쪽)

위기 속에서 결국 힘을 갖는 것은 '언어'구나, 하고 깨달았다. 사방이 막히고 거절당하고, 칸막이 속에서 자신을 방어하는 것이 제일 중요해진 세상에서 결국 힘이 될 수 있는 것이 '언어'였다. 오히려 지금까지는 반대로 생각했었다. 단절되면 언어마저도 전달되지 못한다고. 하지만 이 문장을 읽고 다시 생각하게 됐다. 어쩌면 어떤 상황에서도 우리가 놓지 말아야 할 것이 언어이고 소통이라는 것을.
'연설'은 말을 통해 사람들과 연결되는 소통의 방식이다. 연설이라고 하면 자신의 생각이 어떤 표현과 방식을 통해 다수의 사람들에게 전달되어야 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저자가 말하고 있듯 지금까지의 연설도 남성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영역이었고, 남성이 하는 말에 더 힘을 보태는 사회 분위기는 오늘날 지금까지도 여전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시대에 여성의 연설이 이토록 많이 있었으며, 또한 이런 연설을 모아 볼 수 있었던 기회가 새삼 새롭고 흥미로웠다.
또 하나 느낀 점은, 여성의 권리는 왜 이렇게도 힘겹고 치열하게 말하지 않고서는 보장받지 못했고, 여전히 못하고 있는 것인가이다. 이렇게나 역사적으로 수많은 여성들이 협박과 폭력, 갖은 위험 앞에서 제 목소리를 내지 않고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지경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무척 씁쓸했다. 그리고 이렇게나 오랜 시간 제 목소리의 힘을 찾기 위해, 그리고 여성의 권리를 얻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나설 수 있었던 여성들의 용기가 대단하다고 느꼈다. 과연 나는 이런 상황들에서 어떤 목소리를 낼 수 있었을까, 생각하면서.

우리는 침묵하는 이유로 이야기할 때 각자 가진 두려움에 의지합니다. 경멸을 받을까 두렵고, 검열이나 비판의 대상이 될까 또는 인정받지 못할까 두렵고, 이의제기가 있을까 두렵고, 내가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될까 두렵습니다. 하지만 저는 우리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우리 자신을 가시화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가시화하지 않고서는 진정한 삶을 살 수 없습니다.(94쪽_'오드리 로드' 연설문 중)

가끔 '침묵하는 연습'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섣불리 내 의견을 냈다가 오히려 역풍을 맞는 경우가 종종 벌어지기 때문이다. 좀 더 나은 방향, 현명한 판단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것이 누군가에게는 그렇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음을 자주 맞닥뜨리게 되면서, 결국 하게 되는 선택은 침묵. 나의 생각과 의견을 이야기하지 않고 말을 하지 않는 것으로 서로 간의 관계나 문제 상황을 더 크게 만들지 않으려고 한다.
이 책을 읽고, 과연 어떤 것이 옳은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자신의 목숨을 아끼지 않고 확고한 주장을 펼칠 줄 알았던 이 여성들의 삶과 용기를 보며 어떤 자리와 입장에서 나의 생각을 주저없이 말할 줄 아는 힘을 키워야하지 않을까. 모든 사람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지지받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사람들 앞에 자신을 세우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내야하지 않을까.

지금의 우리가 이 여성들의 삶과 의지, 힘과 용기가 있었기에 가능할 수 있었음을 다시 생각하며, 이들이 어떤 가치를 위해 목소리를 내고자 했는지를 잊지 말아야겠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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