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목격한 사람 - 고병권 산문집
고병권 지음 / 사계절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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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고 궁금했다. '사람'을 목격한 '사람' 중 앞의 '사람'은 누구이고 뒤의 '사람'은 누구일까. 특히 표지에 앞의 '사람'은 총 다섯 종류의 글씨체로 각각 쓰여 있으며, 이 제목이 총 다섯 번 적혀 있다. 결국 앞의 다양한 '사람'에 더 중심을 두고 있겠구나, 싶은 짐작은 했다. 그리고 다섯 번이나 반복해서 적혀 있다는 건, 중요하다는 뜻(반복은 강조니까!)이니 더욱 궁금했다.

하지만 나는 '사람'이라는 말에 이들 모두를 담고 싶다. 말의 의미를 바꾸어서라도 말이다. 애초에 '사람'이 '살다'에서 나온 게 사실이라면 그리고 이 말에 생명의 고귀함이 담겨 있다면, 나는 사람임을 부인당한 모두에게서 사람을 본다. 이들 모두가 위태로운 사람들이고 이들 모두가 고귀한 사람들이다.(7쪽_'프롤로그' 중)

'프롤로그'를 읽으며 저자가 어떤 마음으로 이 글들을 엮었을지 짐작이 갔다. 그리고 책을 읽으며 그 짐작이 맞아 떨어지는 경험을 했다. 맞아 떨어져서 기쁜 건 아니었다. 오히려 마음이 불편했다. 이 불편함은 이 세상을 허투루 보지 않겠다는, 그래서 '사람'을 더욱 잘 보겠다는 다짐과 비슷하다. 지금까지 내가 보아왔던 세상에 대한 일침, 그리고 그 일침을 스스로 마음에 새기며 제대로 '사람'으로 보겠다는 의지의 불편함. 내 마음 하나 편하자고 멋대로 불편함을 외면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이 책을 두고 두고 펼쳐보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가끔 나 스스로 나 자신이 안이해지고 편한 쪽으로만 바라보려는 시선이 생기려고 할 때, 어떤 꼭지라도 펼쳐 읽기만해도 그 마음을 다시 단속할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느낌의 책. 저자는 이미 나에게 이름만으로도 믿고 읽게 되는 '사람' 중 한 명이어서 이렇게 될 줄 알고 있었지만, 이 책을 읽으며 다시 마음을 굳혔다. 이 책은 가끔(자주 보려고 든다는 건, 나 스스로 내가 마음에 안 드는 상황이 더 많이 생긴다는 것이니, 그건 사양한다), 다시 들춰봐야할 책이라고.

책을 읽고 든 또 하나의 생각은, 뒤의 '사람'이 참 따뜻하고 아름다운 '사람'이라는 것이다. 말 그대로 '사람'의 시선으로 '사람'을 볼 줄 안다는 생각이 들면서, 이런 사람이 우리 사회에 있음을, 그래서 이 세상과 이 세상을 함께 살아가는 '사람'을 보아오고 있음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사람 중 나도 한 '사람'일 수 있기를 바라기도 했고. 나는 여전히 내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자신있게 나서서 목소리를 낼 줄 모른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신이 좀 없지만, 이런 '사람'의 생각을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나 자신이 이 '사람'들과 다르지 않음을 마음으로라도(이 지점이 나에겐 늘 풀지 못하고 있는 숙제이지만) 잊지 않으려는 것이다.
내가 직접 참여하고 행동하며 함께 연대할 줄 아는 실천력은 없다. 나 스스로가 갖고 있는 깜냥이 이 정도밖에 안 되어 그럴 지, 아니면 용기가 없어서 그럴 지, 혹은 둘 다일지 모르겠지만. 생각과 의식만으로 지금 산재해 있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니 생각 다음이 필요한데, 마치 그 다음은 다른 사람이 대신 해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만 품고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런 사람들의 목소리에 고개는 끄덕여도 옳다는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런 면에서 오히려 이 세상은 잘못된 생각을 가진 자들의 목소리가 더 크게 울리는 사회인 것은 아닌지, 요즘 더욱 더 자주 생각해보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며 그런 생각이 더 강하게 들었다.

이 책의 역할이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마음 불편하게, 그래서 자신을 자꾸만 들여다보고 생각을 점검하게 만드는 데 있는 것 같다. 저자의 글이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무엇을 해야한다고 강하게 호소하고 있지는 않다. 그저 자신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진솔한 표현들일 뿐인데도, 읽는 나로서는 자꾸만 마음의 부담을 안게 된다. 그러니 더 자꾸 책을 들여다보게 될 수밖에. 그 마음의 부담을 쉽게 내려놓지 않을 수 있도록, '사람'에 대한 시선을 거두지 않으려 노력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허리를 곧추 세우고 몸에 힘을 주어 단단하게 위태롭지만 고귀한 '사람'들에 대해 말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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