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퓨마의 나날들 - 서로 다른 두 종의 생명체가 나눈 사랑과 교감, 치유의 기록
로라 콜먼 지음, 박초월 옮김 / 푸른숲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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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가 조금은 강렬하단 생각을 했다. 이 강렬한 퓨마의 사진에 우선은 압도당했다고 하면 맞을 것이다. 지금껏 퓨마에 대해 제대로 관심을 가져본 적도 궁금해한 적도 없었다. 그래서였을까. 사람과 퓨마 사이의 사랑과 교감이란 말에 끌렸다. 궁금했다. 과연 어떤 끌림이 서로를 연결시켜줄 수 있을까, 싶었다. 왜냐하면, 퓨마는 야생동물이란 생각이 매우 강했으니까. 무섭고 위험한 동물.
헌데 책과 함께 도착한 와이라의 엽서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강렬함보다는 순수함, 어찌보면 겁을 먹고 있는 듯도 보이고, 다른 면으로는 조금 더 친숙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무섭고 두려운 동물이란 느낌보단 더 따뜻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한편으론 귀엽기도 했다. 가만히 한참을 들여다보면 사랑스런 느낌까지도. 하지만, 내가 직접 이 동물 앞에 서게 된다면, 난 단박에 심장이 두근거릴 거고, 팔다리가 후들거릴 거고, 너무 겁을 먹은 나머지 울상이 되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공포 그 자체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 절대, 난 이 파르케에 발조차 디딜 용기를 내지 못할 것이다. 애초에 봉사라는 이름으로 이 곳을 방문할 마음조차 먹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공간에서의 이야기는 너무 궁금했다.

이 이야기에서 가장 궁금했던 것은, 물리적으로나 환경적으로 무척 열악한 이 곳으로 사람들을 매번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게 만드는, 사람들을 이끄는 그 힘은, 그 마음은 과연 무엇일까, 였다. 사실, 반려동물(이란 말을 쓰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조금 갸우뚱하게 되지만)과 나는 거리가 멀다.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보다 두려워하고 무서워하는 마음이 더 큰 것이 사실이니까. 하지만 동물에 대한 존중과 동물권에는 관심이 많아, 그들의 삶이 우리의 삶과 다르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그래서 인간의 더 큰 노력과 관심이 매우 필요하다는 것은 늘 생각하고 있기는 하다. 그래서 동물을 가족으로 대하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다시 찾는 거라는 뻔한 대답으로는 내 의문에 대한 답이 되지 못했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들을 다시 이곳으로 오지 않으면 안 되도록 하는 것일까.
이 공간에 처음 온 사람에게 하는 것이 돌보고 담당해야 하는 동물과 짝을 지어주는 거였다. 아마도 이것에 그 답이 있지 않을까. 누구와 짝이 될 것인가, 누구를 돌봐주며 누구와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 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 이 공간에서 처음 하는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연결이 곧 '교감'의 시작이란 생각을 했다. 결국,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 만들어내는 거부할 수 없는 마음의 움직임은 이렇게 만들어지는 거겠지, 싶었다. 그래서 로라가, 또 해리가 그리고 더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다시 이곳으로 찾아오기 위해 정상(?)의 삶을 버리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또 다른 면에서 이들이 과연, 자신들이 원래 있던 공간에서 정상의 삶을 살았던 것이 맞을까를 생각해 보면, 그렇지 않았고 또한 현재도 그렇지 않아 괴로워하고 있는 것이란 생각을 했다. 그리고 오히려 이들이 동물들과 함께하는 이 공간을 정상의 삶으로 생각하고 행복함을 느낄 수 있는 것은 바로, 동물들이 그곳에 있기 때문이란 생각을 했다. 사람이 동물을 보호하고 보살핀다고 생각하겠지만, 오히려 동물들의 보살핌으로 사람들이 힘들고 고통스런 마음을 치유받을 수 있었을 거라는 지극히 당연한 생각을 했다.
이건, 당연한 생각이 맞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짝이 되는 순간 서로가 서로에게 의미있는 존재가 되고 그 의미 속에서 서로는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으니까. 우리가 사람이라고해서 일방적으로 사람이 동물에게 무언가를 준다는 생각이 잘못이고, 그렇기 때문에 동물이 끊임없이 우리에게 주고 있는 그 마음을 우리가 알아채기까지는 그만큼의 시간이 필요할 뿐인 것이다. 그리고 이들은 모두, 그 마음을 알아채기에 충분한 시간을 보냈고, 그 시간들이 있었기에 동물들 곁에 머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기후, 환경, 동물, 지구, 그리고 위기, 멸종, 죽음, 위험, 파괴 등. 이런 단어들을 언급하고 흥분해 이야기하기 이전에, 그냥 이 책을 조용히 읽어내려가면서 로라의 마음에 깊이 공감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그렇게 읽었고, 그렇게 읽으면서 마음이 벅차고 따뜻해지며, 때론 뭉클하고 감동적이었으니까. 속상하고 위태로우며 아프고 괴롭기도 했고, 그 과정에서 꿋꿋하게 다시 새로운 다음을 생각할 수 있게 하는 단단한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용기를 주었으니까. 로라의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절대, 약하고 여린 마음으로는 이 모든 것을 감당할 수 없으며 어느 순간이라도 강한 결단과 믿음 없이는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지킬 수 없을 거라는 걸 너무 잘 알게 되었으니까.
그래서, 이 책을 쉽게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 그리고 끝까지 이들을 응원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것도 무척 가슴 벅차게! 그런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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