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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휴먼스 랜드 ㅣ 창비청소년문학 120
김정 지음 / 창비 / 2023년 7월
평점 :
우리의 미래는 과연 어떻게 될까. 지구와 그 지구에 살고 있는 사람과 동식물들. 이들이 함께 공존할 수 있는 해법이 당장 만들어지지 못한다면, 이 소설에서처럼 지구는, 사람이 없는 땅이 될 수도 있겠다는 위기감이 밀려온다. 아니, 사람이 살 수 없는 땅, 사람이 살면 절대 안 되는 땅.
지구에서 사람을 내쫓고 사람들은 떠돌이 신세가 될 것이다. 그렇게 떠도는 사람들은 그제서야 지구에 대한 그리움을 품고 살아가게 되겠지. 지구라는 공간이 지금껏 우리에게 무엇을 주었던 건지, 어떤 공간을 만들어 주었던 건지를 그제서야 깨닫게 될 것이다. 그리고는 예전에 지구에 살았었지, 하는 기억을 떠올리며 지구에 돌아가고 싶다는 희망을 품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런 기억을 갖고 있는 세대는 점점 사라질 것이고, 그 이후 세대에게 지구는 그저, 새로운 세상을 위한 욕망과 욕심의 좋은 도구로서만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결국 다시 지구는 또 다른 목적으로 이용되고, 그 이용의 대가로 생명이 또 죽어가는 공간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소설을 읽으며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은 어떤 경우에도 지구를 있는 그대로 놔두려하지 않는구나. 아직 지구에서 숨쉬고 살 수 있을 때도 그저 자신의 삶을 위해 지구는 아랑곳하지 않더니, 사람이 살면 안 되는 지구가 되었을 때에도 지구를 또다시 이용하려고만 하고 있구나. 사람의 욕심은 왜 이렇게도 이기적일까, 하는 생각. 결국 그런 욕심이 지금의 이런 미래를 상상하도록 만들었을 건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람들의 마음은 제 욕심을 채우는 것만 생각하고 있으니, 이 생각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싶었다.
요즘 들어 하루에 한번 이상씩은 꼭 하게 되는 말이 기후 위기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지금의 기후와 날씨, 우리의 지구와 환경은 크게 훼손되어 있고, 그 훼손의 정도가 무척 심각한 수준에까지 이른 것 같다. 이제 위기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이제는 이미 파괴가 되어, 더 이상 회복은 꿈꿀 수도 없고 지금으로서는 파괴되고 있는 속도만이라도 줄일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 내지는 몸부림 정도이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그만큼 심각한데, 그런 심각성에 대한 인식을 우리는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이 맞는지는 의문이다. 여러 책을 읽고, 다양한 이야기를 접하고, 생각하고 토의하고 실천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보지만, 늘 맞닥뜨리는 부분은, 나 개인의 혼자 힘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건, 읽고 이야기하고 더 많은 아이들이 이 이야기에 관심을 기울일 수 있도록 디딤돌을 놓아 주는 정도이지 않을까. (아이들이 읽어야 할 책 목록에 추가해야겠다.)
그래도 이 소설을 읽으며 내내 절망만 하지 않을 수 있었던 지점이 있었다. 그 첫 번째가, 그래도 사람은 생각하고 노력하고 실천하고자 한다는 것. 누군가는 이기적인 욕심으로 또다시 훼손하려 들지만, 그래도 희망을 갖고 끈질기게 문제를 해결하고 다시금 지구다운 모습을 갖출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과정을 멈추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었다. 사람의 손에 의해 시작된 일은 어쨌든 다시 사람에 의해 해결되어야 하는 것이 맞을 거니까. 그리고 두 번째가, 지구는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것. 사람이 다 내쫓겨야만 할 정도로 사람에 의해 망가지고 있던 지구가, 사람이 살지 않는 곳이 되면서 더이상 위험하지 않은 곳이 되었고, 이제는 사람이 와서 살아도 되는 따이 되었다는 것에, 조금 안심하기고 했다. (한편으로는 사람만 없으면 지구는 안전할텐데 싶기도 했고.)
그래서 이 소설을 읽기 시작했을 때는 '노 휴먼스 랜드'의 삭막하고 어두운 느낌이었다면, 다 읽은 후에는 '휴먼스 랜드'의 온화하고 따스한 느낌이 들었다. 이 따스함이 다시 지구를 뜨겁게 만들지 않을 수 있도록, 사람인 우리! 정신 좀 차리자!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