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쓰기 나름이니까 - 세 명의 여행자, 세 가지 쓰기에 대하여
모도리.셔터맨.숑숑 지음 / 낯설여관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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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라고 하면 내 몸의 크기가 작아지는 느낌이다. 여행은 내 몫의 영역이 아니라고 늘 생각하고 사는 사람 중 하나니까. 그래서 더 낯설고 두려운 영역이다보니, 책을 읽어도 여행 관련 책을 잘 읽지 않게 된다. 관심이 잘 가지 않는다고나 할까.
하지만 가만히 뜯어보면 왜 여행과 거리를 둔 삶을 살았을까, 하다 보면 여러 이유가 떠오르긴 한다. 어릴 적 부유 혹은 넉넉한 삶을 살지는 않았으니, 여행의 경험을 습득하지 못했다. 아마도 이것이 대학 시절까지 연결되었고, 졸업 때까지도 여행에 대한 꿈을 품어보지 않고 그럭저럭 시간을 쓰는 삶을 살아왔던 것 같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었겠지만, 체질적으로 매우 집순이에 겁쟁이까지 장착하고 있어 어디를 어떻게 가야겠다는 마음을 먹어야겠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다보니 여행에 대한 경험이 희박할 수밖에.
지금 생각하면 참 답답한 삶을 살아온 것 같아 후회되기도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또 그 시간만큼 내가 채워갔을 삶의 궤적이 있을테니 너무 자책하지는 않는다. 다만 지금 한 가지 아쉬운 것은 혼자 여행을 한 번도 해보지 못했다는 것. 여행의 묘미는 혼자 여행을 해봐야 알 수 있다는 얘기는 종종 듣지만 여태까지도 시도해보지는 않고 마음 속 아주 작은 주머니에 혼자 여행을 담고만 있는 정도. 이 나이가 되어서도 두렵고 눈치보는 삶이 더 익숙한 건 좀 씁쓸하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의 세 여행자의 여행기가 살짝 가슴을 설레게 했다. 어떤 여행지의 어느 부분이 마음이 들었다, 나도 이런 데 가보고 싶다 식의 감상이 아니라, 세 명의 여행자는 그저 '여행'이란 이 두 글자에 진심이었다는 것에 마음이 움직였다. 여행이 갖고 있는 좋은 의미들에 대해서 길게 열거하지도, 각 여행지의 특징이나 장점을 소개하지도, 그렇다고 여행에서 겪은 역경을 발판삼아 눈물바람 하지도 않았다. 그저 담담하게 자신의 여행을 되돌아보고 묵묵히 써 내려갔다고나 할까. 지식이나 정보를 제공하려는 의도도, 또한 여행과 관련하여 추천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지도 않았다. 그저 자신의 여행은 그랬다고, 그런 여행을 사랑하는 사람이 바로 자신이라고, 각 여행자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점이, 이 책의 매력이었다. 그래서 덩달아 나도, 여행에 살짝, 마음이 움직였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은 딱인 것 같다. 정말 <여행은 쓰기 나름이니까> 각자 나름대로 쓴 여행 이야기. 세 여행자의 색깔이 분명해, 각 꼭지를 읽어나가면서 누구의 글일지 짐작하게 되고, 그 끝에서 짐작이 맞음을 확인하는 재미도 있었다. 각자가 갖고 있는 캐릭터도 분명했고.

책을 덮고 서걱서걱, 표지를 쓸어내면 들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본다. 앞뒤, 그리고 책 중간중간 들어가 있는 삽화에도 눈길이 멈춘다. 같이 받은 엽서를 책상 한쪽에 세워놓고 멍하니 보기도 한다. 예쁘다. 그리고 나도 나름의 여행, 나름의 쓰기를 해봐도 좋겠다고 생각한다. 언젠가. 언젠가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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