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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란다 복제하기 ㅣ 사계절 1318 문고 143
캐럴 마타스 지음, 김다봄 옮김 / 사계절 / 2024년 1월
평점 :
네겐 영혼이 있어. 그건 너만의 것이야. 적어도 난 그렇게 믿는단다. 설령 네가 영혼을 믿지 않는다 해도, 너와 이브, 미란다는 분명히 달라. 과학이 설명해 내지 못하는 면에서 말이야. 너는 인생에서 여러 선택을 하게 될 거야. 어떤 선택은 네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어. 그럼 넌 변하겠지. 인생은 복잡한 거란다.(323쪽)
이런 말을 해줄 수 있는 어른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문득 했다. 인생을 저만큼 앞서 산 어른으로서 아이들이 자신의 존재에 대한 의문을 갖고 고민하고 갈등할 때, 누구나 다른 인생을 향해 가는 각자의 독립된 개체라는 것을, 그리고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의 선택을 통해 만들어나가게 될 거라는 것을 말해줄 수 있는 어른이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 그리고 그린 박사님의 뒤이은 대사에 고개를 끄덕였다.
아리엘, 어른이 되어 가는 건 쉽지 않은 일이야. 복제인간이 아니라도 말이야.(323쪽)
사는 것이 쉬우면 인생이 아니라는 말을 가끔 하기도 했는데, 여기서 이렇게 마주하게 될 줄 몰랐다. 이미 어른이 된 나로서는 이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지만, 아직 어른이 되기 전의 이 아이들에게는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을지, 궁금하기도 했다. 혹여라도 이런 말을 하는 어른인 내가 요새 흔히 말하는 꼰대가 되는 건 아닐지.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기도...
생명을 복제한다는 것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 같다. 과거 관련된 사회적 이슈도 있었고, 또 지금의 새대는 인공지능이 삶의 깊숙한 곳까지 침투되어 있는 시점이니, 인간이란 존재도 사람들이 원하기만 한다면 그 원하는 방향으로의 조작(?)이 충분히 가능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이때 떠오르는 질문이 있다. 이 모든 것들이 가능하게 되었을 때, 그 결과는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게 될 것인가?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 혹은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은 무엇일까?
사실, 이미 이런 생각에 대한 나 스스로의 부정적인 인식이 밑바탕에 깔려있음을 부정할 수가 없다. 조작이란 단어를 사용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 또한 여기에 있다고도 볼 수 있다. 결국 인간이 인위적으로 만들어내는 현상에서의 심각한 부작용을 짐작하지 않을 수 없다. 다른 여러 사회적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한 존재의 고유한 특성을 무시하고 실험 대상 혹은 활용 가치가 높은 하나의 도구 정도로 취급하고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이미 큰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성장하는 청소년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지금 이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을 스스로 잘 찾아 바르게 세울 줄 아는 힘일 것인데, 그런 힘을 작위적인 통제를 통해 조작하고 있으니, 자신의 존재에 대한 의문이 점점 커질 수밖에 없다.
이 소설에서 완벽하다는 말이 자주 등장하는데, 미란다는 착한 아이로 성격뿐만 아니라 공부나 발레에 있어서도 거의 완벽함을 추구하고 있다. 그러다 발병하면서 어른들은 오히려 충격을 받는다. 완벽하지 못함에 대한 충격. 거짓말도 해서는 안 된다는 미란다와 그런 미란다를 자신들이 원하는 아이로 성장시키기 위한 어른들의 기대가 씁쓸하게 느껴지는 부분(심지어, 미란다의 부모로서의 모습에 더욱 완벽함을 만들기 위해 성형까지 한 부모의 모습은 충격)이기도 했다.
제가 방금 선생님을 불쾌하게 했는데도 금방 기본 상태인 유쾌함으로 돌아오시잖아요. 저한테는 그런 기본 상태가 완벽함이에요!(348쪽)
그럼에도 미란다, 아리엘, 이브, 이 아이들은 제 인생을 향해 스스로 선택했고 자신을 만들어 나갔다. 그 부분이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 선택이 옳았든 그렇지 않았든지는 누구도 판단할 수 없다. 그저 인생의 기로에서 아이들이 그때그때 문제를 잘 해결해 나가면 될 뿐. 그것이 이 아이들이 배운 인생이지 않을까.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