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생각 - 유럽 17년 차 디자이너의 일상수집
박찬휘 지음 / 싱긋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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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끌렸다. <딴생각>이라고 하니 뭔가 정형화되지 않은 독특함이 묻어날 것만 같았다. 딴생각은 '미리 정해진 것에 어긋나는 생각.', '주의를 기울리지 않고 다른 데로 쓰는 생각'이란 뜻을 갖고 있다. 가끔 책상에 앉아 딴생각 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럴 때마다 약산 매직아이 같은 상태가 된다는 느낌이 이거구나 싶기도 하다. 해야할 일을 잔뜩 펼쳐놓고도 하는 딴생각의 시간이 참 달콤하고 소중한데, 그런 시간들을 차곡차곡 쌓아 풀어낸 이야기들일 것 같아, 딴생각에 매력이 느껴졌다.
또 끌렸던 이유는 부제에 있다. 유럽 17년 차. 뭔가 해외 생활자에 대한 동경과 로망이 아직 좀 남아 있는지, 우리나라에서와는 다른, 일상 생활에서 얻게 독특함이 묻어있을 것만 같았다. 해외 생활이란 것이 특별할 것도 없을 것인데도 불구하고, 새로운 세상에 대한 동경은 누구에게나 비슷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듯도 했다. 특히 디자이너라고 하니, 결국 내가 가보지 못한 길, 그래서 잘 알지 못하는 세계에, 더욱 예술적인 생활 속 딴생각이 숨어 있을 것만 같았다. 재밌겠다, 싶었다. 다른 사람의 다른 생각을 엿보는 데에 묘한 매력이 있는 법이니까.
그리고, 책을 거꾸로 보고 싶어지는 표지도 한몫 했다. 글씨를 보려면 똑바로, 그림을 보려면 거꾸로. 이것이 저자의 생각을 그대로 담고 있지 않을까 싶었다. 꼭 바로 보려고만 하지 않아도 되는, 뒤집어 보고 거꾸로 매달려보는 그런 딴생각이란 생각이 들었다.

읽기 전 생각이 어느정도 맞아 떨어지면 더 신나게 책을 읽게 된다. 나와 동갑 저자라는 사실을 알아채는 순간 더욱 재미있게 몰입하게 되었고, 그러다보니 동시대에 비슷한 사회적 환경 속에서 성장한 사람들끼리 통하는 공감대가 있었다. 자식을 키우면서 얻게 되는 생활의 깨달음부터 직장생활 하면서 주변 동료들의 행동과 생각에서 내가 미처 인식하지 못하는 부분을 발견하게 되는 부분까지,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며 피식 웃게되는 지점도 생겼다.
전지자동차의 발전으로 아버지와 함께 차 밑에 들어가 수리하는 추억이 사라질 것을 염려하는 부분에서 살짝, 우리가 날로 발전하는 최첨단의 시대에서 아직도 잊지 말아야할 지점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마지막 저자와 아버지가 함께 찍은 사진에서는 뭉클하기도 했다. "고맙다, 아들아. 꿈에 그리던 도나우강 옆에 내 아들이 사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114쪽)라고 말하시던 아버지의 모습이 이 사진에서 함께 연상되어 더욱 그랬던 것 같다.

딴생각이면서 같은 생각이었고, 공감되는 생각이었으며 고개 끄덕여지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이런 딴생각이 계속 이어지면 좋겠단 생각을 했다. 우리 일상이 이 딴생각으로 조금 더 풍요롭고, 멋질 수 있도록.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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