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박물관 순례 1 - 선사시대에서 고구려까지 국토박물관 순례 1
유홍준 지음 / 창비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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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 할 곳들을 하나씩 정리해보는 재미가 있다. 정확히 알지 못했던 우리의 역사와 과거를 현재의 모습에서 살펴보는 맛이 있으니까. 그런 맛이 있으에도 지금껏 한 번도, 여행의 목적이 과거를 확인하기 위한 과정이었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학창시절 다녀온 수학여행이 있기는 했지만, 내가 여행을 선택해 가고자 했던 목적이 없었으므로 제외!). 그만큼 나에게 여행과 역사는 하나로 뭉쳐지기 힘든 것이었나, 이제야 새삼 깨닫게 되기도 한다. 아마도 역사 혹은 지리 전공자들에게는 친숙한 여행(혹은 답사)이 될 테지만, 난 그 경우가 아니니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책으로 찾아보는 여행기(혹은 답사기)는 흥미롭게 읽곤 했다. 아무래도 내 발을 움직여 직접 경험하는 쪽보다는 편안하게 자리 잡고 앉아 책으로 훑어보는 쪽을 더 선호하는 나의 성향 때문이기도 하다. 헌데 나이를 먹었는지, 이젠 책을 읽으면서 머릿속으로 이런 곳을 이렇게 돌아다니며 보고 느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연스레 떠올리게 된다. 그냥 그렇구나, 하고 책을 덮는 순간 생각을 멈추는 것이 아니라 나도 모르는 사이 어느 지점까지는 여행의 계획을 세우고 절반 정도는 출발한 상태에 머물기도 한다. 이건 전적으로 유홍준 교수님의 힘이기도 하다. 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읽을 때마다 느껴지는 감정이기도 하니까. 다른 여행기와는 다르게 그런 느낌을 갖게 만든다. 직접 그 길을 따라 걸어야할 것만 같은 느낌. 그러니 시대 순서대로(혹은 가까운 순서대로) 찾아가봐도 좋겠다.

연천이 아무래도 가장 가까운 곳인 듯하다. 그레그 보엔이 발견한 주먹도끼도 봐야겠고, 멋드러지게 지어진 전곡선사박물관의 모습도 직접 확인해보고 싶다. 연천 주상절리의 아름다운 모습은 어느 계절에 가야 어울릴까, 혼자 생각해볼 정도. 그러고보니 진짜 내가 여길 한 번도 안 다녀온 것이 맞나 싶기도 하다. '이 아름다운 강변 고을의 그윽한 정취를 맛보시라고 '강추'한다'(56쪽)고까지 하셨으니, 안 가볼 수가 있나. 여긴 날이 좀 따뜻해지면 강변에 한참 앉아 경치에 취해봐도 좋겠다.
부산은 지금껏 살면서 딱 한번 가 본 곳이다. 늘 가고싶다는 생각은 품고 있었는데 기회가 잘 되지 않았는데, 이제 부산에 아는 사람도 생겼고 얼마 전 딸의 수학여행지가 부산이기도 해, 이젠 더 미루지 말고 다시 다녀와야지 싶다. 제일 궁금한 건, 영도다리. 그리고 부산항대교의 그 아찔함이 어느 정도일지도 살짝 궁금하다. 예전 부산 방문 때도 택시 한 번 탔다가 부산 운전의 참맛을 느껴본 적이 있어 더 궁금하다. 동삼동패총전시관에서 패총도 보고, 빗살무늬토기도 구경해야지. '본래 선사시대 미술에서 통째로 벗긴 동물 가죽이나 살을 발라낸 생선뼈는 정복을 의미한다. 신석기인들의 식생활에 물고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았음을 고려한다면 이 생선뼈무늬에는 주식의 풍요와 원활한 사냥을 기원하는 의미가 들어 있는 것이다.'(101쪽)는 말에 아, 생선뼈였구나, 뭔가 지금까지 늘 역사책 첫 부분에서 열심히 외우기만 했던 토기에 더 관심이 생겼다.
그리고 울산. 언양이라고 하는 순간, 언양불고기? 하고 떠올렸는데, 진짜 맞았다. 물론 언양읍성이나 반닫이가 더 중요! 그리고 반구대암각화를 보존하기 위해 계속 좋은 방법을 모색해보는 그 과정도 인상적이었다. 그 나라의 의식 수준이나 가치를 추구하는 지표에 과거 문화재나 역사적 유물에 대해 어떤 태도를 지니고 있는지가 포함될 수 있을 것인데, 그런 면에서 보존대책을 마련하고자 노력하는 모습이 괜히 뿌듯했다고나 할까. 그리고 암각화는 마주할 때마다 참 신기하단 생각을 하게 만든다. 어떻게 바위에 새길 생각을 했을까, 어쩜 오랜 시간 속에서도 그 모습이 남아 있을 수 있을까(역시, 바위는 대단해!), 그리고 어느 나라 어느 지역에서든 다들 같은 마음으로 바위에 무언가를 새겨놓았다는 것이 참 재미있는 것 같다. 오영수 문학관을 찾는 것도 잊지 말아야할 코스.

그리고 고민이 생겼다. 이 책을 읽으면서의 마음은 이곳들을 가보고 싶다, 였는데 과연, 만주까지 내가 찾아갈 수 있을까 싶어서였다. 교수님은 오히려 이 만주 지역에 힘을 실어 이 책을 쓰셨지만, 난 오히려 (그나마) 마음을 먹으면 쉽게 갈 수 있는 국내 지역에 더 마음이 끌린 것이 사실이다. 아, 만주라. 이 쯤부터 원래 나의 성향이 되살아났다. 편안하게 앉은 자리에서 책 속 여행 다녀오는 것으로 만족. 다만 고구려의 흔적을 따라가면서 드는 생각 하나, 이 광활한 공간을 모두 차지하고 있었던 고구려라는 나라의 위상과 힘이다. 요즘 말로 정리하면, 완전 '스왜그(Swag)'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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