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인보우 내 인생 도넛문고 7
윤해연 지음 / 다른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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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가 예쁘다고 생각했다. 하얀 바탕에 레인보우의 알록달록한 색이 글씨에 입혀져 있는 게 마음에 들었다. 글씨체도 예뻤다.

'길벗체'
이 표지에 쓴 글씨체는 길벗체입니다. 무지개 깃발을 처음 디자인한 '길버트 베이커'의 뜻을 잇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를 위한 '벗'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한글 최초로 전면 색상을 적용한 완성형 서체입니다.(출처: rainbowfoundation.co.kr)

어쩐지. 예쁜 이유가 있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이 더 마음에 들었다.

레즈비언 부부, 이다의 두 엄마 난다 씨와 온다 씨, 두 개의 이름을 갖고 살아가는 보니 씨와 다월 씨, 그리고 우연. 이다와 이다의 친구인 유진과 지우. 이 소설을 다 읽고나서 든 생각은, 어쩌면 이 소설은 이 모든 사람들이 모여 만들어내는 다양하고 다채로운 삶에 대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르다는 건 다양성을 의미해. 우리 모두가 한쪽 방향으로 달리면 정말 재미없잖아. 다 다른 방향으로 달려 보자는 거지. 난 이다의 부모님이 다른 방향을 향해서 달리는 분들이라고 생각해. 뭐가 어려워. 다주 단순하잖아?(143-144쪽)

각자가 선택한 각 방향으로 달려나가는 것이 우리의 삶이고 인생이지. 암, 그렇지! 우리 지우가 참 똑똑하네, 싶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우리는 혹시 경주마인 건 아닐까. 주변이나 옆을 보지도 못한 채 내 앞으로 남아있는 선 안의 길만을 따라 달려야 하는 경주마. 그래서 그 길 아닌 다른 길이 존재하고 있음을, 멈추거나 혹은 돌아나갈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닐지. 그러다보니 내 길이 올바르고 그렇지 않은 것은 인정하지 못하는 고정되고 편협한 사고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닐지. 혹여라도 내가 그런 시선을 갖고 세상을 바라보려하지는 않을지, 스스로 경계해야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오히려 당사자의 이야기를 직접 그려내려 하지 않아 더 의미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 이다와 같은 청소년기에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많아지고, 그 고민에 대해 어설픈 어른의 조언이나 충고를 늘어놓으려는 거였다면, 오히려 이 소설이 더 우리 사회의 편견을 대변하는 소설이 됐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다를 둘러싼 상황과 환경 속에서 스스로 성 정체성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 것인가를 판단하고, 특히 이에 대해 다른 이에게 용기있게(물론 조금 떨리기는 했지만) 말할 줄 안다는 점이 무척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가 앞으로도 어떤 시선과 관점으로 이 모든 사람들을 대해야 하는지에 대해 잘 보여준다는 느낌을 받았다.

"근데 어쩌냐? 난 내 정체성을 공개적으로 말하고 싶지 않아."(142쪽)

이다의 이 말이 갖고 있는 의미가 분명하다는 생각을 했다. 어느 순간 우리 사회도 사람들의 성을 둘로만 나누어 하나를 선택하도록 강요하던 태도에서 벗어나 성에 대한 공개 여부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변하고 있음을 확인하게 될 때가 종종 있다. 그럴 때마다 우리가 지금까지 갖고 있던 생각이 잘못되었을 수 있다는 것을, 이렇게나마 사람들에게 알려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에 대한 이다의 명쾌한 답변. 어른들보다 낫다는 생각과 이다가 참 잘 커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기특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같은 질문을 던졌을 때 우리 사회는 과연 어떤 답변을 내놓을까.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것은 분명 그 사회에 속한 사람들이고, 그 사람들의 생각을 단순히 한 가지로만 규정해놓으려는 사회적 편견을 내려놓을 수 있기만 해도, 우리 사회가 좀 더 다양성을 인정할 수 있는 사회가 될 것 같다. 그러면, 진짜로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이다'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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