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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소리의 최후 ㅣ 북멘토 그림책 14
난주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23년 7월
평점 :
나도 엄마다. 나도 아이들에게 이런 저런 잔소리를 한다. 그렇다면, 우리 아이도 이런 생각을 했을까?
<잔소리의 최후>라는 제목만 보고 곰곰이 생각해봤다. 과연 그 최후는 어떻게 될까? 너무 궁금했다. 나도 곧잘 아이들에게 잔소리(인줄도 모르고 하게 되는 잔소리)를 하니, 나의 최후일 수도 있지 않을까. '최후'라는 단어가 뭔가 무겁고 기분을 서늘하게 만들기도 했다. 분명, 아이가 엄마의 잔소리를 듣다듣다 최후에 어떻게 되었을 거라는, 혹은 그 잔소리가 퍼지고 퍼져 나중에 결국 엄마와 아이에게 어떻게 되었을 거라는, 뭔가 그런 불길한 생각을 먼저 하게 됐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래도 그림책인데, 아이들과 함께 읽을 수 있는 책인데, 설마 험한 이야기가 담기기야 했을까, 싶은 마음으로(그러기를 바라는 마음을 듬뿍 담아) 읽기 시작했다.
결론을 먼저 말하자면, 안심이 되는 그림책이었다. 이건 어쩌면 내가 엄마이기 때문에 전적으로 엄마의 입장에서 그렇다는 얘기다. 또 한편으로는 이 아이의 생각과 마음이 정말 사랑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사실은 좀 뭉클했다. 보통은 잔소리 듣기 싫어, 하거나 혹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무시의 방법을 쓰거나일텐데, 이 아이는 어쩜 되돌려주기 위한 노력을 이토록 열심히 할 수 있을까, 싶었다. 그 노력이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엄마를 쫓아다니는 이 아이를 나도 함께 쫓아다닐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어, 그런데 좀 귀찮네.
엄마를 계속 봐야 하잖아.
놀고 싶은데......
그러다 이 문장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이건, 잔소리하는 엄마의 마음을 알지 못하고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말이니까. 계속 보고, 신경쓰고, 걱정하고, 관심을 가져야만 할 수 있는 거니까. 이건 해본 사람만 아는 건데, 싶었다. 뭔가 (잔소리하는) 내 마음을 이해받은 것 같기도 해 심장이 살짝 쿵, 했다. 감동이었다. 누군가 아주 사소해서 눈에 잘 띄지 않는 감정을 알아채주고 공감해주면 순간 긴장이 풀리며 떨리는, 그런 느낌을 받았다. '계속 봐야 하'는 마음, 계속 보게 되는 마음, 보고 싶은 마음이라는 걸 이렇게 알려주다니. 이때부터는 그대로 푹 빠져 그림책을 읽게 됐다. 그리고 이제, 정말 궁금했던 그 '최후'가 나올 테니 더욱 궁금한 마음으로 한장 한장 소중하게 넘겼다.
엄마도 나를 계속 지켜본 거네.
다칠까 봐, 나쁜 일 생길까 봐!
이 그림책에서 제일 좋은 페이지를 찾았다. 이 그림책 전체 중에서 제일 좋은 부분을 고르라고 한다면, 나는 이 부분이다. 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매 순간 아이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지켜보고 잔소리했던 엄마의 모습들. 아이에게 이해받은 엄마의 잔소리라고나 할까. 엄마의 마음을 알아준 아이의 마음이라고나 할까. 이 장면에서 잔잔하고 애틋한 배경 음악이 어디선가 들리는 듯도 했고, 그동안 아이를 키우면서 있었던 많은 장면들이 스쳐 지나가며 괜히 마음이 몽글몽글해지기까지 했다. 아무래도 이 그림책은, 엄마의 필독서 목록에 넣어야 할 듯!
이런 <잔소리의 최후>라면 아무래도 잔소리 좀 더 해도 될 듯하다. 이 세상의 아이들이 이 얘기를 듣는다면 격하게 거부하겠지만. 그런 상상을 하며 혼자 웃었다. 이런 상상마저도 즐거울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기분이 좋아졌다.
덧-
그런데, 반대로 아이의 잔소리가 더 늘었다면? 아이가 엄마 못지 않게 계속 잔소리를 늘려간다면, 이건 좋은 걸까? 엄마의 잔소리를 이해받은 것처럼, 아이의 잔소리도 들어줘야 할 것 같은데... 왠지 이 생각이 들면서, 잔소리가 좋은 건가 아닌가에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내가 하는 것은 좋지만, 또 들으려고 하니 좀... 난처해지는 생각에, 이런 생각을 하는 내 자신이 또 웃기기도 했다. 이 그림책, 재밌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