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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셋 2024
송지영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1월
평점 :
재밌었다. 특히 소설에 마음을 빼앗겼다. 각 소설의 마지막 결말에서 깜짝 놀라기도 했다. 다시 여러번 반복해 앞뒤 이야기를 확인하기도 했다. 내가 이해한 것이 맞나, 맞게 이해했나. 충격적이기도 했고. 딱 지금의 우리 이야기를 솔직하게 하고 있는 것이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더 현장감 있게 이야기를 따라갔던 것 같다. 그래서 더 마음에 들었다.
결국, 우리네 삶이 그렇지 않을까 싶었다. 의무감과 책임감, 하지만 그 안에서의 어려움과 힘듦. 외면하고 싶고 숨고 싶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그 모든 것이 빨리 끝나기를 바라기도 한다. 그게 진짜 솔직한 심정이다. 하지만 대놓고 그런 감정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기는 쉽지 않다. 그것이 어쩌면 사람의 도리, 양심. 이런 단어로 이유를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그래서 더 인물들의 감정에 공감할 수 있었다.
매미 소리가 멈추면, 이라고 강선숙은 생각했다. 매미 소리가 멈추면. 네가 기억하는 집에 살던 두 사람은 죽었다는 이야기를.(...) 일정한 간격으로 도돌이표처럼 재생되는 매미 소리는 윤정화가 있는 독일까지 끝을 모르고 울려 퍼지고 있었다./겨울까지./겨울이 아닌 계절까지 강선숙의 발걸음을 쫓아올 소리였다.(43쪽_'마땅하고 옳은 일'(송지영) 중)
여름 뜨겁게 울어대는 매미 소리를 떠올렸다. 지금은 겨울이고. 겨울까지 울려 퍼지고 있을 그 매미 소리가, 내내 귀를 따갑게 하겠지. 그 따가움이 사실은 마음을, 심장을 쪼아대는 소리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쉽게 그 매미 소리가 멈추지 않을 것 같고, 또 반대로 그 매미 소리가 조금은 더 따라다니며 강선숙을 붙들어줘도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선배는 다시 고갤 끄덕거렸고 뭔가 고민하는 듯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그런 다음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짜깁기한 것은 자신만의 글이 될 수 없지만 꾸며 쓰는 건 다르지 않냐고. 거짓말에도 진실이, 그리고 진심이 깃들지 않느냐고./"무엇이든 그게 다 현진 씨 얘기지."(72쪽_'재채기'(성수진) 중)
숨길 수 없는 것. 참아지지 않는 것. 그게 '재채기'다. 감추고 싶지만 결국엔 들키고 마는 것. 사람 마음도, 진심도 그렇게 감춰지지 않는 것이겠구나 싶었다. 어떤 거짓으로 꾸며 써도 누군가의 눈엔 그저 그 안에 얇게 펼쳐져 있는 진실이 보이기도 하는 법. 어쩌면 다른 이들에게는 쉽게 보이는 것이 정작 자기 스스로에게는 잘 보이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오히려 잘 숨겼다고 생각하겠지. 그래도 결국, 큰 소리로 시원하게 재채기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분명 그러기까지의 과정이 있었기에 가능했겠지만.
따지고 보면 기사는 내가 이곳까지 오는 동안 떠올렸던 말들을 대신 해준 게 아닌가. 그리고 나는 송주에게서 들었어야 한 말을 해버린 셈이었는데. 어쨌거나 내가 내 입으로 했던 말 때문에 왜 이렇게 화가 치미는 건지, 그 이유가 무엇인지 알 것만 같아 참을 수가 없었다.(111쪽_'기다리는 마음'(정회웅) 중)
가만히 보면 너무 당연한 것이기도 하다. 누군가의 처지에서 생각하고 말하다보면 그 사람을 이해하게 되고 오히려 내가 객관적으로 보이게 된다. 물론, 그게 쉽지 않아서 문제지만. 그리고 서두르지 않는 마음 속에서 결국 알아채게 되는 마음이 있다. 그걸 너무 늦게 않게 알게 되었구나, 싶었다.
덧-
머리가 굳었나보다. 폭넓지 못하거나. 시가 어렵게 다가왔다. 지금 내 마음 상태가 그런가. 조급하고 긴장되고 다급한 건지, 천천히 읽어내지 못하고 있는 내가 보였다. 시를 읽으며 자꾸 내가 읽혔다. 심호흡을 하고,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읽기!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