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타 선생과 우주 문지아이들 176
김울림 지음, 소복이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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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내가 꾸어 무엇 하나. 결국 아빠 엄마가 원하는 대로 재단될 거다. 싹둑싹둑 잘라질 거다.'(12쪽)

어른은 분명 아이 때를 모두 겪고 어른이 된 것인데도, 왜이렇게 아이의 마음을 모르는 걸까. 이 질문은 어른인 나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가끔 우리집 아이들에게 묻는다. 그래도 엄마가 그렇게 꽉 막힌 건 아니잖아? 아이들은 웃기만 할 뿐이다. 이럴 때 순간 다음 할말을 찾기 어렵다. 아이들의 눈에는 그저 똑같은 어른의, 그렇고 그런 어른의 그런 류의 잔소리들일 뿐이겠지 싶다. 그래서 최대한 아이들 방에 자주 들어가지 않으려고 하지만, 그게 또 잘 되지는 않는다. 반성 모드.

우주는 이미 엄마 아빠가 자신을 집어넣으려는 틀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에 실망, 혹은 더 큰 절망을 안고 있다. 말해봐야 소용 없다고 생각해, 말조차 꺼내지 않는다. 두근거리는 마음은 더 큰 실망이 되지만, 그런 감정조차 어른에게 들키지 않기 위한 배려를 한다, 우주가. 부모님이 실망하지 않도록. 아이의 배려는 어른에게 닿는데, 어른은 아이의 마음을 눈치채지 못하는구나,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주지 못하는구나, 어른이 갖고 있는 판단의 기준으로만 상황을 정리하지 아이의 눈과 입을 봐주지 않는구나, 싶어 안타까웠다. 그러면서 이 모습이 나의 모습일까봐 걱정이 됐다.

"오만불손한 대가가 되기보다 생물과 교감하는 진짜가 되고 싶어."(35쪽)
솟아오른 모양이 신기하고 재밌었을까. 맛있어 보여서일까. 짖고 장난치더니 먹어 버렸다. 진짜 강아지가 된 것처럼.(54쪽)

고타 선생 스스로도 사실은 자신이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알고 있었다. 다만 어떻게 해야 될 수 있는지 미처 깨닫지 못했을 뿐. 어쩌면 그동안 진짜 자신이 모습을 찾지 못하고 인위적으로 꾸미고 가꾸려고만 했던 것은 아닐지. 어떤 것이 자신의 '진짜'인지를 스스로 알아채는 데에는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고타 선생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자신을 찾아가는 것은 어른에게도 쉬운 것은 않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별은 축구공으로 바뀌어 있었다. 축구공에는 글씨가 보였다. 글씨가 별빛처럼 반짝거렸다./'진짜 마음.'(66쪽)

우주는 이미 알고 있었다. 자신의 '진짜 마음'을. 다만, 그 마음을 보여주지 못했을 뿐. 그것이 어른들을 실망시키지 않는 방법이라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자신을 속여, 가짜 자신을 만드는 것이라는 것을 기타 선생과의 시간을 통해 깨닫게 된 것이다. 그러니 이제는 당당하게, 자신의 '진짜 마음'을 보여줄 때. 당당히 말하고 돌아서는 우주의 모습이 이렇게나 듬직하고 단단해 보일 수가 없다. 자신을 바로 세워 스스로 성장할 줄 아는 아이의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한 마디로 말하면, 재밌었다. 건조하게 말하는 사람들에게는, 말도 안 되는 애들 이야기에 무슨 재미냐고, 가볍게 취급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어떤 어른의 이야기를 읽은 것 못지 않게 감동이 있었다. 단순히, 아이가 자신의 꿈을 찾아 나간다는 교훈이 다가 아니었으니까. 이 책의 소제목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1. 가짜 진짜
2. 진짜 가짜
3. 진짜 진짜

우리는 어쩌면 많은 가짜를 나 스스로 만들며 진짜를 감추고 살고 있는 것일 수 있다. 그리고 사실은 진짜 자신을 알지 못한 채 가짜가 진짜라고 착각하며 살고 있을 수도 있다. 진짜, 진짜가 무엇인지는 자기 자신만 안다. 그런 면에서, 고타 선생과 우주는 스스로 자신의 진짜를 찾았으니, 이 둘은 이것만으로도 참 대단하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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