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 『신곡』 읽기 - 7가지 주제로 읽는 신곡의 세계 교유서가 어제의책
프루 쇼 지음, 오숙은 옮김 / 교유서가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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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곡> 안내서들이 때로 그렇듯, 독자가 그 시를 읽는 수고를 덜어주는 것은 나의 목표가 아니다. 나의 목표는 여러분이 당장 <신곡>을 집어들고 읽고 싶다는 욕구에 불타게 만드는 것이다.(11-12쪽_'들어가는 말' 중)

저자의 목표에 일정 부분은 도달한 듯하다. 책꽂이 깊숙한 곳에 장식용으로 꽂혀 있던 책을 우선은, 꺼냈으니까. 3권짜리 두툼한 책들을 책상 위에 올려놓는 순간 더 묵직한 부담이 생기긴 했지만. 언제고 읽어내야겠다는 마음은 늘 갖고 있던 책이었다. 다만 선뜻 손을 대기 쉽지 않았던 책이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읽기에 실패했고, 나도 처음 몇 장을 읽다가는 금방 나 스스로를 책망하며 책을 덮고 말았으니까. 그런 면에서, 이번에는 꼭 성공해보자고 마음으로 다짐하게 되는 계기가 된 것만은 확실하다. 그것만으로도 우선 이 책을 읽은 보람은 있었다.

책이 독특하다는 생각을 했다. 보통은 이 책이 이런 이야기야, 하고 책을 줄거리를 설명해주고 각 부분에서 인물의 특징을 조목조목 찾아 나열해줄 것인데, 이 책을 읽었다고해서 <신곡>의 흐름을 한눈에 파악할 수는 없었다. 그 얘기는, 줄거리를 따로 밝혀 이야기해주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친절하지 않은 책이라는 뜻. 헌데 이 말을 잘 생각해봐야 한다. 친절한 책이 과연 좋은 책일까? 흔히 사람들이 '고전'이라 불리는 책들에 대해서는 읽지 않고 읽은 척하기 쉽다고 말한다. 워낙 고전 작품에 대해서는 여러 방향으로 이런저런 설명이 자세히 담긴 책들이 많으니까. 그런 책 한 권 정도 읽고, 마치 원작을 읽은 듯 이야기하기 쉽다는 것이다. 헌데, 과연 이 책을 읽고 <신곡>을 읽은 척할 수 있을까? 나는 아닐 것 같다. 진짜 <신곡>을 읽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책? 읽지 않고는 전체 흐름을 따라갈 수는 없는 책? 이라는 느낌이 더 강했다.
솔직히 고백하면, 이 책도 어려웠다. 이미 '등장인물'을 소개하는 부분에서 숨이 턱 막혔다. 이 많은 사람을 어떻게 다 기억하고 계보를 그려 나가지. 이야기라 하면 인물 간의 관계도가 그려져야 그 내용을 파악할 수 있는 법인데, 이 많은 인물들의 관계도를 직접 그리지 못할 정도가 될 듯하여 겁을 먼저 먹었다. 그리고 7가지 주제(우정, 권력, 인생, 사랑, 시간, 수, 말)에 대한 각 이야기도 쉽지 않았다. 헌데, 곰곰이 왜 어렵게 이 책을 꾸역꾸역(사실, 이 말이 제일 솔직한 듯. 이 책을 읽어내기 위해 나름, 노력이 필요했으니까) 읽게 될까를 생각해보니, 나는 서양 역사나 문화, 정치 등에 대한 기본 지식이 부족했다. 지금껏 책을 읽으면서도 해외 작품을 선호하지 않았던 것도, 그 작품들의 배경을 내가 다 이해하지 못하다 보니, 공감하기가 쉽지 않았던 거다. 그래서 그나마 조금 더 익숙한 국내 작품들을 읽었던 것.
한 마디로, 배경지식의 부족이고 더 정확히는 공부의 마음이 부족했던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느낀 한 가지가 그거다. 알고 공부하고 이해하고 해석하며, 연관짓고 기억해서 작품을 들여다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즉,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책이 그 공부의 노력을 해야함을 분명히 일깨워준 책이었다.
더 솔직히 고백하면, 이 책의 내용을 모두 다 이해했다고 하지 못하겠다. 한번에 이해할 수 있을 거였으면, 지금까지 <신곡>을 읽지 못한 이유도 없겠지, 혼자 핑계도 대보았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신곡>을 읽으면서 옆에 같이 두고 찾아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이 책의 장점은 주제별로 있기 때문에, 각 이야기를 읽으면서 테마를 찾아 살피기에 적절하다.

<신곡> 읽기가 언제 끝날 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성공하게 된다면, 그건 분명 이 책의 덕일 듯.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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