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관계를 돌봄이라 부를 때 - 영 케어러와 홈 닥터, 각자도생 사회에서 상호의존의 세계를 상상하다
조기현.홍종원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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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세상을 한번 휩쓸고 지나간 이후 가장 관심이 가는 단어가 '돌봄'이었다. 세상이 험해지고 어려워질수록 가장 취약한 부분에서 문제는 가장 먼저 나타나는 법이니까. 그런 측면에서 '돌봄'이 우리 사회에서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가장 어려운 지점이라는 생각을 했다. 지금은 어느 정도 코로나19의 시대가 지났다고 하지만, 우리는 안다. 절대 그 이전의 시대로 다시 돌아가기는 어렵다는 것을. 그 이유는, 어느 부분이 어렵고 힘들고 문제가 발생하는 지점인지를 너무 명확하게 알아버렸기 때문에, 문제의 한복판으로 다시 돌아갈 수가 없는 것이다. 이제는 직진. 앞을 보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찾아 나아가는 수밖에. 그렇다면, 그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편집자와 두 저자가 나누는 대화 속에 우리의 삶과 죽음에 대한 문제 의식이 있었다. 결국 돌봄이라는 건 잘 사는 문제, 잘 죽는 문제와 직결된다는 느낌이었다. '돌봄'의 개념을 확대하여 생각해보면, 결국은 삶과 죽음이고, 우리가 살아가는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가 누군가를 돌본다는 것은 단지 아프고 병들어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니까. 우리 모두는 누군가를 돌보는 주체이면서 또한 돌봄을 받고 있는 대상이기도 하다는 인식이 가장 중요할 것 같다. 그러니, 돌봄을 남의 이야기라고 가볍게 넘기면 안 된다는 거다.
다만, 지금 그 돌봄의 의무와 책임, 내지는 상황으로 인하여 나의 주체적인 삶에 영향을 받는가의 여부가 이 '돌봄'을 얼마만큼 가깝게 받아들일 것인지의 문제와 닿아있는 듯하다. 이는 경제적인 면뿐만 아니라 자존감 혹은 자아실현 등에 있어서의 관점과 매우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을 것이다. 결국, 돌봄으로 맺어진 관계 속에서 '나'를 돌아볼 여유가 있는가의 문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면에서 늘 부딪히는 현실적인 문제가 가족이다. 가족이라는 의무의 테두리와 책임이 결국 돌봄의 사회적 책임을 개인에게 부담시키는 악순환의 첫 시작일 듯. 특히 여기에는 청년의 문제뿐만 아니라 여성의 문제도 포함되어 있으며, 더 나아가 노인의 문제로까지 이어진다고 봤을 때, 결국 가족이라는 이름 하나에 지워지는 무게가 얼마나 큰 가를 실감할 수 있다.

그래서,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뭔데? 속 답답할 정도로 수없이 질문을 던져보지만, 답이 선뜻 나오지는 않는다. 주고받는 대화를 속에 다양한 대안들이 나오고는 있지만, 그 대안들이 우리 사회에 딱 적용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인가에 대해서는 쉽게 고개를 끄덕이기 어려웠다. 저자들의 대화에서도 어떤 방향이 이상적인지는 알고 있지만,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또다시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이 계속 나오고 있음을, 그래서 그 많은 문제가 한꺼번에 해결되지 않는 이상 새로운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쉽지 않음을 이야기하는 듯했다.
맞다. 명료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은 어렵다. 또한 이런 대화의 목적은 어떤 정책이나 사업을 실현시키려는 데 있지 않으니까. 이들의 대화를 가만히 쫓아가며 든 생각은, 결국 우리 사회가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의 상황을 인지하고 인식하는 것부터가 중요하다는 생각. 그리고 그런 생각에 대해 사람들은 모여 '말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알고 있는 것, 느끼는 것, 필요한 것, 어려운 것, 그리고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방법을 시도해볼 수 있고, 어떻게 해 나갈 수 있으며, 누구의 도움과 관심, 배려가 필요하고, 그 안에서 우리 사회가 책임질 수 있는 부분과 개인이 감당해야 할 부분에 대해, 솔직히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 그래서 이런 생각이 확산되어 실제로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도 하지 않는다고 해서 가만히 있을 것이 아니라, 할 수 있는 만큼은 할 수 있도록 실제로 움직일 줄 알아야 한다는 생각.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의 제목이 참 의미있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가 사회에서 '관계' 없이는 살아가기 어려우니까. 어떤 식으로든 우린 '관계'를 맺으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라고 한다면, 우리의 삶은 있는 그대로 '돌봄'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제 '돌봄'을 우리의 가장 가까운 곳으로 끌고 와 이야기해야 하지 않을까. 우선순위에 밀리지 않도록 끊임없이 알고, 말하고, 움직여야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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