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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한 입 베어 물었더니 ㅣ 문학동네 청소년 66
이꽃님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8월
평점 :
"아니. 그날 온 마을 사람들이 널 지켰던 것처럼 이제 내가 너 지켜 주겠다고. 이 말 하고 싶었어."(158쪽)
누군가를 지켜주고 싶다는 마음은 어떤 마음일까. 누군가로부터 지켜주고 싶다는 말을 듣는 기분은 어떤 걸까.
유찬과 지오의 이 마음이 너무 예쁘다는 생각을 했다. 말 그대로 참, 예쁘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아마도, 이건 순수하게 어른의 눈으로 바라보는 아이들에 대한 평가이겠지, 하면서도 이 평가를 거두고 싶은 생각이 없다. 그만큼 이 아이들이 기특하고 대견한 건 사실이니까.
하지만, 이 아이들에게 이 아이들이 직접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는 어른의 태도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걸 분명히 하고 싶다. 아이들이 자신에게 주어진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었고, 그걸 해결하기 위한 길고도 힘든 시간을 거쳐야만 했다는 것이 썩 마음이 들지는 않았으니까. 아이들이기 때문에 성장하기 위해서는 그 과정을 지나와야만 한다는 건, 어른의 입장에서 보는 지나친 결과론적인 생각일 수 있으니까. 그런 면에서, 이 소설이 아름답게만 보이지는 않는 것 같다.
이 두 아이가 겪고 있는 아픔은 모두 이 아이들을 둘러싸고 있는 어른들에서부터 비롯되었다. 물론 어떤 것도 어른이 의도해서 이 아이들을 지금의 고통에 버려둔 것은 아니지만, 의도하지 않은 어른의 선택들이 모이고 쌓여, 아이들이 원하지 않는 상황에 홀로 놓인 것만은 사실이다. 어른들이 쉬쉬하고 감추려고 했던 진실이 유찬에게 고통스런 감각을 만들어 주었고, 어른들이 했던 이기적(?)인 선택과 결정이 지오의 생과 삶을 흔들었다.
유찬과 지오가 단단해서 다행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이 두 아이가 제대로 제 생각을 스스로 만들며 이 여름에 흔들리지 않고 잘 버텨줄 수 있었을 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그리고, 정말 다행하게도 이 두 아이가 딱 지금, 서로가 제일 힘든 이 순간에 만나 서로에게 특별한 존재가 될 수 있었으니, 어찌나 안심이 되는 우연이고 인연인지. 유찬이 새별에게, 그리고 지오가 아빠에게 마음을 열 수 있었던 것 또한 서로의 특별함이 만들어 낸 선한 결과일 테니, 이만큼만으로도 이 두 아이가 함께 지나온 여름이 그저 싱그럽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나는 유찬의 가슴 언저리 위에 손을 가져다 대고는 동그란 공이라도 잡은 듯 손을 감싸쥐었다. 그리고 그게 사과라도 된다는 듯 한 입 베어 먹는 시늉을 했다.(...) "보면 몰라? 방금 내가 네 여름 먹었잖아."(186쪽)
지오가 한 입 베어 먹은 유찬의 여름, 더 이상 뜨겁지 않기를. 그리고, 지오와 유찬에게 이 더운 여름이 조금 더 계속 되어도 좋을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